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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주리 Feb 27. 2023

보드게임 리뷰 3

<스탁파일, 렉시오, 토르투가 2199, 로브링어>

집에서 하는 보드게임이 늘어났다. <스탁파일> <렉시오> 두 개가 추가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부모님과 보드게임을 할 거라는 상상은 하지도 못했었다. 이제 '보드게임 한 판 해'라는 말이 은근 무섭다. 말이 한 판이지, 한 판이 아니다.



1. 스탁파일


본판과 확장판 2개 (계속되는 부패, 불법투자) 세트를 구매했다.


스탁파일은 기본적으로 주식투자가 베이스인 게임이다.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별 관심이 없던 나도 재밌게 했다. 친구들하고도 몇 번 해봤는데, 룰이 쉽고 직관적이어서 부모님과 해도 재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6개의 회사가 있고, 각 회사의 주식 가치가 매 라운드마다 변동된다. 이때 개인마다 가진 (남들은 모른다) 변동 정보를 바탕으로 오르는 주식은 사고, 내리는 주식은 팔면 되는 간단한 원리다.


우리 가족은 나를 제외하고는(나도 주식 모르지만) 아무도 주식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어서 용어부터 설명해야 했다. 어려울 수도 있는 몇몇 룰은 자체적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주식이라는 테마가 그냥 말만 들어도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잖아 있기 때문에, 심리적 거부감을 줄이는 게 우선이었다. <스탁파일>은 주식에 대한 핵심 용어와 원리는 그대로 두면서 훨씬 라이트하게 게임화한 느낌이다.


이상 없이 잘 나갈 것만 같던 기업이 순식간에 파산하기도 하고, 휴지조각이었던 주식이 어느 순간 쭉쭉 성장하기도 하는 예측불허한 주식판을 잘 녹여냈다. 너무 전략적이지도 않고, 너무 운에 치중하지도 않아서 적당한 전략성 파티게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주식 카드는 경매 방식을 통해서 획득하게 되는데, 이 경매 라운드에는 블러핑 요소도 포함되어 있어서 은근 눈치싸움도 되고, 웬만해서는 손해 볼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계속 성장하는 묘미도 있다. 경매에서 손해 보는 경우란 보통 '거래 수수료'라는 함정 카드 때문인데, 내가 하도 먹어서 이제 노이로제 걸릴 것 같다.


아직은 기본판에, 쉬운 면(판이 양면으로 되어 있다.)으로만 플레이했지만 게임에 익숙해짐에 따라서 어려운 면으로 하거나 확장판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게임하게 될 것 같다.



2. 렉시오


렉시오는 까먹고 사진을 안 찍었다.


<렉시오>는 '빅 투(Big two)'라는 게임을 마작패 형태로 변환한 게임이다. 동생이 빅투를 많이 해봤다고 해서 룰을 설명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실제로 부모님한테 룰을 자세히 설명하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렉시오는 일단 패를 만지작대는 것만 해도 촉각적으로 꽤나 만족감이 있다...


렉시오의 기본 룰은 '더 커다란 숫자를 내는 것'이다. 선으로 패를 내는 사람은 1개, 2개, 3개, 5개의 패를 낼 수 있다. 만일 선 플레이어가 3개를 냈다면, 다음 플레이어도 3개를 내야 하며 모두가 낼 수 없다면 선 플레이어는 다시 패를 골라서 낸다. 순서대로 돌아가며 더 커다란 숫자를 냈을 때, 패를 낼 수 없는 플레이어가 생긴다면 가장 큰 패를 냈던 사람이 선 플레이어가 된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여 손에 있는 패를 가장 먼저 다 털어내는 사람이 승리하고, 2등은 1등과의 패 차이만큼 1등에게 점수 칩을 지불한다. 3등은 2등과 1등에게, 같은 방식으로 가서 꼴등은 모두에게 패를 지불해야 한다. 잔인한 룰이 하나 있다면 가장 센 기물인 '2'를 털어내지 못하고 패배하면 지불해야 하는 점수가 2배가 된다는 것이다. 2가 2개 있다면 4배... 3개 있다면 8배다.


패는 구름, 별, 달, 해로 일반적인 카드 게임에서 스페이드, 하트, 다이아몬드, 클로버가 있는 것처럼 4개로 나뉘어 있고 강한 순서가 있다. 같은 3을 내도 구름 3이 가장 낮고 해 3이 가장 강하다. 5개 패의 조합으로 낼 때는 스트레이트, 플러쉬, 풀하우스 같은 족보가 있어서 강한 순서에 따라 내는 것이 가능하다. 아무리 '해 2' 하나를 가지고 있더라도 계속 선 플레이어가 2개, 5개씩을 내면 이기기 쉽지 않다.


