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해 Apr 17. 2024

나에게 오빠를 허하라

차마 입에서 나오지 않는 두 글자

"현해야, 오빠가 작년에 말이야~ @#$%^&"

닭살이 오소소 돋습니다. 그분이 작년에 했다는 일은 이미 들리지 않았어요. 저보다 한 살 많으니 오빠 맞는데, 콧소리 한껏 넣어 "어뽜~"라고 할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오빠 소리가 민망할까요?


지금 제가 오빠라 부르는 사람은 딱 두 명입니다. 둘 다 친구 남편이에요. 그들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오빠라 칭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는데 친오빠 없고, 어릴 적 동네 오빠들이나 대학교 선배들이랑 연락 끊긴 지 오래다 보니 어느덧 '오빠'보다 '○○씨'나 '○○님'이라고 부르는 게 훨씬 익숙한 나이가 돼버렸어요. 

이렇게 또 나이 탓을 합니다ㅋ


"다 늙어 빠졌는데 품고 싶은 생기다니..." 

'다 늙어 빠졌는데 이제 와서 뭐가 궁금하단 말이여.'

초등학교 6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린 유순희 작가의 <우주 호텔>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야기 말미엔 주인공 할머니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쉽게 허리를 구부리지 않기로 결심하고 친구도 사귀죠.


나이가 들어도 쭉 이루고 싶은 꿈을 품고, 알고 싶은 게 많기를 바랍니다.

보톡스로 피부를 탱탱하게 만드는 대신 생각을 탄력 있게 유지하고 싶어요.

젊어 보이려고 요란하게 애쓰진 않겠지만 '나이 들었으니 당연히 짧고 뽀글뽀글한 머리를 해야지' 이러지도 않으려고요.

그거야 말로 나이에 갇히지 않고 멋지게 나이 드는 법 아닐까요?


오빠란 말은 사실 아무렇지도 않은 건데 저 혼자 어색해서 나이를 탓하며 선을 그었던 거잖아요. 다음번에 그 오빠를 만나면 뻔뻔한 척 "오빠!"하고 불러보려고요. 몇 번 부르다 보면 뭐가 그리 어렵다고 난리였나 싶겠죠?

그러고 나서 제가 괜히 나이 핑계로 꺼리고 있는 게 또 뭐가 있나 찾아보려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Warm is better than hot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