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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해리 Jun 29. 2023

10. 나의 자유 독립선언문

영화 브레이브하트 윌리엄 월레스 멜 깁슨이 말했다. "자유를!!!"

며칠 전이었습니다.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하고 있었습니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합니다. 6월의 어느 날도 그랬습니다. 무슨 일이냐 하면, 비즈니스로 만난 관계에서 협업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만 오고 갈 줄 알았는데, 일적인 이야기와는 별개로 인생과 같은 대개 심오한 주제를 말하게 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00님, 목표가 뭐예요? 원하는 게 어떤 것입니까?"


대화 문맥 상 업무에 대한 목표는 아니었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내야 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나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원했으니까요.


"자유입니다."


이게 전부였습니다. 비즈니스 관계에서처럼 어떤 감정을 숨기고자 노력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한치의 잘 보이기 위한 답변도 아니었습니다. 이 답변을 듣고 앞에 계신 당신께서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시고 떠나갈 수 있다는 것을 한 번도 염두해 본 적 없습니다. 진짜 솔직한 답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2시간 후 하루 일과를 종료하며,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서 6월의 어느 밤 자유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곱씹었습니다. 자유라는 단어는 생기 어린 말이었습니다. 무기력, 우울증, 좌절, 대인기피증, 분노, 불면증, 스트레스,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웃게 만드는 단어입니다.


영화 브레이브하트 윌리암 월레스 (멜 깁슨 역), 스코틀랜드의 성웅, 스코틀랜드의 독립 영웅이자 수호자가 사지가 망가지며 굉장히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와중에 말하는 "자유를!!!" 대사가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 쇼생크 탈출 레드 (모건 프리먼 역), 절망이 가득한 교도소 한가운데에서 앤디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한줄기 희망을 가지고, 가석방 심사에서 몇 번이나 떨어졌다가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었을 때 철장 밖으로 나가, 앤디를 만나러 가는 장면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떤 의미에서 자유가 주는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에게 있어서 자유는 돈보다 소중합니다. 무모하지만 답이 없는 바깥으로 나와 사업자로서 제2의 삶을 살아가며, 희망이 없는데도 여기까지 저를 이끌어준 엔진이기도 합니다.


경제적 자유? 좋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저도 원합니다. 하지만 자유는 경제적인 것만 있지 않습니다. 보다 크고 폭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쯤 이미 겪어봤고, 앞으로 언제든 다시 찾아을 수 있는 무기력, 우울증, 좌절, 대인기피증, 분노, 불면증, 스트레스, 부담감에서 자유라는 단어는 얼마든지 다시 적어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돈으로 회유하고, 협박하고 정글 같은 현실 자본주의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금은보화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의 흐름대로 내가 어떤 자유를 원하는지 적었습니다. 완결판은 절대 아닙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될 것이기에, 때로는 수정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되거나, 아니면 기존 내용이 삭제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나의 자유 선언문을 적을지 말지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하였습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잃어버리는 것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아니면 '이거 써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다시 들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고, 운 좋게 타이밍이 온다 해도 실제로는 써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나의 자유 선언문을 이렇게 적어보고자 합니다. 제가 원하는 자유입니다.



1. 다른 사람에게 자아까지 지배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 교류하다 보면,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세뇌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저는 이 '세뇌'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요. 그런 것을 시도하는 사람에 대한 거부감보다, 그것을 필터 없이 검증 없이 받아들여서 내 시야가 좁아지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디에서 봤는데요, 우리가 나와는 다른 사람과 구별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자아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런 자아를 지우고, 성공한 사람의 자아를 Ctrl 'c' + Ctrl 'v' 해서 복사 붙여넣기 하라는 것은 한 걸음 물러서게 만드는 요구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자의식이 너무 과해서 스스로 배움의 길을 막아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만 중요하다는 사고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아를 없애버리고, 어떤 사람의 자아를 복제하려고만 한다면 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자아에 대해 그리움만 남을 것 같습니다.