처음에는 손쉽게 몇 번 이겼는데, 판수가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아버지를 이길 수가 없었다... 전력으로 머리를 써도 이길 수 없다니,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이런 거였을까. 단 한 개의 패도 내지 못한 채로 끝난 적도 있다.


게임을 '칩을 전부 소모하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하기로 했다가, 서로 이기고 지고를 반복해서 새벽까지 했다... 다들 실력이 고만고만하다 보니 1등과 꼴등이 칩 차이를 드라마틱하게 내지 못하는 것도 이유겠다.



3. 토르투가 2199


<토르투가 2199>는 제목처럼 2199년의 우주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각 플레이어는 함선을 보유한 선장이 되어 섹터를 정복하거나 상대 선장과의 전투를 통해 점수를 쌓아 토르투가의 해적왕(?)이 되는 게임이다. <토르투가 1667>이라는 게임도 있던데, 이 게임과는 전혀 다른 것 같다.


역시 보드게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커다란 책상이다.


<토르투가 2199>는 이번에 처음 한 게임이 아니다. 작년에 H가 구매해서 H네 집에서 했던 경험이 있다. 덱 빌딩에 플레이어들 간 인터랙션이 활발한 게임이라서 친구들과 하기 딱 좋은 게임이었다. 이번에 H의 집에 우연히 4명이 모이게 돼서 또 플레이했는데 처음 했을 때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보드게임을 거의 처음 하는 친구들과 해서인지 조금 루즈한 느낌이 들면서도 나름대로 재밌게 플레이했던 것 같다.


플레이어들은 각 차례가 되면 손패에 든 5장의 카드를 활용해 함선을 움직이거나, 자원을 채취하거나, 카드를 구매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다. 다른 플레이어의 함선을 공격하거나 함선이 서 있는 섹터를 정복할 수도 있다. 카드는 기본으로 10장이 쥐어지지만 능력치가 낮다 보니 재화를 모아 더 좋은 카드를 구매하는 걸 반복해서 더 좋은 덱을 만드는 게 좋다.


각 플레이어는 함선 카드도 들고 시작하는데, 함선 카드는 각각의 함선이 가진 고유의 능력이 있어서 각 함선에 알맞는 스타일로 플레이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이번에는 카드를 새로 뽑거나, 버린 카드 더미에서 재소환하는 능력을 가진 '팬텀'이라는 함선으로 플레이했는데, '카드를 뽑는' 행동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보니 꽤나 유용한 능력이었다.


섹터마다 괴수가 한 마리씩 있는데, 괴수를 사냥하는 것도 재미다. 괴수 카드가 능력치가 상당히 좋고 점수도 주기 때문에 괴수 사냥을 메인으로 하는 플레이도 있다. 이번에 처음 플레이해 본 G가 괴수 사냥 메타로 1등을 해버렸다... 직장인 H에게는 미안하게도 정신없이 하다 보니 12시가 한참 넘어간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플레이타임이 짧지는 않아서 일요일 밤에 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게임이겠다...



4. 로브링어


정치게임의 탈을 쓴 눈치게임


<로브링어>는 정치 전략 카드게임이다. 말 그대로 정치판이다. 법안을 발의하고 제정해서 총 3개의 법안을 통과시키면 우승하는 게임이다. '발의' 카드와 '제정' 카드를 통해 진행되는데, 같은 라운드에 동시에 낼 수 없기 때문에 '발의'를 해놓고 다음 턴까지 기다려서 '제정'을 해야 한다.


문제는 그 시간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이 그냥 봐주지 않는다는 거다. 발의를 취소시키는 '발의 취소', 패를 전부 버리게 하는 '검찰 소환'등의 공격 카드를 통해 계속 방해할 수 있다. 게임이 쉽고 가벼워서 H의 이사가 끝나고 가볍게 한 판 할 수 있었다.


또한 각 플레이어는 캐릭터 카드를 들고 시작하는데, 캐릭터마다 다양한 능력이 있어서 해당 능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도 관건이겠다. 다만 플레이어 카드들이 밸런스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캐릭터마다 활용 난이도가 다른 거겠지 싶으면서도, 워낙 간단한 게임이라 다양한 전략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여기까지는 변수가 플레이어들에 의한 것밖에 없지만,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바로 '시국'카드다. 시국 카드는 한 플레이어가 법안을 제정할 때마다 전체 플레이어에게 적용되며, 한 번의 시국으로 게임의 판도가 뒤집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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