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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비 May 20. 2024

현대사회 인간관계 양상에 대한 나의 솔직한 생각

이런 생각… 너도 해?


며칠 전, 어쩌다 소셜미디어에서 A가 나를 언팔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3년 전쯤 A가 나와 일로 접점이 있었는지 과거에 먼저 팔로우를 걸어 알게 되었고, 몇 번 우연히 동네에서 마주쳤지만 특별한 왕래가 없었다. A가 한국으로 돌아간 듯한 게시물을 올렸던 것이 그 사람에 대한 나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렇게 서로가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던 소셜미디어 위주의 관계였다.


그런데 어느 날, 나의 어떤 친구의 게시물에 A가 태그 되어 내 피드에 올라오더라.


그 게시물을 보고 그 A의 업로드가 어느 순간부터 뜸해졌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A와 나는 서로 언팔이 되어있었다.



기분이 어떻냐고? 크게 내 기분이 이렇다 할 만큼의 감정의 동요가 있진 않았지만, 마음 어느 한 구석에 짜증 섞인 불편함이 생기더라.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나와 비슷한 일을 겪어본 사람들이 꽤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누군가가 그렇게 일방적으로 관계를 시작하고 이유 모르게 그 관계를 접은 것이 괜히 기분 나빴다.


하지만 원래 알지도 못했던 사람을 소셜미디어에서 알게 되어 실제로 지나가다 몇 번 마주쳤던 것뿐이고, 이제 얼굴 마주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신경 쓰냐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의 형태가 복잡해진 현재를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아무리 온라인 관계라 하더라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A와의 얕은 관계를 생각해 봤을 때, 상처받았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동시에 갑작스레 언팔을 한 이유도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그 사람에게 뭘 잘못했나? 싶다 가도 혼자 먼저 팔로우했다가 언팔하며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그런 이상한 사람이 다 있다며 콧방귀를 뀌게 된다.


저자 김난도, 전미영 외 8명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이런 현대인들의 관계 형성 양상을 그냥 “친하다, 안 친하다”가 아니라 관계에도 인덱스 index(색인)를 붙여 관리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인덱스 관계’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인덱스 index란 색인 또는 목록이라는 뜻처럼, 인간관계에서도 사람들을 속성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상에서만 알고 지내는 ‘인친’,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내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찐친’, 내가 앞서 이야기한 A와 같이 온라인 지인이자 일면식은 있지만 사석에서는 따로 보지는 않는 관계 등 요즘의 ‘관계 정리’는 그 깊이의 정도와 다양성이 짙어졌다.




이렇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얽히고설킨 현대의 인간관계는 우리에게 이제 새로운 인간관계 스킬을 요구한다. ‘인친’과는 서로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등 암묵적인 ‘기브 앤 테이크’가 이루어지는 뿌린 만큼 거두는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찐친’과는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은 물론, 실시간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사진보다는 글로 소통하는 인스타 스레드 threads나 디엠 direct message으로도 소통하며 복수의 채널을 통해 관계를 이어 나간다.


요즘 사람 만나는 게 이런 방식이다 보니, 온라인상에서도 사람을 거르고 제한하는 다양한 방법이 생겨났다.


인스타에는 선택된 친한 친구만 스토리를 보게 할 수도 있고, 특정 누군가에게서 스토리를 숨기는 기능도 있다. 네이버 지식인 인스타 관련 검색에는 ‘스토리 몰래 보기’, ‘차단당하면’, ‘언팔 확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인덱스 index’를 붙였는지 검색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아무리 온라인상의 얕은 관계라고 해도 사람은 결국 어떠한 방식으로든 타인을 평가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서로를 보지 못하는 온라인이라는 특성 때문에 사람들의 선호는 더욱 과감하고 극명하게 나뉜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다수의 사람들을 쉽고 빠르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살면서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의 게시물을 보고 싫어하며 신랄하게 욕할 수도, 하루아침에 누군가의 ‘찐팬’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분명 누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다. 앞서 말한 A와 같은 사람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먼저 나를 팔로우하고, 이후 나를 향한 어떤 심경의 변화가 일어 나와의 얕은 관계를 정리했을 거다.




언제 한 번은 내가 인스타를 하지 않는 지인에게 ‘인스타는 현실과는 다른 가상세상이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에서의 관계는 진짜이고 소셜미디어 상의 관계는 전부 가짜인가?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단지, 이렇게 온ㆍ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인간관계를 매일 마주해야 하는 우리는 어쩌면 이러한 인스턴트식 관계 또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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