2. 내 시간에 대한 자유는 온전히 저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은 복원 불가합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요즘 느끼는 것은 나에게 최적화된 시간관리 개념은 다른 사람의 그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시간표는 나의 생체 리듬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일, 다음 주, 한 달 뒤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일상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시간에 대해 통제하기를 원하십니다. 만약 보너스 게임처럼 '같은 양' 또는 '더 많은' 시간들이 인생에서 보장된다면 이런 시도를 마냥 거절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크게 현타를 느낄 때가 언제인 줄 아시나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만, 남의 꽃을 한참 관리해 주고 키워주다가, 하루 대부분 시간을 그렇게 보내다가 어두운 집으로 들어왔는데 나의 꽃이 점점 시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 점점 시들어가던 꽃이 마침내 죽고, 죽어버린 꽃을 뒤늦게 발견하고, 감정 없이 처분하였다가, 남의 꽃을 관리해 주는 일에서 나 역시 시들어가고 있을 때, 그때 내가 내 손으로 버린 나의 꽃이 떠오를 때. 나의 꽃은 이미 없고 나의 손에는 남의 꽃을 길러주기 위해 묻힌 흙과 먼지만이 남아있을 때. 이 감정은 겪어본 사람만이 공감하실 것입니다.


'그때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지만, 나의 꽃은 아주 작고 여린 한 송이의 꽃이지만, 당시 나의 미래가 찬란하게 빛날지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나의 꽃을 집중해서 키울 걸.'


직접 겪어본 것도 있고, 옆에서 지켜본 것도 있지만, 저의 경우에는 이런 경험이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다시 되돌릴 수 없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3. 모든 사람을 환대하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정말 많지만, 환영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내향적인 성격이 있고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낯을 가리지만 '사람' '인간' 자체는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억지로 자연스러움을 연출해야 되어서 만남 때마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줄곧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나의 자유까지 상납하도록 강요되는 관계들이 있습니다. 시간을 들여 충분히 생각을 전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강요합니다.


드라마 대행사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습니다. 왕 회장 역할을 맡으신 분 대사인데요. 자신은 (비교적 수수한) 크림빵을 좋아하는데,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은 비싸고 호화스러운 선물을 가져온다고 합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며 극 중에서 이보영 님께 말씀하십니다.


"이건 호의가 아니다. 자신이 잘 났다는 것을 뽐내기 위한 것이지."


손뼉을 치면서 공감하였습니다. 저는 왕 회장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절대 아니지만, 크게 본다면 왕 회장이 말하는 포인트에 공감할 수는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호의를 가장한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있다면 영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한번 본 것인데, 명절에 집까지 찾아와 저의 친인척에게 모두 인사를 하고 싶다든지. 불가피한 이유에서 만남을 거절하면 오히려 화부터 낸다든지. 심지어 부탁도 한 적이 없는데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저에 대해서 '좋게'(?) 전달하였다며, 자신의 노력을 칭찬까지 해달라고 요구한다든지. 오 마이 갓..


너무너무 많지만 글은 줄이는 걸로 할게요.



4. 나의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자유를 좋아합니다.


오늘 살펴본 이 많은 자유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 인생에서 배우고 정립한 원칙을 지키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분도 계십니다. 여기서 말하는 원칙이라면 쉽게 말하여 '내 인생'이라는 게임을 플레이할 때 지키는 나만의 룰 같은 것입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방법일 수 있고, 마감하고 정리하는 루틴일 수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선을 넘지 않기를 원한다면, 어떤 분들은 거짓말에 동조하고 선을 넘도록 압박합니다. 아주 싸하게 '내 인생'이라는 게임을 철저히 무시하는 거죠. 위 내용과 겹칠 수 있는데, 뭐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매번 저는 저만의 선을 지키고자 합니다.


누가 보더라도 무리한 요구는 거기에 협조하게 되면, 결국 내 존재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사람이라면 하면 안 되는 것인데, 정도가 너무 심하면 언젠가는 그 모든 것이 나에게 대가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어깨너머 배웠습니다.


사람이기 위해서, 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아무리 보잘것없고 사소한 나만의 규칙이라도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자유를 원합니다. 내가 만든 게임에서 내가 지키고자 하는 규칙을 지키며 플레이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을 때, '자유'라 답하더라도 그 답변의 무게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오늘 모든 자유를 적지는 못 하였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 < 자유론 > 책을 읽어보고 싶어 지네요)

하지만 나의 자유 독립선언문은 앞으로도 계속 채워질 것입니다.


세상의 어떤 금은보화보다

나의 가슴을 띄게 만드는 단어, 자유.


저는 자유를 원합니다.





2023/06/29 나의 자유 독립선언문 서명완료


Copyright. @노마드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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