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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고졸 Dec 11. 2022

쓸모없는 경험이 있을까

틀에서 벗어난 행동

 군 복무 시절, 꽤나 에이스였던 나는 한 번의 사건으로 인해서 평판이 날아가버린다. 


내 직속상관을 사령부 높은 감찰부에 찔러 버린 사건 이후로 말이다. 


난 군생활을 굉장히 편하게 한 편이다. 


간부 한 명, 병사 3명이 편제된 곳에서 파견을 나가서 근무를 했다.


간부 한 명의 눈치만 보면 되었고, 파견을 나갔기에 파견 나간 부대에서 눈치를 크게 보지 않았다. 


간부 한 명의 비위만 잘 맞춰주면, 꿀 빨기가 쌉 가능한 구조였다.


직장 생활을 하다 와서 그런지, 나보다 2살 정도 많은 하사 한 명쯤 컨트롤하기는 꽤 쉬웠다.


평균 연령 50대에 정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까탈스러운 어르신들을 모시다가 이 정도야 뭐..


간부의 성격, 성향 파악이 금방 끝났고, 그에 맞춰서 좋아 보이는 행동을 계속하니까 나를 마음에 들어 했다.


덕분에 나는 선임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간부님이 대대장님께 포상 휴가를 받을 수 있는 모범 장병에 나를 추천해주셨고, 일병 짬찌였음에도 불구하고 3일의 포상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간부님은 공군 부사관 뽕에 좀 취하신 분이었다.


아 나는 공군이 아니고, 육군이었다. 국직 부대라서 공군, 육군, 해군이 함께 근무를 하는 구조이다.


더군다나 학벌 콤플렉스도 좀 있으신 것 같았는데, 신임 소위들의 4년제 학벌을 거들먹거리면서 


'거기 무슨 지잡대 아니냐?'라고 자주 까내렸는데..


사실 우리 간부님은 전문대 부사관학과 출신이다.. 그리고 자퇴도 하셨다.


어쨌든 부사관이 되게 좋은 직업인 것처럼, 부럽다는 식으로, 나도 예전에 부사관 하고 싶었다고 막 사발을 풀면서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아부를 자주 떨었는데, 그래서 나를 더욱 마음에 들어 하셨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는 '상대방이 중요한 사람인 것처럼 대우해줘라.'라고 한 구절이 있는데, 

딱 그렇게 했다. 


'공군 부사관 너무 멋져요.', '저도 하고 싶어요.', '저도 부사관 할 걸 그랬어요.' 


하지만 과하지는 않게...


아 물론 내가 할 일도 적당히 다 하면서 상급 부대에서 점검 같은 것이 왔을 때 잘 응대도 잘하고, 얘 똘똘하다고 칭찬도 자주 받았다. 병사들이 잘하면 간부들에 대해서 평가를 잘하지 않는다. 병사도 잘하니, 간부도 잘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휴가를 받은 이유 중에 이런 이유도 있었다.


어쨌든 나는 일과 시간에 내 할 일을 하면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아주 꿀 같은 군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동기 한 놈이 우리 파견 부대로 전입을 오게 되었다.


사실 이 친구가 머리가 좀 비상한 편이고, 군대라는 조직과는 맞지 않은 인물이다. 


보수적인 군 체계와 시스템에 항상 불만이 있었고, 항상 '왜?'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 친구이다.


어떻게 보면 그냥 군생활을 대충대충 하는 것 같기도 한데, 자기만의 소신과 신념이 있는 친구라 간부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그런 친구였다. 


나는 기존에 있는 체계에 순순히 순응하고, 거기에 적응을 하는 타입이라면 이 친구는 기존 체계? 

ㅈ까, 내가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이런 식의 부류의 친구이다. 


 어쨌든 이 친구가 오면서, 우리 간부님은 이 친구를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은근히 갈구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불똥도 나한테 튀었다. 


간부님이 싫어하는 친구가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우리가 속한 부대의 분위기도 험악해졌고, 간부님이 그런 식으로 분위기를 계속 유도를 해내갔다. 


동기 녀석이 도저히 못 버티겠는지, 나한테 상부에 찌르자고 하였다. 


근데 이 친구한테는 딱히 괴롭힘의 물증이 전혀 없었다. 


심증만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친구는 하나의 묘안을 생각해내게 되는데, 우리 파견 부대에서 왔다가 적응을 하지 못하고 내려간 한 후임을 팔아 보자는 것이다.


이 후임이라는 녀석은 상당히 폐급이었는데, 군대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휴대폰에 보안 스티커를 붙인다. 


갤럭시는 카메라가 잠기는데 아이폰은 잠기지가 않는다. 그래서 아이폰 사용자는 꼭 보안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이제 막 파견 부대로 온 후임은 사진을 찍고 싶었던 건지.. 뭘 하려고 했던 건지는 몰라도 자신의 아이폰에 붙은 보안 스티커를 떼 두고 여드름 패치를 거기다가 붙여놓았다.


