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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마인드-1] 전략적인 보고서란?

'방향성' 및 '의사결정 근거'

by Jake Shin

“전략이란 무엇일까요?”

(몇 년 전, 한 임원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입니다. 그때 저는 잠시 생각을 멈췄다가 이렇게 답했죠.)


“제한된 자원 속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원은 잠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습니다.)


“음,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그건 운영의 영역 아닐까요?”


그 한마디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전략기획’을 5년 넘게 해 왔고, 나름 전략이란 걸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날 이후 “전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말은 단순한 피드백이 아니라, 제 커리어 전체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운영과 전략의 경계에서]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이건 전략적으로 접근해 보자”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그 말을 곱씹어 보면, 대부분은 ‘좀 더 크게 보자’, ‘조금 장기적으로 생각하자’ 정도의 의미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전략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고객사 요구사항을 반영하고, 성과를 높이기 위한 단기 실행계획을 세우는 것, 그게 곧 전략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 날, 본부장님 보고 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료는 잘 정리됐는데, 전략적인 느낌이 안 나네.” 처음엔 억울했습니다. 시장 데이터도, 고객 요구도, 내부 일정도 모두 담았는데 무엇이 전략적이지 않다는 걸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보고서엔 ‘왜 이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라는 의도가 빠져 있었던 겁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전략적인 보고서란 ‘무엇을 보여주는가’가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를 설득하는 문서라는 것을요.




[전략적인 보고서란 결국 ‘의도’의 언어]


전략적 보고서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의도와 방향의 언어’라고 봅니다. 같은 데이터라도 해석의 각도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매출이 감소했다고 보고할 때 “수주가 감소했습니다.”로 끝내는 사람도 있고, “고객사 정책 변화로 공급 라인이 축소되어 새로운 도메인 확장이 필요합니다.”라고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두 문장 모두 사실이지만, 후자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전략적인 표현의 차이입니다. 보고서의 핵심은 단순히 현상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앞으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것이죠.




[Inside-out으로 시선을 바꾸다]


본부장의 피드백 이후, 저는 보고서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전까지는 고객사 관점, 즉 Outside-in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Inside-out 관점으로 접근했습니다.


먼저 회사의 역량을 정리하고, 그중 핵심 성공 요인(Key Success Factor)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외부 협력으로 채워 넣었죠. 이 과정을 거치니 보고서가 달라졌습니다. 고객사 요청에 ‘맞춰가는 문서’에서 회사가 ‘제안하는 문서’로 변했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전략적인 느낌이 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략적 보고서의 특징 – 단순하지만 분명한 세 가지]


돌이켜보면, 전략적인 보고서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마도 회사에서 임원들과 미팅을 많이 해보면 체득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맥락이 있습니다." 데이터가 아니라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시장의 흐름, 고객의 변화, 자사의 위치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 "선택과 집중이 있습니다. " 모든 것을 담으려 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버릴지를 명확히 결정하는 순간, 보고서의 중심이 생깁니다.


마지막으로, "실행이 보입니다." 방향만 제시하고 끝나지 않습니다. 전략은 결국 실행 가능한 계획이어야 하니까요.




[전략적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


전략적 보고서를 잘 쓰기 위한 핵심은 단순히 정보를 요약하는 게 아니라, 논리의 뼈대를 세우는 일입니다. 저는 평소 아래와 같이 접근합니다.


- 첫 장에서 방향성을 명확화

보고서의 첫 슬라이드는 결론이자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입니다. “우리는 A 영역에 B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 문장 하나만 명확히 해도, 그 뒤의 모든 페이지가 자연스레 논리를 따라갑니다.


- 데이터는 이야기처럼 풀기

차트를 보여줄 때 단순 수치가 아니라 그 변화의 이유와 맥락을 덧붙여야 합니다. “지난 분기 점유율 하락은 고객사 정책 변화에 따른 결과로, 공급망 조정이 불가피했습니다.” 이런 한 문장으로 보고서의 무게감이 달라집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초점두기

전략은 자기 인식에서 시작됩니다. 잘하는 것은 강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협업으로 보완하는 것, 이 균형이 전략의 핵심입니다.




[매일의 실천 속에서 전략적 감각을 기르기]


전략적 보고서를 잘 쓰는 사람들은 평소에도 사고의 방향이 다릅니다. 그들은 ‘무엇을’보다 ‘왜’를 먼저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매일 이런 작은 훈련을 시도합니다.


하루 한 번, “왜?”로 시작하기. 어떤 문서든 “왜 이 방향인가?”를 묻는 습관을 들입니다. 이유를 찾는 과정이 곧 전략적 사고의 근육을 만드는 일입니다.


주간 회의 후 ‘결정의 이유’ 복기하기. 회의 결과보다 ‘왜 그 결정을 내렸는가’를 복기하면 조직의 사고 흐름을 읽는 눈이 생깁니다.


보고서 한 장에도 방향성 한 줄 넣기. 단순한 현황 보고라도 마지막에 “이후 단계로는 무엇을 제안할 것인가”를 적어두면, 그 한 줄이 보고서의 결을 완전히 바꿉니다.




"전략은 결국 ‘생각의 언어'"


지금 돌이켜보면, 그 임원의 말이 참 고마웠습니다. “그건 운영 아닐까요?” 그 한 문장이 제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으니까요. 전략은 거창한 슬로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의도를 가진 사고, 그리고 방향을 말하는 언어입니다. 보고서 한 장에도 그 의도가 담겨 있다면, 그건 이미 전략적인 문서입니다.


혹시 지금 작성하고 있는 보고서는 ‘전략’을 담고 있나요, 아니면 단지 ‘현황’을 보여주고 있나요?? 매일의 보고 한 줄이라도 “왜 이 방향인가”를 써보는 습관, 그게 바로 전략적 사고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은 이번글과 연계하여, '전략이 없는 보고서가 빠지는 5가지 함정(방향성과 판단의 근거가 부재인 보고서)'에 대해 공유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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