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의 창고
기하학의 모서리에서 사람의 마음으로
누군가 내게 물었다.
“세상을 세 개의 도형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해. 동그라미, 세모, 네모만으로.”
말하자면, 동그라미는 포용이고
세모는 긴장이고
네모는 균형이다.
세 개의 도형은 마치 세 가지 성격처럼,
어느 하나가 옳거나 우월하지 않다.
다만 각자의 자리가 있고,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지탱할 뿐이다.
동그라미 — 감싸는 마음
동그라미는 모서리가 없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태도,
말끝마다 여운을 남기는 사람들,
상대의 말에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
이런 사람들은 동그라미다.
그들은 부드럽고, 다정하며,
때로는 지루하고, 흔적 없이 지나간다.
그러나 우리가 인생의 어느 모서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것도,
결국엔 동그라미다.
세모 — 날 선 마음
세모는 날카롭다.
각이 있고, 방향이 있다.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언제나 세모가 깃들어 있다.
이들은 질문을 던지고, 틀을 깨고,
기존의 질서를 불편해한다.
그래서 세모는 피곤하다.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고,
혼자서 외로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언제나 세모 같은 정신이 필요하다.
네모 — 지탱하는 마음
네모는 안정적이다.
모든 방향에 닿아 있고, 어느 모서리 하나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규칙을 지키고, 구조를 만들고,
바닥을 다지는 사람들이 네모다.
이들은 책임지고, 기록하고, 정리한다.
그래서 종종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세상은 네모 덕분에 무너지지 않는다.
네모가 없다면, 세모의 혁신도, 동그라미의 위로도
흩어지고 말 것이다.
세 가지는 언제나 함께 존재한다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속에도
이 세 가지 도형은 공존한다.
회의실에서는 네모의 마음으로 앉아 있다가
사랑 앞에 서면 동그라미로 녹아들고
가끔은, 세모처럼 날카로워진다.
우리는 완벽한 하나의 도형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감정에 따라,
도형은 끝없이 모양을 바꾼다.
중요한 건,
그 모든 형태가 나라는 한 사람 안에서
서로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의 미학
나는 건축을 좋아한다.
건축은 세 도형의 통합으로 세상을 만든다.
곡선의 외벽과 삼각형의 지붕,
직각의 방과 사각의 창틀.
그 모두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한 채의 집이 완성된다.
삶도 그렇다.
동그라미처럼 부드럽게 사람을 품고,
세모처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지니고,
네모처럼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우리는 꽤 단단하고,
꽤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2025년 어느 봄,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동그라미, 세모, 네모로 이루어진 존재라고. 그 모양이 섞이고 뒤엉켜도 괜찮다고.
결국 그 다양함이야말로
사람이라는 구조물의 아름다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