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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가 아닌 나로 존재할 수 있을까

습작의 창고

by 나바드

육체가 아닌 나로 존재할 수 있을까


내가 머물던 숙소라서 출처는 생략한다



잠들지 않는 새벽.

몸은 누워 있으나, 나는 결코 눕지 않는다.

닫힌 눈꺼풀 뒤에서,

나는 살아 있는가,

아니면 살아 있는 척을 하고 있는가.


약은 위장에서 용해되었고

신경은 이미 희미하게 무감각해졌지만,

정작 가장 고통스러운 건

아직 사라지지 않은 나 자신이다.

이해받지 못한 나,

통증이 없는 대신 무게가 실린 나,

밤을 견디는 법을 잊어버린 나.


가끔은 생각한다.

육체란 무엇인가.

맥박이 뛰고, 숨이 드나드는 그것이

진짜 인간의 조건일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나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고요한 절망,

귀에 울리는 초침과

심장보다 더 크게 들리는 무언가,

그리고,

그 안에서 여전히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나.

이건 어디에서 비롯된 존재인가.


몸은 자고 싶다며 약을 삼켰고,

정신은 깨고 싶다며 눈을 부릅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내 안의 두 개의 나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 있으려 애쓴다.


이 싸움은 언젠가 끝날까.

아니면 죽을 때까지 계속될까.

마지막까지도 ‘나’는 두 개로 분열된 채로,

육체 하나에 갇혀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묻는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정말 존재한다면

그건 심장이 아니라 질문 때문은 아닐까.


당신은 지금, 무엇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심장으로? 기억으로?

아니면 아직 꺼지지 않은 질문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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