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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움 Sep 26. 2019

매직카펫 매거진의 시작

매직카펫 레터 1.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냐면요

안녕하세요. 매직카펫 매거진의 발행인 겸 에디터 피움입니다.


7월에 시작한 이래로 어느덧 다섯 명의 인터뷰이를 만나 총 11회의 브런치를 발행했어요. 다음 주에는 여섯 번째 인터뷰가 올라올 예정이고 일곱 번째 인터뷰이와 만날 약속도 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를 더 쌓아가기 전에 매직카펫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매직카펫이 뭔지도 한 번은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그러자면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책 <빅매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해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34962&start=pnaver_02


이 책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두려움을 넘어 창조적으로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인데요. '창조적인 삶’이라는 게 상당히 거창해 보이긴 합니다. 게다가 ‘매직'이라니… 수상쩍은 느낌마저 들기도 하죠.


책의 초반부에 길버트의 친구 수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자신이 그저 일상의 소비자로서 매일 주어진 일들을 의무적으로 처리하는 수동적인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는 자괴감’을 느꼈다고 해요. 이 책을 읽을 당시 저 역시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이 갑갑하고. 뭔가 새로운 자극과 시도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뭔가를 만들어 사람들 앞에 내어놓는다는 것은 늘 어느 정도의 두려움을 수반하는 일이죠. 결과가 별로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날 뭐라고 생각할까?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두려움은 지루하다’ 그 두려움은 남들이 가진 두려움과도 같은 것이고,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지루한 결정만을 내리게 해서 결국 ‘매일매일 그저 한결같이 똑같은 것들일 뿐’이라고요. 그래서 두려움은 지루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해요.   


다시 수전의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그가 창조의 기쁨과 홀가분한 기쁨을 느낀 게 언제였나 돌아보니 10대 시절 피겨스케이트를 타던 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그만뒀지만 그의 인생에 그만큼 환희를 주었던 것도 없었던 거죠.


그래서 마흔 살을 맞은 수전은 다시 피겨 스케이트를 시작합니다. 어린아이들 뿐인 아이스링크장의 유일한 중년 여성으로 말이에요.  


수전이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되고 싶다거나 뒤늦게 재능을 발견해서 다시 스케이트를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그저 매일 아침 출근 전에 스케이트를 타면서 자신만의 기쁨을 누리기 위한 것이었죠.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수전이 피겨스케이팅을 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수전에게 스케이트 타기는 그녀의 인생에서 여타의 방법으로는 가닿을 수 없는 어떤 아름다움과 초월의 지점을 이끌어 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중략) 바로 이것이 내가 창조적인 삶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창조적인 삶에 깃드는 행복, 재미와 같은 마법을 ‘빅매직’이라 부릅니다. 그러니까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말하는 창조적인 삶이란 게 꼭 예술을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닌 거죠.  


그럼에도 여전히 좀 거창해 보이긴 했어요. '여타의 방법으로는 가닿을 수 없는 어떤 아름다움과 초월의 지점을 이끌어 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니.


그렇다면 제 주변에 대입해보면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생각해봤죠. 그래서 생각났던 사람들이 지금까지 제가 인터뷰한 분들이었습니다. 사회인 야구, 보컬 트레이닝, 스윙 댄스, 아프리칸 댄스, 일식 여행 등등. 딱히 그 활동들을 본인이 잘해서 하는 사람들은 아니었어요. 단순히 더 잘하고 싶고 즐겁고. 그래서 시간을 들이는 거죠.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돌아다니던 와중에 때마침 친구가 아이디어를 줬습니다. 그렇게 갑갑할 땐 뭐라도 해야 한다고. 글을 쓰라고. 일단 시작하라고. 하지만 딱히 쓰고 싶은 게 없는데? 그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 주변에 재미있는 사람들도 많고 너는 다른 사람들의 매력, 장점을 잘 발견하는 걸 잘하니까. 오호!


어렸을 때 비디오가 늘어지도록 본 애니메이션 <알라딘>. 영화 버전도 정말 좋아해요.


그럼 프로젝트 이름부터 지어야겠죠? <빅매직>의 영감을 담아 ‘매직’이란 단어가 꼭 들어가도록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마침 <알라딘>이 극장에 걸려있었고, 어릴 때부터 <알라딘> 비디오를 100번은 족히 돌려본 사람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삽입곡 ‘A whole new world’가 나오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매직카펫이 없었다면 알라딘과 재스민이 새로운 세상을 그토록 신나게 날아다닐 수 있었을까?


그날 밤 '매직카펫 매거진’의 이름을 짓고 계정을 만들었어요. 배경음악으로 자우림의 ‘매직카펫 라이드’와 ‘A whole new world’ 무한 반복해서 들으면서요.


이렇게 시작한 ‘매직카펫 매거진’은 저에게 큰 활력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사람들에게서 에너지도 받고 제 삶에 참고가 될 만한 좋은 점들을 발견하곤 하니까요.


가장 큰 즐거움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에너지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를 설명할 때 쓸 수 있는 단어들이 늘어난 점도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제가 정의한 ‘매직카펫’은 ‘취미’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것, 그 이상의 애정과 에너지를 쏟는 활동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설명할 때 보통 직업으로 말할 때가 많은데 '매직카펫'은 나를 설명할 또다른 말이 되어주기도 하죠.
 

이렇게 장황하게 썼지만 사실은  <빅매직>을 완독 하진 못했어요. 완독의 강박을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는 독자라고 해주시길.... 하지만 저에게 중요한 책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앞으로도 인터뷰 사이사이 이렇게 '매직카펫 레터’라는 이름으로 인터뷰이들을 통해 제가 느낀 점, 바뀐 점을 비정기적으로, 종종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우선은 다음 주에 찾아올 새로운 매직카펫 라이더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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