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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Nov 03. 2023

스웨덴으로 향하는 35시간

스웨덴 다이어리

김포-베이징, 첫 여정의 시작


스웨덴으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나의 첫 여정은 김포-베이징이다. 처음으로 국제선을 타기 위해 김포공항에 도착했고, 평일 오전의 공항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출국 수속을 모두 마치고 게이트 앞에 도착하기까지 20분 정도가 걸렸을까? 너무도 빠른 속도에 놀라며 꽤나 여유 있게 남은 시간을 보내고자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 시켰다. 항상 주말에는 운영하고 있는 영어스터디의 교재를 보내는데, 마침 이번 주말에는 긴 비행과 인터넷 사정이 어떨지 몰라 노트북을 열어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탑승시간이 되어 비행기에 탑승해 2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베이징 공항에 내렸다. 나의 경유 시간은 무려 23시간 35분.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결과 이런 경우 무비자로 중국에서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단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따로 숙소를 예약하지도 못했고, 경유지 여행 일정을 짜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장시간 공항에서만 머무르는 건 생각만 해도 힘든 일이다. 비자가 없는 사람들의 임시 입국심사 도장을 찍어주는 곳에 줄을 섰더니 호텔 예약 확인서를 보여달라고 한다. 마침 앞에 서있는 분들의 눈치를 보고 호텔예약 사이트에서 게스트하우스 하나를 선택해 마지막 결제 단계 페이지를 앞두고 있던 차였다. 2분만 시간을 달라고 사정을 한 후, 바로 예약을 했고, 예약 확인서를 보여주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도장을 받았다. 




이렇게 나의 대책 없는 무계획 베이징 여행이 시작되었다. 


숙소는 크게 고민하고 선택한 곳은 아니지만 나름 공항철도역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공항철도가 있는 동즈먼(Dongzhimen) 역에서 갈아타고 한 정거장인 옹화궁(Yonghegong) 역이다. 여기까지는 무사히 잘 찾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옹화궁역 근처의 골목길. 여기에서부터 길을 헤매기 시작한다.


구글 맵으로 위치라도 알면 좋을 텐데 중국에서는 접속이 되지 않는다. 따로 와이파이나 유심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침 배터리가 없어 핸드폰도 꺼졌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달랑 종이에 적은 게스트하우스 이름과 주소뿐이다. 그걸 들고 말도 안 통하는데 손짓발짓을 해가며 동네 주민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걸었다. 결국 길을 알았으면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을 거리를 헤매고 또 헤매느라 40여 분간을 뱅뱅 돌다가 숙소에 다다랐다. 스마트폰이 없는 이런 아날로그 여행자라니! 힘들지만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온다. 


겨우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배정받은 도미토리룸에 가보니 중국인 여성분이 중국말로 말을 건다. 나는 중국어를 못한다고 영어로 대답을 한다. 가방을 내려놓고 일단 밖으로 나왔다. 이미 길을 헤매느라 시간을 꽤 지체한 터라 저녁 시간이 다 되었다. 한 군데 정도 갈 수 있을 것 같아 베이징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는 나는 천안문에 가기로 결정했다. 천안문은 지하철 노선도에도 그림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고 숙소 근처 지하철역에서 한 번만 갈아타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었다. 


밤의 천안문


베이징의 밤. 천안문을 가다. 


천안문 광장은 숙소가 있는 곳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너무도 큰 규모에 관광객들이 저마다 천안문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처음 와본 곳이지만 늘 미디어를 통해 본 곳이라 약간의 익숙함도 있다. 꽤 넓고 큰길을 천안문 동쪽에서부터 서쪽까지 걸었다. 


그렇게 천안문 광장을 한 바퀴 걷고 돌아와 숙소 근처 역에 내리니 이미 7시가 넘은 시간. 기내식을 먹은 후에 따로 먹은 것이 없어 출출하다. 숙소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고, 그 건물 1층에 중식당이 있는 것 같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어? 그런데 배달하는 사람들이 지하로 다 내려가고 있다. 호기심에 지하로 내려가보니 꽤 큰 규모의 푸드코트가 있다. 볶음면을 볶는 가게, 우육면을 파는 가게, 가게마다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고 배달기사들이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한다. 물론 가운데에는 각 가게에서 음식을 사 와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볶음면을 하는 한 가게에 가서 읽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나는 앞사람이 시킨 음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같은 걸 달라고 한다. 요리사는 계란을 들어 보이며 이것도 추가할 거냐고 물어보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짓발짓 하며 겨우 주문한 볶음면. 양이 꽤 많다.


