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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wn May 13. 2024

다른 사람을 챙기지 말라는 충고

셀프코칭 다이어리

친구와의 짧은 통화. 원래는 친구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공유해 주려고 전화를 했지만, 친구의 묵직한 충고가 오래 남는다. 


나는 올해 두 번째로 네팔에 가는 일정을 앞두고 있다. 지난 3월에 네팔에 갔을 때는 한국 화장품과 과자를 잔뜩 사가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로 나눠주기도 했다. 


내가 원래 전해주려던 정보를 친구도 이미 다른 사람에게 전달받아 알고 있는 상황이라 나는 화제를 돌려 이번에 네팔에 갈 때 무얼 사가면 좋을지 물었다. 친구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했다. 


“지난번 사간 그 패치는 어때? 그거 사갈까?”

“그래, 그런데 패치 말고 다른 건 아무것도 사 오지 마.”

“너 선크림은 바르니?”(이미 다른 친구가 선크림을 사달라고 주문한 상황이다.)

“휴.. 선크림은 바르지. 근데 사 올 생각하지 마. 그리고 말이야.”


친구는 말을 이었다.


“'너 사람들에게 00 어때?'라고 물어보지 마. 그러면 다들 좋다고 하지. 근데 정말 어떤 게 필요하면 오히려 네가 묻지 않아도 너한테 '이것 좀 사다 줄래?'라고 부탁할 거야. 그게 그 사람들이 진짜 필요한 거야. 그러니까 뭐 사 올 생각하지 마.”


캐리어의 반을 선물로 채워간 지난 방문이 떠오른다. 물론 친구들의 주문도 있었다. S는 일본 다기세트가 필요한데 네팔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B는 급하게 맥북 케이블이 필요한데 네팔에서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며 부탁을 해왔다. 나는 미리 다기세트를 인터넷에 주문했고, 출국 전날 애플스토어에 달려가 케이블을 사들고 갔다.


일과 관련된 분들, 친구들의 선물도 있었지만 이년 전 머물렀던 숙소의 가족과 운전을 도와준 분을 위한 선물도 챙겼다. 한국 과자 몇 개라 별건 아니었지만 그저 그때의 고마움을 작게나마 전하고 싶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봤던 친구다.


친구의 충고는 계속 이어졌다. 


“네가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을 잘 챙기는 건 알겠어. 그렇지만 그 좋은 마음을 정말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써야지.”


알았다고 하고 인사를 나누며 전화를 끊었다. 


네팔에 가며 이런저런 선물을 잔뜩 준비했던 내 모습이, 또 반대로 네팔에서 이런저런 기념품을 챙겨 한국으로 들고 왔던 모습이, 그걸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하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충고를 들을 때는 웃으며 들었는데 전화가 끝난 후에도 묵직하게 남는 무언가가 있다. 이전에도 나는 친한 친구들에게 비슷한 충고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들에게 너무 잘하지 말라는 것. 그래봐야 소용없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맞다. 누구가는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기도 하고, 내가 너무도 여유가 있어 베푸는 거라 오해를 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안 주고 안 받는 게 편한 세상에서 마음을 나누는 일도 마찬가지가 되는 것 같아 어쩐지 씁쓸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친구의 충고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흘러가는 마음을 붙잡아 보자. 남에게 쓰는 정성을 나를 위해 좀 아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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