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차량의 두뇌가 통합되다
거의 1년 만에 글을 써봅니다. 그동안 현업업무하면서 파악한 장보 및 시사점, 느낀점 위주로 다시 작성해 보겠습니다.
요즘 자동차를 보면 단순히 ‘달리는 기계’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센서와 제어기가 촘촘히 연결되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데이터를 주고받고 있죠. 그런데 이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도메인 통합(Domain Integration)’이라는 흐름입니다.
과거 자동차는 기능별로 독립된 ECU(Electronic Control Unit)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엔진, 섀시, 바디, 인포테인먼트(IVI), 운전자보조(ADAS), 자율주행(AD) 등 각각의 영역이 따로 존재했죠. 하지만 지금의 트렌드는 다릅니다. 자동차 OEM들은 더 효율적이고 유연한 구조를 위해 이 도메인들을 하나로 통합하려고 합니다. 여러 제어기를 하나의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으로 묶어 관리하려는 시도입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비용 절감’, 또 하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의 전환입니다. 즉, 하드웨어의 복잡도를 줄이면서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구조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죠. 완성차 업체들은 이 목표를 위해 새로운 전자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있으며, Tier 1(부품업체)들은 이에 맞춰 통합형 제어기나 고성능 컴퓨팅(HPC) 플랫폼을 앞다투어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CES 2024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IVI와 ADAS를 통합한 차량용 제어기가 공개되었고, 2025 상하이 모터쇼에서는 각국 업체들이 ‘도메인 통합’을 주제로 다양한 사례를 선보이며 새로운 경쟁의 장을 열었습니다. 지금, 자동차의 두뇌가 하나로 모이는 ‘통합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1. 도메인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들
도메인 통합은 단순히 여러 ECU를 하나로 묶는 일이 아닙니다. 마치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을 하나의 악보로 맞추는 것처럼, 정교한 기술과 아키텍처 설계가 필요합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우선 ‘고성능 컴퓨팅(HPC)’ 플랫폼이 중심에 있습니다. 여러 도메인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려면 강력한 연산 능력과 빠른 통신이 필수죠. 이를 위해 PCIe, Ethernet 기반의 고속 통신 구조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가상화(Virtualization)’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합니다. Ghost.Device기반으로 하이퍼바이저를 이용해 각 도메인의 소프트웨어를 논리적으로 분리하면서도, 물리 자원을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합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가 중요합니다. 기존에는 기능별로 소프트웨어가 고정되어 있었지만, SOA를 적용하면 기능을 서비스 단위로 분리해 재사용성과 유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OTA(Over-The-Air)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실시간으로 개선하거나 확장할 수도 있죠.
또한, 운영체제(OS) 측면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QNX, AUTOSAR Adaptive 등 서로 다른 OS가 공존하면서 도메인 간 조화로운 협업을 이루는 ‘통합 OS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AI가 결합되면, 데이터 기반의 예측진단과 지능형 제어가 가능해집니다. 즉, 자동차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2.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과 로드맵의 흐름
도메인 통합이 성공하려면 단순한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OEM과 Tier 1이 함께 만들어가는 전략적 협업이 필수적이죠.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성공 요인(Key Success Factor)과 단계적인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우선 핵심 성공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Integration 역량입니다. 서로 다른 시스템을 하나로 묶는 능력은 Tier 1의 생존력과 직결됩니다.
- 안정성 확보입니다. ISO26262 기반의 기능 안전(Functional Safety)과 사이버보안은 통합 환경에서 더욱 중요해집니다.
- 확장 가능한 소프트웨어 구조입니다. OTA와 모듈화 된 설계는 차량의 생명주기를 연장시키는 핵심 요소입니다. 마지막으로, 고객 맞춤형 대응력입니다.
각 OEM의 철학과 아키텍처는 다르기 때문에, 유연하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입니다.
대력적인 업계 기술대응 로드맵을 살펴보면, 단기(25년~)에는 IVI와 ADAS 등 일부 도메인을 통합한 제품이 상용화될 것입니다. 중기(30년)에는 SDV 대응을 위한 통합 제어 플랫폼이 본격 확산되고, AI 기반의 예측 제어가 내재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5년 이후)에는 모든 도메인이 클라우드와 연계된 완전한 통합 시스템으로 진화하게 될 것입니다. 이 로드맵은 자동차 산업이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 산업으로 옮겨가는 과정임을 방증합니다.
3. OEM과 Tier 1의 실제 사례
이제 실제 사례를 통해 이 변화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살펴보죠.
BMW는 이미 HPC 기반의 통합 아키텍처를 도입하여 IVI, ADAS, 차량 제어 기능을 하나의 컴퓨팅 플랫폼에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스텔란티스는 자체 HPC 아키텍처를 설계하면서 EMS 파트너와 함께 생산 효율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또한 ‘SDV 전환'을 공식 선언하며, 단계적으로 도메인 통합을 추진 중입니다.
한편 Tier 1 업체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Bosch는 Cross-Domain Controller를 통해 IVI, Body, ADAS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였고, Continental은 Ethernet 기반 통신과 통합 소프트웨어 스택을 제공하며 OEM들과 협력 중입니다. 국내 Tier 1 기업들 역시 AI, 네트워크, 안드로이드 기반의 CDC(Connected Domain Controller)를 중심으로 자체 플랫폼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즉, 글로벌과 국내 모두 통합의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셈입니다.
도메인 통합, 자동차 산업의 ‘두 번째 심장’
도메인 통합은 단순히 제어기를 줄이는 기술적 효율화가 아닙니다. 이는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뇌 구조(차량. 아키텍트)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미래 차량의 본질을 바꾸는 과정입니다.
핵심적으로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정리해 봅니다.
- 통합 아키텍처는 SDV 시대의 필수 인프라이고,
- Tier 1의 경쟁력은 Integration과 AI 기반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나오고,
- 기능 안전(Functional Safety)과 Gateway 기술도 중요영역임
이제 자동차는 더 이상 여러 제어기의 조합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체처럼 작동하는 지능형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죠.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통합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Gateway와 기능 안전(Functional Safety)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