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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 Jul 13. 2024

3. 사인은 묻지 마세요

말도 없이 출근을 안 하고 연락이 안 되더래.

혹시나 싶어서 직장 동료가 어찌어찌 집주인을 통해 자취방 문을 따고 들어갔대.

심장마비였다는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주먹을 꽉 쥔 채 죽어 있었다고 하더라.


신랑 후배 장례식에서 듣고 온 얘기입니다.

그 말을 들은 당시엔 당황스러울만치 안타까웠습니다만 지나고 보니, 또 이렇게 쓰고 보니 무거운 얘기 한없이 가볍게 다 씁쓸하네요.


부고 소식을 들으면 어떻게 돌아가셨을까를 궁금해하곤 했습니다.

애인이 생겼다거나 결혼을 한다는 얘길 들으면 으레 상대방과 어떻게 만났는지, 뭐 하는 사람인지 묻는 것처럼요.

병사일까, 사고사일까? 병상에 좀 누워있다 가셨을까, 갑자기 가셨을까? 가족들이 임종은 지켰을까?

나이와 상관없이 죽을 만하다 싶은 경우는 없으니 자연스레 생긴 궁금증이었습니다.

어쩌면 '아! 그렇게 죽을 수도 있구나. 조심해야지.' 이런 마음으로 일종의 정보 수집을 한 것일지도요.

그런 정보들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안다고 해서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니 오히려 정말로 단순한 호기심이나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애인이나 배우자를 어찌 만났든, 직업이 뭐든 그것도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잖아요. 가령 어떤 매력을 느꼈는지, 함께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낼 때 제일 즐거운지가 더 중요한 거지.


자주 가고 싶진 않지만 앞으로 또 장례식에 가게 된다면 굳이 내가 먼저 사인을 묻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그 질문이 상주를 얼마나 버겁게 하는지 알았거든요.

개인으로선 한 번 물었을 뿐이지만 상주 입장에서는 대답할 때마다 그걸 떠올려야 하는 힘든 일이니까요.

만약 상주가 그것에 대해 위로받고 싶다면 먼저 얘길 꺼내겠죠. 그럴 때 기꺼이 아픔을 함께 나누면 되겠습니다.

알아도 될 만한 일이라면, 알아야 할 만한 사이라굳이 궁금해하거나 묻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더라고요.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아는 것에 끔찍한 장면을 상상해 보태는 것 또한 고역입.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감리 씨의 마지막이  부러웠습니다.

매일이 소풍 가기 전 날인 것처럼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살고 어느 날 문득 자다가 하늘로 가는 거요.


이왕이면 주변에 호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작별 인사를 못하고 가는 것 아쉽지 않도록 살아 있는 동안 잘해야겠습니다.

몰라도 되는 가벼운 흥밋거리 말고 좀 더 핵심적인 걸 궁금해하는 사람이 되습니다.

장례식장에선 고인을 충분히 추모하고 상주를 위로하는, 조문객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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