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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Jul 11. 2022

맥도날드가 부동산 사업이라고?

the Founder (2016) - 맥도날드 창업 이야기를 담은 영화

Ray kroc (1902~1984)

최근에 영화 ‘파운더'를 다시 보았다. 맥도날드라는 성공한 기업을 일구어낸 창업자 스토리 정도로 기억하던 영화였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레이 크록이 대단하다는 두루뭉술한 감정이 듦과 동시에,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레이 크록에게 빼앗긴 맥도날드 형제가 불쌍하다고 느껴졌다.

똑같은 내용의 영화를 다시 보았을 뿐인데, 놀랍게도 이번에는 조금 더 정확한 포인트에서 여러 영감을 얻얻고, 맥도날드 형제들이 불쌍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맥도날드 형제의 시장적합성 검증.


맥도날드 형제는 시장의 문제를 정확하게 캐치해내고 그 솔루션을 만들어내 Business Market Fit(시장적합성)을 확인한 인물이다. ('맥도날드'가 제품은 아니니까 Business라고 썼다) 그렇다면 당시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장거리 운전에 지친 운전자들이 잠시 들려서 식사하고 가는 간이 음식점들이 곳곳에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하면 점원이 메뉴를 차량으로 가져다주는 식이었다.

Drive-in Restaurants 1950s

이러한 drive-in 음식점들에는 몇 가지의 문제가 있었다. 우선, 이곳에 들러 음식을 먹고가는 사람들은 '빠르고 간편한' 식사를 원했는데, 메뉴를 주문하고 나오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회전율이 낮았다는 것. 그렇다보니 주차장이 가득차기 일쑤였고, 점원은 여러 자동차들을 다 인지하지 못한채 메뉴를 엉뚱한 고객에게 가져다주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불량배같은 고객도 많아서 여성 웨이터들을 성희롱하는 경우도 잦았다고 한다.


맥도날드 형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다. 미국인들이 먹을 수 있는 간편하면서도 맛있는 메뉴를 찾아야했고 그 메뉴를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어야했다. 형제는 '상상'보다 '관찰'을 먼저했다. 기존 Drive-in 음식점들에는 여러 메뉴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매출은 햄버거, 프렌치프라이, 그리고 음료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관찰하므로써 확인한 것이다.


빠른 회전율과 재고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메뉴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맥도날드 형제는 과감하게 다른 모든 메뉴들을 제거하고, 딱 이 3가지 메뉴만을 취급하기로 했다. 그 다음, 버거를 빠르게 만들어내야 했는데 포드사의 컨베이어 벨트 공정을 떠올렸다. 노동의 전문화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감자만 튀기는 직원, 패티만 굽는 직원 등등을 거치다보면 순식간에 햄버거가 여러개 완성된다.


그리고 불필요한 모든 것을 없앴다. 우선 웨이터를 없앴다. 주문과 동시에 햄버거가 나오니, 잠시 기다렸다가 고객이 햄버거를 가져가면 됐기 때문이다. 포장도 간소화했다. 일회용 포장으로 통일해서 따로 잔여물을 수거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흐름에 더하여 '가정적인 분위기'를 지향하고자 했다. 여성 점원을 희롱하고 온 곳에 쓰레기가 널브러져있는 위압감을 제거하고, 벤치에 앉아서 아이들과 햄버거를 먹을 수 있는 평화로움을 만들었다.


그 당시에는 이러한 가게가 없었고, 고객의 수요를 정확히 간파한 맥도날드 1호점은 소위 대박이 났다. 다만, 처음부터 대박이 나지는 않았다. 이러한 시스템이 처음인 고객들은 점원이 나오지 않는다며 경적을 울려댔고, 메뉴가 적다는 등의 온갖 컴플레인과 마주해야했다. 고객의 관성을 무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대로 장사를 접어야하나 싶은 찰나에 몇 명의 고객들이 방문하게 되고, 그렇게 고객은 점차 늘어났다.


그렇게 맥도날드 형제는 성공적으로 맥도날드 1호점을 운영해나간다. 엄격한 품질관리, 보수적인 의사결정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맥도날드를 프렌차이즈로 운영하지 못했다. 스케일업을 성공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레이크록의 스케일업.

곧이어 우연한 계기로 맥도날드의 '스피디 시스템' 알게된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 형제에게 프랜차이즈를 제안했다. 레이는 버거의 도 맛이겠지만 버거를 제조하는 핸리포드식 공정에 크게 명받았다. 맥도날드의 스피디 시스템을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확장할만한 절호의 사업 아이템으로 보았던 것이다.


