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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주리 Feb 20. 2023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 감상 꿀팁

개인적인 감상평 8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

별점 : 2개 반

일자 : 2023.02.17

장소 : 롯데시네마 센트럴락

감상 :


원래 영화는 헌혈하고 받은 티켓으로 보는 게 제맛이었다. 난데없이 간염 보균자가 된 이후로는 헌혈을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원래는 헌혈하는 걸 좋아했다. 영화 보려고. 요즘 들어 개인적인 감상평이 연속으로 업로드되는 것은... 영화표가 계속 생겨나기 때문이다. 친구 G가 최근 헌혈을 했는데, 사은품으로 영화표를 4장 받아왔다. 정말 엄청난걸? 우리 모두 헌혈을 하자. (할 수 있다면...)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는 마블의 희망으로 평가되곤 했다. 앤트맨은 초기 인지도가 낮아서 이렇게까지 비중 있는 역할이 될 수는 없어 보였다. '핌 입자'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앤트맨이 인피니티 워와 엔드 게임을 잇는 유일한 키가 되면서 앤트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마블의 핵심이 되었다. 그런 앤트맨이 마블의 희망이 되었다는 건, 말 그대로 딱히 현재 남은 '어벤저스' 히어로들이... 임팩트가 없어서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영화만 보는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어벤저스에 이제 누가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궁금하지도 않고.


또 하나 있다면 근래 개봉한 마블 영화들의 평가가 죄다 별로 여서도 있겠다. <샹치> <이터널스>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토르 : 러브 앤 썬더>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까지 호평 일색의 영화가 단 한 편도 없다. 엔드 게임 이후로 내가 유일하게 재밌게 본 마블 영화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이 유일하다. 그나마도 추억 보정으로 간신히 살아난 거였지.


말 그대로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는 마블의 희망이었다. 이 영화마저 별로면, 앞으로 마블 영화는 안 보는 게 낫겠다 싶은.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랬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는 감상 꿀팁을 알려주자면...

핌 입자로 자신의 뇌를 쏴라.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면, 기대를 모두 내려놓았다면, 기대를 다 내려놨다고 생각했는데도 한 번 더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런 당신에게는 재밌는 영화가 기다리고 있다. 참고로 난 못했다.


슈퍼히어로 장르의 영화들이 시간 냠냠 쿠키 무비인 건 알겠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마블의 쿠키무비에 대한 접근은 이렇다.


A : 쿠키 맛이 왜 이렇죠? 저는 별로네요.

B : 뭐라구요? 당신 설마 이 쿠키랑 맛이 이어지는 드라마 쿠키를 안 먹었어요? 그걸 먹고 먹어야 맛있단 말이에요, 우리 카페 유료회원이 되면 이것 말고도 다양한 쿠키를 먹을 수 있는데 지금 당장 연 99,000원에...


이 영화를 평가하는 별점이 낮은 건

나는 이 영화를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았는데도

앞으로 마블 영화를 볼 마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



다음 영화를 위한 영화


나는 그냥 다음 영화를 위할 뿐인 영화가 싫다. 그럴 거면 차라리 솔직하게 1부라고 하던가.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 1부>. 나는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타노스라는 거대한 빌런을 등장시킬 뿐인 영화라 생각해서다.


이 영화는 꽤 오랜만에, 다른 마블 히어로들이 아무도 안 나온다. (언급은 된다.) 그냥 앤트맨과 릴리, 캐시가 주역으로 등장하는 앤트맨 가족 드라마다. 멀티버스와 가족 서사라면 <애브리씽 애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이미 너무나도 훌륭하게 다루어버렸는데... 난 이미 끝판왕을 보고 온 셈인 걸까.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있다. 뭔가 대단하거나 짜임새 있는 설정으로 비롯된 전개는 없고, 모든 일이 그냥 일어난 일이어서 일어난다. 양자 영역에 신호를 보내서 억지로 양자 영역으로 빨려 들어갔고, 뭐가 이래서 이렇게 됐고. 의문을 표할 시간도 없이 후다닥 전개할 뿐이다.


그러니까 인과 관계는 있는데, 대단한 건 아니다. 보는 사람은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뇌를 비우면 된다. 신호를 보냈는데, 어떤 구조로 역추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뭐가 어떻게 됐고 소환을 했다. 그냥 역추적을 했대... 개미는 왜 똑똑해졌는지 잘 모르겠다. 천 년이나 학습을 했건 어쨌건 개미잖아... 천 년 전에도 개미는 개미였는데. 아, 그렇지 이 영화는 '앤트'맨이지.


중요한 건 '캉'이라는 빌런의 임팩트다. 마블이 멀티버스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나는 더 이상 인물에 몰입할 수가 없게 됐다. 멀티버스로 넘어가면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도 물론 많이 생겼지만 결과적으로는 인물들이 소모품인 것처럼 느껴지게 됐다. 인물 설정에 별로 애정이 느껴지지도 않고 '얘는 원래 이런 캐릭터야'하며 퉁치는 것 같다.


영화 내내 슬픈 눈을 한 채로 어떤 곳을 응시할 뿐인...


