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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성 Dec 28. 2021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에 대한 소고

얼마 전 삼프로 TV 백브리핑에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주제가 다루어졌다.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이 다루어졌는데, 하나는 건강보험료(장기요양보험료도 같은 구조를 가지므로 이하 건강보험료는 이 둘을 포괄하는 의미로 이후에는 건보료로 쓰겠다) 부과에 있어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형평성 문제를 다루었고; 또 하나는 피부양자 자격의 문제를 다루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마도 핵심적인 이슈는 그 두가지였던 것 같다. 나는 보건경제학 전공자긴 하지만 재원조달보다는 전략적 구매 측면을 주로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다 보니 이 분야에 대해 잘 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건보료 부과체계는 건보료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보건의료+장기요양제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이나 운영주체의 책무성 등과 관련되어 중요한 이슈인 만큼, 생각을 정리할 겸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먼저, 이 문제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은 한국인이 건강보험 '가입자'가 되는 것은 크게 3갈래로 구분된다는 점이다. 첫번째는 직장가입자이고, 두번째는 지역가입자, 마지막으로 피부양자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국민 건강보험을 달성했다고들 말하고는 하는데, 이는 전국민의 약 3%에 해당하는 의료급여(100프로 조세로 지원되는) 대상자까지 포함할 경우 99.x%의 국민이 어떤 형태로든 의료보장 제도의 우산 아래에 있음을 의미한다. 오늘은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건보료 부과체계가 앞으로 어떻게 개선될 필요가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자.


먼저, 가족 중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직장가입자 혹은 지역가입자에 의해 부양을 받는 피부양자가 되기 위한 자격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삼프로 TV 방송에서는 해당 내용이 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지긴 했으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납부에 있어서의 형평성 문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납부에 있어 두드러진 차이가 나타나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로, 직장가입자의 건보료는 형식상으로 절반은 본인이, 나머지 절반은 고용자가 부담한다. 둘째로, 직장가입자에게는 '소득'에 대한 건보료만 부과되지만, 지역가입자는 '재산'에 대해서도 건보료가 부과된다. 얼핏 직장가입자에게만 너무 관대해 보이는 이 제도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제도가 형성되던 당시의 배경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건보료 제도가 형성되던 당시는 산업화가 진행되며 도시의 기업들로 인구의 이동이 대규모로 이루어지던 시기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더욱 도시 근로자(직장가입자)들의 소득이 훨씬 높았을 뿐만 아니라, 지역 가입자들의 상당수는 도시로 이동한 직장가입자들의 나이든 부모(농어업에 종사하는)인 경우가 많았다. 현 시점에 생업에 종사하는 개인의 입장에서야 '나와 똑같은 건강보험 혜택을 보는 저 사람이 단순히 직장가입자라는 이유로 지역가입자인 나보다 적은 보험료를 낸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건보료라는 새로운 재원조달 수단을 통해 민간 보건의료시장의 활성화와 의료접근성 개선을 이끌어내고자 한 당시의 정부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접근이 사회적 연대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전략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당시에는 직장가입자들의 소득이 지역가입자에 비해 훨씬 높았고, 지역가입자들이 직장가입자들의 부모세대인 경우가 많다보니 '돈 잘버는 직장가입자들이 조금 손해보더라도 직장가입자들만 가입하는 건강보험이 아닌 전국민 같이 혜택을 누리는 건강보험 제도를 구성하자는' 대의에 직장가입자들을 동참시키는 것이 중요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직장가입자의 경우 고용주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형태를 도입(실질적으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비용의 전가가 이루어지는 측면이 강하다고 보는 것이 단일보험자인 한국의 맥락에서는 맞을 것이다. 즉, 지금에 와서는 고용주는 어차피 gross 연봉이 얼마일지 고려하는 과정에서 4대보험료를 고려하고 있다)하고 소득을 숨기는 고소득 지역가입자들을 식별하기 위해 '재산'에 기반한 보험료를 추가로 부과하는 형태를 취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시에는 사치품이었던 자동차가 '재산'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고, 당시에 고액자산은 부동산이 중심이다보니 주식 등 금융자산에 대한 부과는 없었던 측면이 있다. 


