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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안"은 어디로부터 생성되는 것일까?

Cognitive AI, 유전, 그리고 불안의 상관관계(1)

by yun

우리들은 다양한 형태의 "불안"을 가지고 있으나, 대부분 인지하지 못하고, (정확히 말하자면 직면할 의지가 없다)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들을 회피함으로써 자기 방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굳이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불안증세만 심해질 뿐, 옳바른 치유법이 될 수 없다. 외부로부터의 적당한 도움도 필요하지만, 독립된 공간에서 자신만의 휴식 시간을 가지며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인지하고 받아들이며, 그것의 출처가 어디인가에 대해서 분석해보는 습관도 상당히 도움된다.

필자는 실제로 인지행동치료사 (CBT)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을 선택함으로써, 연구생 시절 접했던 뇌과학 분야와 연관지어 나의 "불안"은 어디서부터 발현되는 것이며, 또 찰나의 순간에 흩어지는 감정이라는 요소가 어떻게 나의 행동을 구성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약 1년 간 열심히 연구하고 책도 썼다. 과정은 복잡했다. 생각보다 공부할 내용이 많았고, 직접 심리검사 키트까지 제작하면서 나의 "불안" 자체 보다는, "불안"을 장악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어서 삶의 질이 꽤 높아졌던 기억이 있다. 사실 CBT 분야에서 뇌과학보다는 우리의 인지과정(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두고, 이를 교정하는 방법을 중시한다. 이게 더 맞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엔 대화형 AI(현재는 생성형 AI라고 한다.) 전공 박사과정에 관심이 있어서, 챗봇의 cognitive architecure(Knowledge base)를 구현하는 데에 있어서 이 부분을 적용시켜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심리치료 대상인 환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체는 일상에 있어서 그다지 뇌과학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보통 사람들이 "불안"을 느낄 때 Amygdala의 신경전달물질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실제로 스탠포드의 <Generative Agents: Interactive Simulacra of Human Behavior> 논문에서 이와 유사한 새로운 시도를 참고할 수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인간의 인지 모델을 대화 과정으로 풀어내었는데, 이것은 내가 본 구현 방식 중 가장 심플하면서도 인상적인 방법 중 하나에 속한다.

Screenshot_2025-08-13_at_7.13.43%E2%80%AFPM.png?type=w773 출처: 스탠포드 논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내가 제기하고 싶은 문제점은 인간의 뇌는 인지과정을 통해 공감능력(empathy)을 창출해낸다는 것이다. 우리의 공감능력은 세분화될 수 있는데, 특히 인지적 공감 (Cognitive empathy)가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감정적 공감 (emotional empathy) 간의 차이점을 근거로 cognitive empathic modeling을 구현하고 이를 치료 목적과 챗봇 구현에 어떻게 적용되는가에 대하여 초점 두었다. 인지적 공감이란, 관점 이해 능력(Perspective-taking)을 통해 말 그대로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감정적 공감과는 달리, 그들의 감정 처리에 관여하는 인지과정을 이해할 수 있고, 상대방의 언행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인간은 동물과 달리 감정과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감정을 짧은 시간 내에 인지할 수 있으며, 인지된 정보가 행동 패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뇌과학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눈으로 먼저 시각화된 사물이나 상대를 인지하고, 정보 처리 과정을 통해 외부에서 전달 받은 정보가 뇌의 다양한 영역을 자극하게 되면서, 단기 기억 (short-term memory)과 장기 기억(long-term memory)에 지식 단위의 개념과 경험 단위의 개념의 형태로 나뉘어 저장된다. 실제로 실어증 환자들에 관한 뇌과학 연구를 살펴보면, 지식 단위의 개념과 같은 "집"의 사전적 의미는 인지하고 있되, "집"과 관련된 사건적 기억은 휘발된 증상을 겪고 있는 케이스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대화를 구현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감정" 또한 이와 같은 형태로 우리의 뇌에 저장되는 것은 아닐까? 과연 감정(emotion)과 인지 과정(cognitive process)은 독립적인 관계인가?