'캉'은 뭘 하는 녀석인가. 영화를 봤는데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영화를 본 일반 관객보다 영화를 안 본 마블 팬이 빌런을 훨씬 더 잘 알고 있는 영화다. 캉이 누군지에 대해 내가 왜 공부를 해야 돼. 영화에서 전부 알려줘야지. 내가 눈치가 없고 머리가 나쁜 걸 수도 있겠지만 모르겠다니까. 그러니까 캉을 다음 영화에서 더 잘 알려주겠다는 거잖아. 그럼 이 영화의 의의는 무엇인가. 그냥 '캉'이라는 인물의 데뷔전이란 말인가.


또 다음 영화를 위한 영화인가.

억지로 찝찝하고 궁금하게 만들어서 다음 영화 보게 하려고?

그것도 쿠키영상까지 기다려야만 떡밥을 알 수 있게 해 놓고?


캉의 데뷔전과 앤트맨의 정체성


나는 캉이 시간을 마음대로 조종한다길래 닥터 스트레인지가 타임스톤으로 도르마무를 물리쳤듯이, 캉이 시간을 되돌린다거나 할 줄 알았다. 안 그러고서야 너무 허무하게 져서. 나는 도무지 캉이 빌런으로서 히어로에게 무슨 고난과 역경을 줬는지 모르겠다. 똥폼 잡고 시간 주고 이 갈다가 죽을 뿐이잖아. 어떻게 빌런과 히어로의 전투가 단 한 컷도 매력적이지가 않을까. 진짜 눈곱만치도... 긴장이 안 됐다. 사실 전투가 멋이 없다. 앤트맨은 전형적으로 하이스트 무비에 어울리는 히어로다. 싸운다고 해봐야 '튀어 오르면서 푱'이나 '왕 커져서 펀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작아지고 커지는' 능력을 십분 발휘해 무언가를 훔쳐 달아나거나, 트리키 한 전투를 하는 게 앤트맨의 정체성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내용이 없다. 훔치는 전문 앤트맨이라고 섭외해서 코어 가져와 달라고 징징댈 줄이나 알지. 그건 따지고 보면 그냥 억지로 끼워 맞춘 거잖아. '캉'은 미래에서 왔다면서 왜 핌테크 비스무리한 기술 하나조차 없냐고. 앤트맨 하고도 싸워봤으면 아예 모르진 않을 것 아닌가. 앤트맨 하고 싸우고 '죽여봤다'는 대사를 그냥 웃기려고 넣은 게 아니고서야, 작아지고 커지는 기술 하나를 얻지 못했을까. 하긴, 이미 그런 기술이 있었으면 영화 시작도 안 했겠지.


캉이 심지어 코어를 얻은 상태였음에도,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정말 참담했다. 어쩌다 빌런 미식회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빌런도 별로야! 하면서 밥상을 뒤엎고 싶은 심정이었다. 캉이 이 영화에서 그냥 퇴장한 빌런이 아니라는 건 알겠다. 근데 사람 농락하는 것도 아니고, '사천왕 중에 가장 약한 녀석을 보냈지...'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앤트맨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와 직선적인 전개로 시원한 느낌은 들었다는 게 그나마의 위안이다. 영화가 나름 재밌게 느껴졌던 이유도 그것일 테고. 평화로우면서 찝찝한, 알 수 없는 공포감을 주는 결말도 매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겠다.


재미없는 영화


이 영화가 재미없는 영화라고 하면 수많은 재미없는 영화들에게 너무 칭찬이다. 양자 세계를 아예 새롭게 창조해 내야 하는 상황에서 '독창적이진 않지만' 재미있는 상상들이 돋보인 생물들이 많았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도 확실한 매력 포텐을 가지고 있고 베브도 귀엽고 재밌다. 


앤트맨의 소소하고도 유쾌한, 대충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막무가내식의 유머도 있다. (심지어 영화도 '대충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전개되고 있다.)


그러니까 영화의 재미 요소는 나름대로 충분하다.


베브는 정말 이상하지만 정말 귀엽습니다.


근데 몇 번 참으라는 거야, 몇 번을. 매번 시리즈의 포문이니 가볍게 관람하라느니, 페이즈가 어떻다느니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느니 솔직히 별로 궁금하지 않다. 지금 당장 내가 재밌게 영화를 보러 왔다가 괜히 찝찝하게 나간다는 게 중요하잖아. 영화가 연결되고 어떻고 간에 지금 이 영화가 별로라고. 나는 영화 각각이 매력 있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원했지, 하나의 영화를 위해 다른 영화들이 줄줄이 희생되어야 하는 건 원하지 않았다. 


시네마틱 유니버스 이상 편 :

A, B, C를 다 보고 D를 보면 더 재밌어요.

셋 중 하나만 보고 D를 봐도 좋아요.

D만 봐도 괜찮아요.


시네마틱 유니버스 현실 편 :

A, B, C 다 보고 오세요.

재미는 보장 못하지만 반드시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에게 D를 재밌게 볼 자격 따위는 없습니다.

싫다고요? 아 ㅋㅋ D는 진짜진짜 재밌는데 ㅋㅋ


냉정하게 희생되었을 뿐인 이 영화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마블은 계급장 떼고 와라. 그냥 '마블이니까 봐라'는 오만한 태도에 난 이골이 났다. <앤트맨과 와스프 : 퀀텀매니아>는 분명한 슈퍼히어로 장르의 영화인데도, 히어로보다 세계관 설정에만 매몰되어 있는 마블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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