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이코노미가 발전하려면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
토큰 이코노미에 대해 알아보다가 해시드 김서준 대표 관련 내용을 읽었다:
김서준 대표는 400년 전 최초의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설립될 때부터 지금까지 주식회사 모델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지배해왔고, 이는 매우 성공적으로 정착했지만, 특정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주식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하다 보니 어떻게든 많은 마진을 남기려 하고 그렇게 생긴 이익 대다수를 몇몇 대주주들이 흡수해 버린다는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와 같은 주식회사의 약점을 블록체인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배차 서비스인 우버를 예로 설명했다. 가령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dUber, 즉 탈중앙화 된 Uber가 있다고 할 때, 승객과 운전사는 D우버를 이용한 대가로 토큰을 주고받고 이 토큰은 다음에 dUber를 이용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고 현금으로 환전할 수도 있다.
dUber가 인기를 끌어 기업이 크게 성장하게 되면 승객이나 운전사는 보유하고 있는 토큰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초기에 환전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이 김서준 대표가 말하는 주식회사 모델의 결점을 보완해 나갈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경제 모델인 Token economics이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그 생태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성공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프로토콜이 만들어져 주식회사 모델의 결점을 보완한다.
김서준 대표는 앞으로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 시대가 펼쳐질 것이며, 기존 주식회사의 개념도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실 세계의 부동산, 주식, 금융상품 등 모든 형태의 자산이 토큰화 되어 소액 단위로 거래되는 증권형 토큰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며, 디지털 자산 개념에 대해 익숙한 한국인이 이 같은 시장의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세계의 각 국가들은 개인과 기업의 편리한 경제활동을 위해 고유의 법정화폐를 채택하고 있다. 화폐, 돈이란 무엇인가? 가장 유동화된 형태의 '가치 담보물(Value Collateral)'이다. 그 가치를 가장 상위기관인 국가가 보증하며, 그 국가 내에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각 개인 및 기업들은 그 통화를 바탕으로 거래하고 신용을 평가하는 등 경제활동을 수행한다. 누군가가 가치의 반대급부를 행하지 않으면 국가의 사법력과 정치적 힘 - 공권력이 동원될 수 있다.
지금까지도 대부분 가치의 교환 과정에서는 그 교환이 이뤄지는 국가의 법정화폐가 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이 점차 상용화되며 특정한 중앙 기관이 보증하지 않는 특징을 가진 암호화폐가 새롭게 등장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대표적이다.
이더리움을 예로 들어보자. 어떠한 사업자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새로운 토큰을 발행할 수 있다. dApp이라고 부른다. 이 토큰은 이더리움이라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환경에서 동작하는 새로운 화폐 단위이다. 이 화폐 단위의 가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 알고리즘으로 화폐의 공급량을 결정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들의 활동이나 수요에 따라 토큰이 발행되고 교환되며 가치를 띤다.
이러한 토큰이 발행되면 기본적으로 법정화폐를 이용하여 그 토큰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르게 말해서 이 토큰의 가치는 다른 화폐들로부터 매겨진다. 그 화폐가 법정화폐일 수도 있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또 다른 암호화폐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끝을 좇아본다면 결국 모든 거래의 종착지는 법정화폐일 것이다. 특정한 토큰을 비트코인을 활용해서 매수 or 매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비트코인의 가치는 법정화폐로 매겨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상해보자. 만약 지금 당장 아무도 비트코인을 원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면 그 현재 내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누구에게도 매도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말은 즉, 비트코인의 가치가 0이 되었다는 말과 상동하고 중앙화 된 기관으로부터의 그 어떠한 보상이나 보장도 받을 수 없다.
(다만, 이 가정은 너무나 극단적이라 실현될 가능성이 zero에 가깝다. 왜냐하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현재 어느 정도의 내재적 가치를 담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편익을 가져다주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성 거래를 제외하고 생각하더라도, 누군가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기능적 측면에 주목하여 그것들을 수요 할 것이라는 말이다.)
내가 마트에 가서 물건을 구매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해보자. 원화로 물건의 교환가치에 대해 지불했을 경우에는 해당 물건에 대한 법적인 소유권이 존재하고 그것을 국가가 보증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보증하는 원화를 지불했을 때, 그것에 상응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국가가 그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구매했을 때는 어떨까? 보통은 다국적 거래에 비트코인이 활용될 수 있는데 해당 물건을 소유할 권리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장해주기 어렵다. 이행보증의 주체가 불명확하다는 것. (예를 들어, 내가 비트코인을 지불하여 물건을 구매했는데 해당 물건 판매자가 물건의 판매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앞서 언급한 smart contract를 통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현재 NFT 프로젝트같이 디지털화된 가산의 거래도 smart contract로 수행되고 있다. 다만, 이 smart contract가 현실세계에서 유효하려면 off-chain 상황에서 그것이 실제 수행되었는지를 검증해야 하는 oracle problem이 발생한다. Non-digital information의 측정과 확인을 어떤 과정을 통해 공정하고 신뢰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이다. 아직 깊이있게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론적으로는 중앙화된 보증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서는 실제 우리가 생활하며 거래하는 물품을 블록체인으로 거래하기 힘들다. 법정화폐로의 유동화가 수월하고 사람들이 원화라고 굳게 믿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서로 거래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은 엄밀하게 말해 원화가 아니다. 고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가 일상생활의 재화/서비스를 교환하는 수단으로써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 모두를 누군가가 통제할 수 있는 컴퓨팅된 가상 환경에서라면 모를까. (그것은 결코 현실이 아니다)
그리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경제를 컨트롤하는 정부 입장에서 이러한 가상화폐의 등장은 전혀 반갑지 않았을 것이다. 절충안이 필요하겠지만 국가 입장에서는 통제되지 않는 변수를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어떤 상황이 펼쳐질 지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다:
여러 비즈니스 주체들이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무분별하게 발행하고 있는 자체적인 token economy는 건전하기 힘들 것이다. 다수가 형성한 ask-bid transaction에서 그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거대한 자본에 의해 manipulation이 일어날 여지가 다분하고 이것을 규제하는 주체도 마땅치 않다.
앞서 언급된 dUber의 경우에도 - 그 token이 해당 서비스만의 화폐이자 서비스 내부의 ‘특정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얻어지는 일종의 보상체계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token도 결국은 실물경제 위에서 작동할 것이기에, 법정화폐랑 100% 분리될 수 없다. 어떻게든 연동되어 있을 것이다.
여기서 token의 가치를 담보하는 주체는 정치적 힘을 가진 국가나 기관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다. 이 말은 소수의 speculative capital에 의해서 조작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시가총액이 작을수록 더욱 빈번할 수 있다. 그럼에도 중앙기관으로부터의 규제와 피해자 구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실제로 많은 거래소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코인 거래소는 법제화 되어있지 않은 틈에서 만들어진 (법적제도의 정비속도가 기술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여 발생한) 도박장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토큰을 활용하여 자체적인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여러 프로젝트들은 본질에서 벗어나 여러 사람들의 투기 심리를 자극하여 가격을 펌핑시키고 그것을 반복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경제를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탈규제만이 정답이 아니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시감이 들었다. 투자은행이 주식 유가증권을 공모할 때 대중들의 돈을 끌어모아 가치를 펌핑시키는 그런 느낌 정도? 그럼에도 규제된 환경에서는 여러 제약과 사회적 책임이 따르기라도 하는데, 과연 ICO에서는 그런 것이 있을까? Terra사태를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다수의 권리를 위해 등장한 기술이 또 다른 권력과 수많은 사상자들을 낳고 있다.
현재까지 배우고 알고 있는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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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정리해 나가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