계약을 통해 레이는 맥도날드의 경영자가 된다. 맥도날드의 점포를 늘려가는 과정에서 레이는 보수적인 맥도날드 형제와 계속 충돌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내가 인상깊었던 부분이 크게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로, 맥도날드 형제와 레이 크록이 비즈니스를 대하는 태도에서 PMF를 찾기 까지의 태도와 Scale-up에 필요한 태도가 다른 범주에 있다는 것. 맥도날드 형제는 늘 신중했다. 높은 비용을 감안하고서라도 아이스크림을 활용한 밀크쉐이크를 고집했고, 기간이 늘어나더라도 차근차근 지점을 늘려나가길 원했다.

반면 레이는 항상 분주하고 급했다. 메뉴판에 광고를 넣어 매출원을 다변화하려고 했고, 아이스크림을 활용한 밀크쉐이크로는 규모의 경제를 도달할 수 없었기에 과감하게 파우더 밀크쉐이크를 도입하려 했다.


맥도날드 형제는 테니스 코트에서 햄버거 제작 동선을 설계하고, 감자의 온도를 400도에서 375도로 바꿔서 먹는 등 다양한 시도와 피드백을 통해 서비스를개선해나갔다. 사람들에게 맥도날드를 알리기 위해 이벤트도 기획했다. 이런 시도들은 스타트업이 초기에 PMF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태도를 시사해준다. Do Things That Don't Scale에 나오는 내용처럼, 맥도날드에 열광하는 고객 한명 한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PMF를 찾고나서도 계속 현상유지를 하려는 태도를 견지해서는 안될 것이다. 맥도날드 형제의 '디테일에 집착하는' 일종의 장인정신은 확장가능성을 저해했다. 축구에서 골문까지 달려나갈 때 앞으로 공을 치고 달려가야하는 것처럼 스타트업도 그렇게 다양한 장애물들을 빠르게 제쳐내며 확장해야한다.



두 번째는, 인상깊었던 부분은 레이크록이 여러 개의 맥도날드 지점을 보유하고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금이 고갈되어 초기에 회사를 만들며 받았던 모기지론 때문에 집이 경매로 넘어갈 뻔한 장면이다. 맥도날드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았고, 미 전역으로 지점을 확장시켜나가고 있었는데 은행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승승장구하는 비즈니스같이 보이는데 도대체 이런 일이 왜 일어난 것일까?


레이는 점주들에게 맥도날드 서비스 운영 노하우와 필요한 식자재·부자재를 공급해주는 대가로 프랜차이즈 수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으로는 맥도날드 지점이 늘어나더라도 수익성을 크게 개선시켜주지 못했다. 운영에 필요한 고정비가 오히려 매출을 잡아먹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레이는 은행에 다녀오는 길에 우연히 해리 소너본이라는 재무 전문가를 만난다. 맥도날드의 재무제표를 본 해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은 자신이 무슨 사업을 하시는지 모르시는 것 같아요. 햄버거 장사가 아니라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15센트 햄버거의 1.4% 배당으로는 왕국을 건설할 수 없어요. 햄버거가 조리되는 땅을 소유해야죠.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부지를 구매해서 그 부지를 지점에 임대해야 해요. 오직 당신에게서만 땅을 임대하는 조건으로요. 두 가지 이점이 있어요. 일단 꾸준한 매출이 생깁니다. 첫 지분을 받기도 전에 자금이 유통되죠. 두 번째로 사업을 확장시킬 자본금이 쌓입니다. 그 자본으로 더 많은 땅을 매입하고 그 위에 더 많은 지점을 세울 수 있죠. 그렇게 계속됩니다 ...”


맥도날드는 비즈니스 모델 체질 개선을 통해 날개를 달고 날아간다. 토지를 임대하는 구조로 가면서 프랜차이즈 점주들에 대한 통제권 또한 더욱 강력해졌고, 더욱 일관된 서비스 품질도 보장할 수 있게 됐다. 변경사항마다 충돌이 있었던 맥도날드 형제에게도 토지 임대주로서 더 큰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고 결국 맥도날드 형제는 레이에게 맥도날드에 대한 권한을 완전히 빼앗기고 만다.


해리 소너본이라는 인물은 맥도날드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놓았다. 재무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성공적인 기업을 일궈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재무적 지식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참고)

McDonald's Doesn't Sell Hamburgers (NYSE:M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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