현재에 이르러 이와 같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과체계 차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제도로 보인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이와 같은 문제인식에 의해,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에서 단순히 근로소득만이 아닌 보수외소득을 월단위로 합산한 소득월액이 일정 이상(현재는 연간 3,400만원이 기준이나, 내년부로 연간 2,000만원이 기준으로 바뀌게 됨)일 경우 이에 대해서도 건보료를 부과하는 개편이 일어난 바 있다. 삼프로 TV에서 이프로님이 왜 저걸 2,000만원이나 3,400만원 초과할 경우에만 부과하냐는 지적을 해주신 바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동의한다(아무래도 조세저항 때문에 슬라이딩 방식으로 제도가 개선되고 있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겠지만). 다만 직장가입자의 근로소득에 대한 보험료의 절반을 고용주가 부담하는 것은 사실상 해당 근로자의 임금에 대한 지불용의에 녹아있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부과체계에서 남아있는 가장 큰 불형평은 재산에 대한 부과라고 볼 수 있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직장가입자와 동일한 범위의 소득에 대해 부과되는 건보료 외에도 재산에 대한 보험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에 대해 부과되는 건보료 수준은 직장가입자의 건보료율과 동등한 수준이기 때문에(부과체계가 약간 다르지만, 실제로 환산해보면 거의 유사한 수준임을 알 수 있음), 실제로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산에 대한 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업자의 경우 여전히 경비처리 등 직장가입자에 비해 투명성이 떨어지는 영역이 일부 존재하지만, 전자거래의 활성화로 인해 과거에 비해 정부의 현금흐름 파악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점을 고려할 때 '탈세'를 명목으로 지역가입자에게만 재산 기반 건보료를 부과하는 것은 더이상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 맞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 건보료 수입 전체에서 지역가입자가 지불하는 건보료의 비중은 소득에 대한 건보료와 재산에 대한 건보료가 7:6 정도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때, 지역가입자들이 직장가입자들에 비해 과도한 건보료 부담을 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고민해봐야하는 것은 지역가입자들의 재산 부분 건보료 부담을 없애주는 것이 맞을지, 아니면 직장가입자들도 재산 부분 건보료를 동일하게 부담하게 하는 것이 맞을지에 대한 지점이다.


현재 전체 건보료 수입에서 지역가입자의 재산 부분 건보료 부담이 약 6%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한번에 없앤다는 것은 소득 부분 건보료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전반에 걸쳐 약 6.4% 가량 일괄적으로 올라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지 않은 수치의 인상이긴 하지만 형평성이 개선된다는 측면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접근이긴 하다. 다만 고민해보아야하는 것은, '건보료 기반의 사회보장제도의 운영 안정성'이라는 가치를 기준으로 볼때, 과연 '소득에만 기반한 보험료를 토대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옳을지'이다. 모두가 인지하다시피, 인구 고령화로 인해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들고 부양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소득에만 부과하는 건보료의 비중이 높을 경우,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와 이들의 서비스 이용이 정점에 이르는 머지 않은 미래에 건보료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보건의료서비스나 장기요양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및 이용편의 역시 지역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때, 재산에 기반한 건보료 부과는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를 메기는 것과 논리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으며, 현재 이와 같은 부담이 지역가입자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것을 직장가입자와 분담하게 할 경우 지역가입자의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동일하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고민해야되는 또다른 지점은, 현재 국민건강보험법 상 건강보험료율 상한이 8%로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재정전망 연구를 볼때 근시일 내에 이와 같은 건강보험료율 상한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건보공단의 재정수지가 맞춰지지 않을 것임이 명백하다. 이는 결국 건보료율 상한 변경, 조세에 기반한 국고지원율 20% 변경 등의 조치가 불가피함을 의미하며, 국회를 통한 국민의 의견 수렴 과정이 있을 것임을 예고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분명히 현재의 보건의료+장기요양 체계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요구될 것이다.


앞서 논의된 내용들이 정리된다면, 피부양자 자격의 문제는 사실 단순하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과체계에 있어서의 불형평성이 해소된다면, 현재 피부양자였다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고 계신 분들이 직장가입자가 되어 건보료 내는 것을 회피하고자 하는 전략은 무의미해진다. 지불능력에 기반한 재원부담이 시스템 유지를 위한 재원조달의 대원칙이 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불능력이 있는 기존 피부양자들이 건보료를 납부하는 가입자로 전환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크게 없을 것이다. 제도의 원칙에 일관성이 있다면, '꼼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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