"불안"을 느낄 때 활성화 되는 뇌 영역에 대한 연구는 우리의 인지과정을 탐색하는 데에 있어서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제공한다. 감정과 연관된 경험을 처리하는 곳은 '전두엽(Prefrontal cortex)-편도체(Amygdala)-해마(Hippocampus)' 3가지 영역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우리가 집중해서 봐야할 포인트는, 편도체와 해마 사이의 관계이다. 과도하게 활성화된 편도체(Amygdala)는 우리의 교감 신경을 자극시켜 불안 상태를 평소보다 높은 수치의 상태로 만든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불안한 상황을 인지하면 극도의 긴장 상태에 놓이거나, 공포를 느끼는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심하면 호흡 곤란이 오고, 손발이 저리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던가 등 여러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왜 그런가 하면, 자율 신경계에 속한 교감 신경이 비이상적으로 자극되면 신경절 이후 뉴런의 세포체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평소보다 위가 수축되고 근육의 긴장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편도체(Amygdala)는 시상하부와 뇌줄기가 미리 예측한 불안, 공포를 통해 위협적인 환경을 인식하고, 그로부터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아 자동 생성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인지과학 관점에서 설명하자면, 특히 공황, 분노, 또는 우울감을 자아내는 어떤 특정한 생각 패턴(hot thought)에 갇혀 자극 받은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 대표적으로,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을 회피하거나 직면하고 맞서 싸우는 행위(flight-or-fight)를 예로 들 수 있다. CBT에서는 이러한 생각 패턴을 스스로 인지하고 정의함으로써 행동을 조절하는 치료 방법을 주로 환자들에게 적용한다. 대표적으로 생각을 기록하는 양식(thought record)을 사용하여 추상적인 불안을 구체적인 생각으로 정의하고 교정하는 방법이다. 해당 치료 방법은 다양한 관계들에 적용될 수 있다.


ANS-nervous-system.jpg?type=w3840 출처: Simply psychology

편도체는 감정적 사건들과 관련된 새로운 지식을 무의식적으로 학습하는 능력(Implicit learning)을 갖고 있는데,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타인에 의해 유발된 공포감은 편도체 오른편의 Implicit learning을 통해 제어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능이 손상되면, 부적응적인 공포 및 불안과 관련된 생각 패턴은(Maladaptive thought pattern), PTSD 및 광장 공포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편도체는 단지 감정적 처리 기능 뿐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기억 및 집중력을 제어함으로써 감정적 사건들에 대한 태도를 결정 짓는다. 쉽게 말해, 관점 이해 능력(perspective-taking)을 활용하여 대화 상대방의 표정 및 생각을 해석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필자는 편도체 구조의 처리 방식을 근거로 cognitive empathy의 관점이 치료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편도체와 연결된 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top-down 방식으로 광범위한 정보 처리를 하는데, 그 중 감정적 사건의 문맥적 흐름(contextual information)을 수용하고 분석하는 역할도 포함된다. 이것은 우리의 불안을 인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해마(hippocampus)로부터 수용한 공간적 배경에 관한 지식이나 편도체로부터 수용한 감정적 사건 및 반응을 종합적으로 처리하여 적절한 문맥적 정보를 인간의 행동에 적용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기 보다는, 현재의 상황에 따라 감정적 행동 처리를 조정할 수 있다. 또한 작업 기억(working memory)과 집중력과도 연관되어 현재 상황에 따라 필요한 문맥 정보를 유지하거나 조작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시각적인 정보와 공간적인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시공간 작업 기억(visuospatial working memory)는 현재 상황과 무관한 정보를 제어하고 적절한 행동적 반응을 유도한다.

여기서 우리는 공간과 관련된 기억과 정보가 감정적 행동 처리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불안을 야기하는 단편적인 존재를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관련된 문맥적 정보를 파악하는 것도 불필요한 자극을 줄이는데 있어서 도움이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해마는 단순히 장소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적 문맥을 함께 처리하기 때문에 경험과 관련된 기억(episodic memory)과 연관된 감정적 처리가 가능하다. 공감각적 기억은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감정에 따라 나뉘며, 감정적으로 연결된 기억은 사람의 기분을 조정한다. 해마의 손상은 인지적 과정과 감정 처리에 있어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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