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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움 Nov 05. 2019

Part2. 무대 뒤 말고 무대 위로

매직카펫 매거진 Vol8. 류승윤 님(2)

'Part1. 길목에 서 있는 사람'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piuda/32


이렇게 듣고 보니 승윤님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로 연기가 빠질 수 없을 것 같아요. 본인은 어떤 키워드를 뽑나요?   


어제 제가 회사 사람을 만났는데 제가 굉장히 에너제틱하대요. ‘에너제틱’이라는 키워드가 생각났어요. <내 마음 보고서>에서도 저의 두 번째 키워드를 그렇게 뽑았어요.   

승윤님의 <내 마음 보고서> 마지막에는 나희덕의 시 <푸른 밤>이 실려있다.

‘무언가에 매진하는 열정이 대단합니다’라고 쓰여있군요. 에너자이저의 속성을 어디에 풀고 있나요?   


회사 사람들이 봤을 때는 일에 굉장히 매진하는 것처럼 보이나 봐요. 그냥 하는 말이겠지만 벌써 임원 같다고 그래요. 그런데 사실 저는 딴짓하고 싶고, 되게 예술적인 사람이고.  


제가 외국인들과 일하는데 그들에겐 특유의 아티스틱(artistic)함이 있어요. 인생과 일상이 모두 그들에겐 예술이에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랑 이야기해보면 제가 그들 나라의 예술은 더 많이 아는 거죠.  


그들의 바탕화면에 있는 그림의 작가를 보고 '그거 누구 그림 아냐? 그거 어디 미술관에 걸려있어.'라고 말하는 거죠. 제가 한국인이지만 BTS를 잘 모르고 저보다 K-POP을 더  잘 아는 외국인이 있는 것처럼 그 사람들 입장에선 그런 느낌인 거죠.


업무적으로 보면 저는 무대에서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에요. 어떻게 보면 행정이죠. (*승윤님은 요식업계에서 구매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 프랑스인과 이야기하다가 그 사람이 '그 영화 있잖아, 그거'하면 제가 '<아멜리에>? 오드리 도투 나온 영화잖아.'라고 이야기해요.  


그러면서 느꼈죠. '프랑스인보다 프랑스 예술을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 쪽으로 더 가봐도 되지 않을까'라고. 그런 포인트마다 점점 더 생각하게 돼요.   


그럼 승윤님은 무대 뒤 말고 무대 위에서 프레젠테이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나요?


어제, 오늘 계속 생각했던 건데 저는 조연이 됐건 뭐가 됐건 무대에 서야 할 것 같고, 일에서도 주도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것 같아요.   


승윤님의 나아갈 방향은 확실해 보이는데요. 그럼 난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어요. 왜 연극 안 하고 있어요? 연극하는 동호회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겁이 나는 것 같아요.   


그럼 다르게 물어볼까요. 취미와 일의 차이는 뭘까요?   


아직 명확한 답을 얻은 건 아니지만 일이랑 취미를 분리하면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한계요?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감상만 하고 그냥 소비자로서만 있으라고.   


좋아하는 걸 일로 하면 괴롭다는 거요?   


바로 그거예요. 좋아하는 거 하지 말라고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제가 느끼는 건 좋아하지 않는 일은 동기부여가 안 된다는 거예요.   


정말 주도성이 중요한 사람이네요.   


맞아요. 예를 들면 결혼도 무난하니까 그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제 마음이 납득해야 감정이 생기는 거죠. 어느 정도 조건이 된다고 해서 되는 사람이 아닌 거예요, 저는. 일도 어느 순간에는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승윤님을 계속 SNS에서 알아왔으니까 자주 피드에 올라오던 클래식 공연 후기들을 보고 아마 승윤님의 키워드는 클래식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금 예상치 못한 답들이 나와서 굉장히 재미있어요.   


공연을 좋아해서 올해 들어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공연을 봤더라고요.  


작년에는 일을 쉬면서 펀딩을 했어요. 전시회들에 대한 레퍼런스가 있어서 어느 기획사가 그동안 해온 것을 봤고 만족도도 높았으니 이번에도 잘 될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팬의 입장에서 소액이지만 펀딩을 했어요.  


수익이 많이 남는 건 아니지만 투자자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전시회에 참여도가 달라졌어요. 이렇게 하면 좋겠다, 저렇게 하면 생산성도 높아지겠다,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어요.  


10년 전에 인터넷으로 보고 괜찮다고 생각한 사진작가가 있었는데 이번에 올라온 전시회 펀딩이 그 사람이더라고요. 투자를 했고 잘 됐어요. 가서 보니까 제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들어졌고 제가 10년 전에 본 사진이 거기에 걸려있어서 너무 기뻤어요.  


이 사람이 이렇게 와서 내가 알아본 거나 그 사람이 잘 된 거나 다 기뻤어요. 그러면서 좀 더 개입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꽃꽂이 클래스에서

들어보면 본인의 안목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데 두렵다고도 했잖아요. 뭐가 두려운 걸까요?   


그러니까 아마추어로서는 평가를 안 받으니까 의식 안 하고 쉽게 할 수 있는데 프로의 세계에 발을 담는 것에 대한 내적 공포심이 있어요.   


승윤님은 잘하는 것도 중요한 사람이군요.   


네. 그런가 봐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지금 하는 일도 열심히 인풋(input)을 해서 여기까지 올라온 거예요. 좋아하지 않는 영역의 일에서도 이런 인풋(input)인데 이게 제가 좋아하는 분야로 가져가게 되면 일과 취미의 경계가 정말 없어지겠죠.   


정말 헌신하는 사람이 될 것 같아요.   


몇 년 전에 제 상사가 따로 불러서 '애상'(좋아하는 사람이나 사물에 애착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애착이 있다고. 밥도 안 먹고 일을 파는 거죠. 그러니까 회사에서 오퍼가 오는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저도 비겁한 게 안락함을 안 놓으려고 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음악 관련 프로그램도 챙겨서 보고 있어요. 얼마 전엔 JTBC <슈퍼밴드>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 공연에도 다녀왔고요.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에 올렸죠? 공연을 참 많이 보는 사람이구나 했어요.   


그런데 제가 보는 것 중에 일부만 올리고 있어요.   


그런 후기 잘 올리시는 편이던데 일부만 올리는 거라고요?   


참는 거예요. 퇴사하고 사업을 할까도 했지만 일단 아이템도 없고 제가 사업가를 할 사람은 아니더라고요. 대신에 사업을 하는 사람한테 가면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저의 마음의 소리를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승윤님의 인터뷰는 Part3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piuda/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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