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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해리 Jul 31. 2023

13. 30대 연금술사를 다시 읽고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아니면 프로필 사진도 없고 상태 메시지도 없는.


한참 프로필 사진 업데이트를 위해 바삐 살아가던 23살 가을 어느 날 저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고된 업무를 마치고 회사 근처 술집에서 파전 좀 시켜서 1~2시간 수다를 떨고서, '내일 봅시다'라는 말을 하고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출근하는 상사 분들의 심정을. 


당시 저보다 최소 10살에서 15살 이상 차이가 났던 상사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후발대로 회식장소로 이동하던 어느 날 상사가 물었습니다. "00 씨, SNS 그거 열심히 하면 좋아요?" "SNS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시간 가는 줄 모른다니까요?!" 상사는 아무 말도 없이 의미를 모를 미소를 한 번 지어줄 뿐이었습니다. 


'이걸 왜 안 하시는지 몰라?' 속으로 이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남들과 같이 SNS 감성을 내뿜는 것이 개성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땐 그랬죠.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이런 문구를 소개글로 세팅해 놓고, 또는 프로필 사진 + 상태 메시지 둘 다 없어도, 개성을 드러내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말이죠.


오히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순간에도 자아를 잃지 않는다는 것. 표현하든 안 하든 절대 자아를 잃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어느 날들의 상사 분들은 나름대로 자아를 지켜내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코로나19 한참 유행이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너무 힘들었던 순간.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책을 읽었습니다.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도 읽은 적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난 토요일 다시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를 다시 읽었습니다. 와닿는 포인트가 달랐습니다.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책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절은 온데간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양치기 산티아고가 길을 나서는 과정, 크리스털 가게 에피소드가 결말처럼 보였습니다. 산티아고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표지를 인지하고, 자신을 왕이라고 말하는 노인을 만나서 모험가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모험을 시작한 첫째 날, 가지고 있었던 재산을 도둑질당해서 모두 잃고,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하게 됩니다. 크리스털 가게에서 1개월이고 6개월이고 몇 달이고 일하던 산티아고는 다시 떠나야 할 때임을 압니다. 마크툽. 다시 자신의 길을 갑니다.


자세한 내용은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마음에 드는 포인트들이 상황마다, 사람마다 다르실 것입니다. 저 역시 내년에 읽으면 다른 부분이 보일 수 있고요. 아래 생각은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 양치기 산티아고에게 양은 정말 중요한 존재였지만, 모험가 산티아고에게 양은 '모험'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내미는 존재이다. 산티아고가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과정에서 양들을 하나둘 떠낸다. 이건 산티아고가 자신에게 익숙한 것들을 떠나보내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본다.


- 크리스털 가게 주인 역시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아의 신화를 이루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 보임. 한때는 순례를 떠나는 것을 자아의 신화라고 여겼지만, 살다 보니 크리스털 가게를 운영하며 산다는 (또 다른) 자아의 신화를 발견해서 충실히 살아가는 인물로 보였음.


- 산티아고가 자신의 뜻을 전하고, 크리스털 가게 주인을 떠나던 날 어쩌면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하게 된 것도 마크툽. 비록 예정에 없었던 것이지만 자아의 신화로 나아가는 과정 중 하나라는 말이 인상 깊었음. 지금 내가 하는 일 역시 나중에 돌아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임을 돌아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김. 감사함.


- 산티아고가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하며 자아의 신화를 잊어버린 것 같았지만 결국 '잊히지 않는' 자아의 신화는 끊임없이 현실과 비교하며 선택지를 던지는 것 같음. '현실은 나쁘다?' '자아의 신화는 좋다?' 어떤 한쪽이 좋다, 안 좋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구분 짓는 사고가 아니라...


적어도 한 번씩 자아의 신화를 돌아볼 수 있으면, 

이왕 모험가 산티아고가 되기로 하였다면 자아의 신화를 반추하면,

현실을 살아가며 내 현실에서 여러 표지를 읽고 

흔들릴 때에는 자아의 신화를 다시 돌아보며 추진력을 얻을 수 있기를.


 이 정도만 되어도..


- 늙은 왕이 산티아고에게 했던 말처럼 '만물의 정기는 행복을 먹고 산다' 말만 따라..


참 행복한 삶입니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프로필 사진도 없고 상태 메시지도 없지만'


현실에서 각자 자아의 신화를 살아가고 계셨습니다.

그때 그분들.




추신 1. 

어느덧 저 역시 최소 10살에서 15살 이상 차이가 났던 상사분들과 비슷한 또래가 되었습니다. 자아의 신화를 실현시키고 계셨던 건지도 모르는 그분들처럼 저 역시 지금의 현실에서 모험가 산티아고가 한번 되어 보려고요. 


추신 2.

최근 링크드인에서 한때 같이 일하거나, 또는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였던 분들의 소식을 온라인에서 봤습니다. 당시는 몰랐지만 지금은 세계 여러 곳에서 자아의 신화를 실현하고 계시더군요. 비록 이제는 길에서 마주쳐도 아는 척을 할 수 있을지, 심지어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아의 신화란 진짜 있나 봐요.


추신 3.

참, 책 어딘가에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정말 중요한 것을 잊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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