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0일 목요일, 출생 27일째, 남편 출산휴가 3일차
오늘 (10월 10일 목요일) 오전 7시, 다음날 (10월 11일 금요일) 오전 6시까지를 하루로 계산.
오전 7시 분유 50
오전 9시 분유 100
오전 11시 분유 30
낮 12시 분유 70
오후 2시 30분 병모유 100
오후 5시 병모유 90, 분유 20, 110
오후 7시 분유 100
오후 9시 병모유 100
밤 12시 30분 분유 100
새벽 3시 분유 60
새벽 4시 30분 분유 100
합계 920
* 수유량 합계 : 920...? 태어난 지 30일도 안 된 아기가 하루 900을 넘게 먹는 게 이게 맞나? 다음 주 목요일이 소아과 방문일인데 그때 가면 체중 재보고 의사랑 얘기 나눠보고 하루에 얼마를 먹어야 적당한 건지 알아봐야겠다.
* 대변 : 오전 7시, 변 누고 나니까 편안해 보인다. 하루 한 번씩만 눠도 좋겠다. 하루가 넘어가버리니 아기가 냄새나는 방귀를 자주 뀌고 힘은 자꾸 주는데 나오는 건 딱히 없고 아무튼 뭔가 힘들어하는 것 같다. 잘 먹이고, 트림 잘 시켜주고, (중력에 의해 변이 아래로 내려가도록) 수직으로 자주 안아서 움직여주고, 할 수 있는건 다 해보자.
* 아기가 트림을 굉장히 잘한다. 처음에는 트림시키는걸 못 해서 트림을 안 시켜줬다. 등을 토닥일 때마다 머리가 흔들리는 것도 신경 쓰이고, 또 밥을 다 먹어갈 때쯤에 잠이 들어버려서 계속 트림을 생략했다. 그러다가 아기를 제대로 안는 법을 알게 되고 밥을 먹인 직후에 그 방법으로 안고 몇 번만 토닥여주면 아기가 금방 트림을 하는 것이다. 심지어 안고만 있을 뿐인데도 트림을 한다. 트림을 약하게 할 때는 바람이 피쉭- 하고 새는 소리가 들리고 강하게 할 때는 어른보다 더 큰 소리로 꺼억- 하는 소리를 낸다. 트림을 잘해서 너무 좋다. 이렇게 트림을 잘하는 아기인 줄 몰랐다. 진작에 시켜줄걸. 그동안 트림을 제대로 안 시켜주니 배에서 자꾸 가스가 차고, 알게 모르게 배앓이를 한 것 같다.
* 10월 10일 저녁 10시에 남편이랑 같이 처갓집양념통닭이랑 맥주를 먹었다. 일단 유축을 먼저 해두고 술을 마셨다. 임신 기간을 포함해서 거의 1년 만에 처음으로 술을 입에 댔는데, 역시 바로 이 맛이다. 너무 맛있다. 많이는 안 먹었다. 종류별로 500ml 2캔이랑 340ml 1캔 정도를 따서 남편이랑 골고루 나눠 마셨는데, 내가 마신건 다 합쳐봐야 1캔 정도 될 것 같다. 아니면 2캔 정도 되려나.
예전에는 모유 수유 시 알코올 섭취가 절대 안 되는 걸 상식으로 알고 있었으나, 최근에 다시 알아보니 마셔도 된다고 한다. 이 상식이라는 것도 시대에 따라 자꾸 변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술을 마시고 3시간 뒤에는 알코올이 모두 분해돼서 상관없다고 한다. 물론 알코올 섭취량에 따라 수유 (혹은 유축)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한잔당 몇 시간 뭐 이런 식으로. 과음 시 12시간 까지는 모유 수유를 하면 안 된다. 인터넷 찾아보면 대충 다 나온다.
아기가 배가 고프다고 하면 밥을 주면 되고, 배변을 하면 기저귀를 갈아주면 되고, 안아달라고 하면 안아주면 된다. 하지만 아기가 뭘 원하는지를 도통 모르겠을 때는 정말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여러 가지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기가 귀여워 죽겠다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왔는데 어제는 그런 말이 입 밖으로 안 나왔다. 뭐랄까, 아기와 함께 있는 게 딱히 즐겁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피곤해서 그런 것 같다. 아기를 집에 데리고 온 이후부터 밤에 통잠을 자본 적이 거의 없으니, 아무래도 수면 부족의 영향이 크겠다. 저녁에 남편과 함께 술을 한잔 했더니 기분이 아주 조금 좋아졌다. 그전에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갈 때부터 이미 조금씩 기분 전환이 됐던 것 같다. 외출의 힘이다. 맥주를 마시면서 영화 인터스텔라를 봤다. 술기운 때문에 잠이 쏟아져서 끝까지는 못 봤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젖이 돌아서 일단 유축을 했다. 모유 수유를 하든 안 하든 일단 유축은 해야 한다. 유축을 하지 않으면 가슴이 붓고 아프기 때문이다. 알코올 섭취 후 시간이 충분히 지났지만 이 모유를 아기에게 먹이자니 어쩐지 찝찝하다. 그래서 이 모유는 아기에게 먹이지 않기로 했다. 기껏 짠 모유를 버리기가 아까워서 모유 활용법에 대해서 알아보니 모유 비누를 많이들 만든다고 한다. 물론 모유 만으로 비누를 만드는 것은 아니고 그 외에 여러 가지 재료가 필요하다. 찾아보니 비누 만들기 키트가 최소 만원은 한다. 키트에는 비누베이스, 오일 등의 재료만 포함되어 있다. 재료만 필요한 게 아니라 도구도 필요하다. 비커, 온도계, 실리콘몰드 등등. 아기에게 먹이지 못한 모유를 버리지 않고 활용하기 위한 비용이 너무 크다. 시판 비누를 사서 써도 돈이 저만큼 들지는 않겠다. 그냥 버리는 게 낫겠다. 아무튼 남는 모유로 비누를 만든다고 한다.
앞으로 술은 마시라고 하면 얼마든지 또 마시겠지만, 시간 계산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로 귀찮네. 당분간 또 입에 안 댈 것 같다. 간만에 한번 마셔봤으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