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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속에서 단 일분의 '행복'이 될 수 있다면

코치의 일주일

by Dawn

설 연휴가 있던 1월 마지막 주. 오래 쉬었고, 조카들과 시간을 보냈고, 여유가 있던 덕분에 홍콩과 이탈리아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오랜만에 자연과 함께하기도 했던 한 주의 기록을 돌아본다.



누군가의 CPCC 여정에 함께할 수 있다면


코액티브 코치가 되는 과정은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퇴사를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앞이 막막했을 때, 바로 이직을 하는 선택을 하지 않은 나는 코치로서 바로 서고 싶어 코액티브 코칭의 자격과정인 CPCC 과정을 듣기로 결정했다. 이미 회사를 다니며 코액티브 코칭의 핵심과정인 5단계까지를 수료했고, 한국코치협회의 자격증도 딴 상태였지만 코칭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엄두를 못 내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6개월의 시간을 투여해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일 년쯤 고민을 하다 퇴사를 계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게다가 한국어 과정은 없던 시기여서 온라인으로 6개월간의 과정을 영어로 듣고, 영어로 멘토코칭을 받고, 영어로 고객을 코칭하는 그 모든 과정은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코액티브 전문코치라는 CPCC 자격증을 가지고, 이 과정을 하는 한 코치님의 멘토코치로서 서포트를 해드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책 <첫 고객, 첫 세션>을 오랜만에 들여다보며 새로운 여정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첫 세션을 발견세션으로 시작했다.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 세계를 만나는 것'이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한 사람의 존재를, 우주를 마주할 수 있어 감사한 순간이다.



동쪽의 에너지를 따라서


몇 년 전 코치로서 좀 더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나는 배경화면으로 쓸 이미지를 만든 적이 있다.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모로코 마조렐 정원의 사진이 한편에, 또 코칭을 통해 고객과 '순간에 춤추기'를 실현하고 싶어 영화 라라랜드의 포스터가 한편에 있는 이미지다. 몇 년을 아이패드 배경화면으로 함께 했던 이미지였는데 이제는 보내줄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이미 일상에서 실현되었다는 느낌이 들기에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느껴진 것이다. 새로운 배경화면은 스웨덴 에크셰레트 섬에서 찍은 일출 사진이다. 어느 날 아침, 섬의 동쪽 끝에 서서 눈을 감고 해가 떠오르는 기운을 느꼈는데 그때의 느낌이 강렬하게 남아있다. 동쪽의 에너지는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가줄까.



서로 무리하지 않도록


설 연휴로 오히려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된 나는 해외에 있는 N과 미팅 일정을 잡았다. N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데 내가 조언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미팅을 요청해 왔다. 내가 지난해 했던 사례 발표에서 영감을 얻어 좀 더 발전시켜 보았다는 프로그램은 이미 훌륭해서 코멘트할 것이 별로 없었지만 참여자의 입장에서, 운영의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나눴다. 그리고 그동안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여유가 없었기에 서로의 안부를 나눴다. 사실 나이로는 나에게 이모뻘인 N은 나를 딸처럼 걱정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전한다. 너무 열심히, 무리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꽤 여유 있게 한 달을 보낸 나는 N에게 얼마 전 그린 그림을 보여주었고, N은 엄마 미소를 보였다. 어쩌면 우리는 둘 다 열심히 하는 것이 배어있어, 서로가 무리하지 않도록 알람을 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에 머무르는 순간


인왕산 숲속쉼터에 가야겠다는 마음이 올라온 주말 아침, 혼자 인왕산에 갔다. 목적지는 산의 정상도 아닌 숲속 쉼터, 동행도 없기에 나는 천천히 내 속도에 맞춰 산을 올랐다. 추운 날씨에 대비해 목도리에 모자까지 단단히 준비를 하고 갔지만 시작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모두 가방에 집어넣었고, 외투는 벗어 들었다. 초소책방을 지나 숲속쉼터를 향해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지붕에 눈이 덮이 쉼터를 마주했다. 주말이라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앉을자리도 없었기에 가져간 책은 읽지도 못하고 오분도 되지 않아 바로 나왔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혼자 한 산행은 꽤나 좋은 시간이었다. 내려오는 길에는 인적이 드문 산길로 내려왔는데 스웨덴에서의 시간을 떠올리며 자연에 좀 더 머무르는 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초소책방과 숲속쉼터 사진을 P와 M이 함께 있는 그룹채팅방에 보냈다. 우리 셋이 인왕산에 온 지도 벌써 일 년 반이 지났다. 그때 P는 숲속쉼터에 가고 싶어 했는데 어디인지 찾지 못해 못 갔다고 했다. 지금은 런던에 있는 P에게 다음에 오면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서촌으로 내려와 평소 가보고 싶던 편집샵에 들렀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브랜드의 화장품을 샀고, 계획에는 없었지만 구경을 하다 마음에 드는 스웨터를 하나 샀다. 부들한 촉감도 짙은 녹색의 색감도 꽤 마음에 든다. 보통 물건보다 경험에 더 많은 소비를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나의 취향을 반영한 물건을 사본다. 나를 좀 더 아끼는 소비를 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슬픔 속에서 단 일분의 '행복'이 될 수 있다면


명절에는 얼마 전 갑작스레 엄마를 하늘로 떠나보낸 조카들을 만나게 되었다. 전날 밤, 엄마와 나눴던 카톡을 보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는 중학생 조카. 어린 나이에 마주해야 하는 고통을 나는 쉬이 짐작할 수가 없다. 가는 길에 사간 도넛 한 박스를 열어 모두가 나눠 먹는다. 조카는 초콜릿이 가득 묻은 도넛을 한 입 물더니 '아, 행복해!'라고 했다. 일상을 살아내기에도 아픈 이 시기에 단 일 분의 행복을 선물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깊은 울림을 주는 순간이다.



IMG_3213.HEIC 인왕산 숲속쉼터



*1월 마지막주를 회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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