이렇게 이름도 모르는 볶음면을 받아와 먹었다. 주로 아저씨들이 많은 곳이라 기사식당 느낌인가 싶기도 하다. 입맛에 엄청 맞지는 않았지만 가볍게 요기를 하기는 괜찮았다. 그리고 양도 너무 많아 절반쯤 먹으니 이미 배가 불러왔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왔더니 방에 새로운 중국분이 있다. 나에게 영어로 어디에서 왔냐고 묻는다. 내가 오기 전에 같은 방에 있던 분이 새로 온 내가 중국인인 것 같아 말을 걸었는데 중국어를 못하더라고. 외국인이라고 이미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다. 한국인이라고 하니 반가워하며 본인은 한국에 산다고 한다. 


알고 보니 샤오위는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었고, 중국 춘절과 한국 추석 연휴가 맞아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중국 집으로 휴가를 왔다고 한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보낸 긴 휴가를 마치고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 하루 묵어야 해서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하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너무 신기하다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편의점에 들러 아침으로 요기할 것들을 둘러보았다. 빵이나 샌드위치, 편의점에서 파는 다양한 간식들이 있었는데 내가 사 온 것은 초코파이 두 개가 들어 있는 상자와 망고 주스 하나. 숙소 1층 테이블에 펼쳐놓고 앉으니 어떤 외국인이 다가와 앞자리에 앉아도 되는지 묻는다. 독일에서 온 분이었는데 중국친구의 결혼식 참석차 왔다가 여행을 하는 일정이라고 했다. 나는 초코파이를 하나 건넸고, 몇 마디를 더 나누다 짐을 챙기러 방으로 올라갔다.  


짐을 챙기며 샤오위와 이야기를 나누다 공항으로 가야 하는 시간이 비슷한 우리는 공항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열차 안에서 샤오위의 한국 생활에 대해, 나의 다음 여정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 터미널이 달라 샤오위가 먼저 내려야 했다.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마친 후, 이젠 정말 스톡홀름행 비행기를 타러 갈 시간이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중요한 일이 한 가지 더 남았다. 바로 노엘을 만나는 것! 아시아 네트워크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노엘이 없었다면 나는 혼자 스웨덴에 갈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 


노엘은 홍콩에서 출발해 전날 밤늦게 베이징에 도착해 공항 근처 호텔에 숙박했다. 베이징 시내에 있던 나와는 당일날 탑승 게이트에서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서로 문자를 주고받고 나는 탑승 게이트로 걸어갔다. 베이징 수도 공항은 너무도 넓어서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까지 꽤 오래 걸어가야 한다. 


저 멀리서 내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드는 노엘이 보인다. 드디어 우리의 첫 만남이다. 늘 온라인으로 줌에서 보거나 통화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이렇게 직접 만나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저 멀리서도 서로를 알아봤다. 아무런 어색함 없이 우리는 서로 반가워한다. 


노엘과의 첫 만남


노엘의 정보입수에 따르면 점심시간이 지났기에 기내에서 식사가 나오려면 한참이 걸릴 거라고 한다. 옆에 있던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사 와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그런데 비행기를 탄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식이 나오고야 말았다.ㅎㅎ) 


홍콩에 태풍이 올 예정이라 원래 노엘이 타기로 예정된 비행기가 취소되었고, 그 덕에 노엘은 급히 연락을 받고 몇 시간 후의 항공편을 사서 전날 밤 베이징으로 날아왔다. 시간을 들여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가장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항공편을 구입한 거였는데 이렇게 되었다고, 철두철미한 계획형인 노엘이 억울해했다. 





베이징에서 스톡홀름까지 9시간 30분


9시간 30분. 한국에서 유럽 가는 시간을 생각하면 꽤 빠르다. 베이징에서 출발해 몽골 울란바타르, 러시아의 이르쿠츠크와 모스크바 영공을 지나 드디어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에 도착했다. 김포에서 비행기를 탄지 서른다섯 시간 만이다. 안타깝게도 스웨덴 입국 시 수속을 밟는데 한 시간 반이나 걸려 지칠 대로 지친 상태로, 어쨌든 우리는 스톡홀름에 도착했다! 



드디어 스톡홀름 알란다 공항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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