파견부대에서 병사들 휴대폰 점검이 있었는데 주임원사가 우리 간부를 호출을 하더니 개같이 닦아버렸다. 


여드름 패치를 보고, 애 교육을 어떻게 시켰냐면서, 군대가 장난이냐고 하면서 말이다. 


처음이라서 봐준다고 쳐도, 그 뒤에 사건이 또 있었다.


간부님이 후임이 손 튼 것을 보고 핸드크림이라도 바르라고 했는데, 후임이 핸드크림이 없다고 말을 했다. 


그럼 'px 가서 사와'라고 대답을 하자. 후임이 '귀찮은데 좀 있다가 가면 안 되겠습니까?'이렇게 말을 해버렸다.


이등병 짬찌가...


대충 이 정도로 폐급인 친구였는데, 이 친구도 미운털이 박혀서 그런가, 간부님이 많이 혼내고 갈구기도 했다.


기억이 나는 것이 뭐였냐면, 후임이 사격을 이유로 대대로 내려갔을 때, 중대에 있는 선임들이 걔를 많이 갈궈서 걔가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면 갈군 선임들을 보고 치킨 기프티콘을 준다고 했다.


이거 말고도 뭐가 더 있었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하도 간부님이 갈구니까 이 후임이 파견 생활하기가 힘들다고, 본대로 내려가버렸다.


어쨌든 이런저런 과거의 후임을 갈궜던 사례들을 깡그리 모아서 친구와 함께 제보를 했다.


나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았지만, 슬슬 간부님이 꼬장 부리는 것이 꼴 보기 싫기도 했고, 

친한 동기의 부탁이라서 같이 찌르기로 했다. 



결과는 쉽지가 않았다. 


'선임들 보고 후임을 괴롭혀서 후임이 힘들다고 하면, 치킨 기프티콘을 준다.'라는 말을 들을 사람이 실제로 있었고,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까지 다 받았는데, 실제 녹취 파일이 있냐. 오히려 후임이 간부에게 대든 것이 아니냐.라는 등 오히려 후임을 몰아붙이면서 자기 식구를 감싸는 듯한 상부의 모습이 있었다. 


(아니 상식적으로 병사가 녹취를 부대에서 어떻게 하냐 ㅋㅋㅋ)


어쨌든 그 간부는 타 부대로 전출이 되진 않고, 다른 파견지로 발령이 났으며, 나는 누구의 요청인지는 잘 모르겠고,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파견 생활을 끝내고 본 대대로 오게 되었다. 


그 뒤로 뭔가 우리 부대의 주임 원사님이 인사를 해도 잘 받아주지 않는 모습이 보였고, 다른 중대 간부님이 시비를 터는 모습이 있기도 했다. 


대대장님도 나에게 대대 안에서 끝을 내지, 왜 사령부에 말을 했냐면서 아쉽다는 식으로 내게 말을 하기도 했다. 


내가 주도적으로 고발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그때 당시에 분대장이라서 내게 더 많은 시선이 쏠렸다. 


뭔가 내부고발을 한 뒤에, 자격지심인지는 몰라도 스스로 위축되었던 것 같다.


내부고발자가 이런 느낌이구나..라는 것을 그때 잠깐 깨달았다.


어차피 회사도 아니고 1년 6개월 동안만 있는 군대라서 큰 심적 압박은 없었지만, 회사였다면 타격이 꽤나 있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포상 휴가 다 받고, 다른 중대 간부님과도 친하게 지내다가 이런 따가운 시선을 몇몇에게 받다 보니까

아예 신경을 안 쓰기는 힘들었다. 


이래서 마음에서부터 나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슴을 들고, 허리를 피는 자세만 해도 내가 다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는데, 그땐 뭔가 쭈구리가 되는 느낌이랄까. 


https://www.youtube.com/watch?v=0dLor5hFhYs

ㅅㅂ 남자는 자신감인데


저질러보고. 깨지고. 박아!



그래도 나는 만족한다.


기존 체계를 거스르는 일을 거의 처음 했기 때문이다.


항상 기존 질서에 순응을 하면서 살던 나에게 반기를 드는 첫 번째 행동이었달까..


지금 돌이켜 보면, 내부고발자로서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이 별일이 아니었다.


성격이 능글맞고, 둥글다 보니까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넘어간 것이 많았는데..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을 통해서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고, 개선할 것이 있으면 개선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런 것도 하던 놈이 잘하더라.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듯이..


기존 체계가 좋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계속 순응하고, 맞춰 사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이 들면 반기를 한 번쯤은 들고, 고쳐보려고 하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당시에는 '아, 그냥 찌르지 말고, 좀만 버틸걸...'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돌이켜 보니 이 경험은 나에게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의 원동력이 되어 준다. 


앞으로 내게 닥칠 일이 있어도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저질러보고, 깨져보는 거지.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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