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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비 Nov 06. 2021

외항사 승무원이 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1편

예쁜 유니폼, 정말 그게 다일까?

승무원이라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2012년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다.


많은 여학생들이 승무원이 되고 싶다고 하는 그런 비슷한 이유들로 말이다.


남들보다 유독 피부가 까만 나로서는 내가 이렇게 승무원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보통 한국에서 승무원을 논한다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의 키가 크고 늘씬한 하얀 피부의 이미지를 생각하기 때문.


하지만 2년이라는 취업 준비 기간 중 많은 면접을 통해 ‘아름다운 외모’, ‘백옥 같은 피부’ 보다 훨씬 더 중요한 승무원이 되기 위한 자질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취업 준비생으로 보낸 시간은 길고도 험난했지만, 나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하고 성장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2019년 6월, 열릴 듯 열리지 않던 합격의 문을 당당히 열고 중동 항공사 승무원이 되어 전 세계를 비행하기 시작했고, 더욱 놀라운 사실들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의 상상과는 다른 이 직업에 대해 낱낱이 밝힐 수 있는 입장으로 승무원이 될 준비를 하는 입장이라면 미리 알면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전하려 한다.


1. 예쁜 유니폼, 정말 그게 다일까?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승무원이라 한다면 예쁜 유니폼에 구두를 신고 공항을 걸어가는 모습, 전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모습 등을 상상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극히 일부의 모습일 뿐.



비행 중 식사 시간에는 비행기 구조상 보통 화장실 앞이나 옆에 자리하고 있는 점싯(jump seat:승무원 좌석)에 앉아 식사를 하게 된다.


같은 회사 동료는 그런 이유를 들며 직업에 대한 많은 회의감을 느낀다고 밝혀 당시 함께 있던 주변 이들의 공감을 산 적도 있다. 승무원이 된다면 화장실 청소도 열심히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막상 비행 중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직업에 대한 회의감은 어떠한 긍정 파워도 막을 수 없다.


요즘은 방역 절차 도입의 이유로 살균을 한다며 승무원이 화장실을 예전보다 더 들락날락하게 됐다. 외항사에는 비행하는 승무원들 중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길게 다녀온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해서 근무 중에 화장실 청소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을 터.



 승무원으로 일을 한다면, 밤을 꼴딱 새우는 것도 절대 피할 수 없는 법이다. 누구나 학창 시절 시험을 앞두고 밤을 새워 가며 공부해본 적 있을 거다. 혹은 친구들과 만나 밤을 새 본 적, 과제를 끝내려 늦게까지 깨어 있어 본 적 등등 나 또한 이런 것들을 상상하며 승무원의 밤 비행을 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했던 그런 경험들과는 달랐다. 트레이닝을 끝내고 비행을 막 시작했을 때는 밤 비행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비타민이며 자양강장제며 도움이 되는 것들을 총동원해도 밤낮을 바꿔 일하는 것은 참 힘들었다.  


물론 지금도 낮잠을 제대로 못 자고 밤 비행을 가면 호텔이나 집에 도착해 사경을 헤매며 많은 시간을 잔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건강에 많은 무리가 가는 것이 분명하지만, 직업 특성상 이런 것들을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비행을 하는 동안 우리 몸에서는 신호들을 보내게 되는데, 가장 흔한 현상에는 생리 주기가 맞지 않는 것이 있다. 어떤 승무원 동료는 3개월 동안 생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라식이나 라섹을 한 사람들을 인공눈물을 필수품으로 챙겨 다니면서 장거리 비행에 건조한 기내에서 건조한 눈을 꿈뻑이며 고통받아야 한다. 장거리 비행을 하면 유독 그렇게 코피가 난다. 그래서 승무원들이 잠을 자는 벙크(bunk:항공기에 승무원이 잠을 자는 곳)에서 쉴 때는 꼭 면봉으로 바셀린을 콧속에 바르고 영양제를 꾸준히 챙겨 먹는 등 나만의 건강을 챙기는 노하우가 생겼다.



 승무원 준비생들의 대부분이 중동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를 거다. 나 또한 그랬다.


사막과 야자수 나무가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과 금 커피를 마시며 주말 아침을 시작하는 호화로운 일상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의 생활은 이러한 상상과는 조금 다르다. 사실 아랍에미리트의 관광지로 잘 알려진 두바이의 생활은 그러할지 모르나 내가 살고 있는 수도 아부다비는 환경이 많이 열악하다.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80퍼센트가 외국인인데 그중 60퍼센트 정도가 개도국에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이 버거울 수 있다.


언어의 장벽이 그의 예시일 것이며, 라이프 스타일 또한 그들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에서 누리는 것들을 찾는 것은 어렵다. 물론, 한국 식당에서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한국 마트도 있지만, 이곳에서 두배의 가격을 지불하고 먹는 냉동 한우가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특등급 생한우를 대체할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사는 곳이 ‘외국’인 만큼 인간관계도 폭이 좁다. 누구를 알게 되면 그 사람이 나의 지인 중 누군가를 이미 알고 있다. 이런 점이 좋을 수도 있지만 나의 사생활이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된다는 것이 조심스러운 것은 맞다. 외국계 항공사 승무원이 된다면 살게 될 회사 제공 숙소도 그에 한몫을 한다.


 작다고 하면 작은 승무원 커뮤니티 안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인간관계에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없다. 한국에서와 같이 전화하면 5분 안에 달려올 수 있는 동네 친구나 중고등학교 친구,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없기 때문에 혼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외항사 승무원이라면 지인들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도 쉽지 않다. 미리 연차 신청을 해서 비딩(bidding)을 해야 얻을 수 있는데 이 또한 100퍼센트 원하는 날짜에 연차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매번 원하는 날에 한국에 다녀올 수도 없다.


그러하여 한국에서 살고 있는 가족, 친구의 생일을 현지에서 챙기는 날이 대부분이다. 또한 한국에 사는 친구들을 자주 만날 수 없기 때문에 한국 친구 관계 유지에도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원래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과 멀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연차가 그다지 길지 않기에 한국에 갈 때마다 아주 친한 친구들 만을 보고 오게 되어 친구관계가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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