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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께 Nov 01. 2024

지문 인식

- 일상일기

요즘 핸드폰 잠금을 풀 때 지문이 잘 먹히질 않는다. 얼마 전, 총각김치를 하다가 손가락을 베이신 엄마를 대신해서 총각무를 수세미로 박박 닦았는데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장갑을 끼고 닦으라던 엄마의 말씀을 들었어야 했는데. 손 감각이 둔해지는 게 싫어서 그냥 맨손으로 거친(탄 냄비 위 탄 부분을 긁어내는 용도로 쓰일 정도의) 수세미를 사용했던 게 잘못이었다.


지문이 잘 먹히지 않으니 꽤 불편하다. 핸드폰 잠금을 풀 때도, 삼성페이 결제를 할 때도, 인증서를 사용할 때도 지문을 이용해서 '나'라는 걸 증명했는데 지문이 안 먹히니 이 모든 걸 인증하려면 여섯 자리 숫자를 매번 눌러줘야 한다. 예전엔 이런 거 안 해도 잘만 살았는데. 어쩌면 여섯 자리 비밀번호를 사용하면 되는 것만으로도 편리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데. 점점 편리함에 매몰되어 가는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하다.


지문대신 얼굴 인식을 써보기로 하고 안경 쓴 얼굴과 안 쓴 얼굴 두 가지를 등록했다. 등록하고 바로 잠금 해제를 시도했을 땐 얼굴인식이 잘 되길래 이제 지문 말고 얼굴 인식으로 풀어야지하며 기분 좋게 잠들었다.

다음 날 출근해서 다시 얼굴 인식으로 잠금을 풀어보려고 했더니 지문 때처럼 또다시 먹히질 않았다. 앞머리 있는 얼굴과 없는 얼굴을 못 알아보는 건지, 화장 한 얼굴과 안 한 얼굴을 못 알아보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것도 실패다.


주인을 못 알아보는 핸드폰에게 내가 주인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이렇게 노력해야 하다니. 생체인식 기술이나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난 똑같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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