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느끼는 인간 유시민
나는 유시민 빠돌이다. 살면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며 그의 모든 책과 모든 영상을 지금까지도 다 챙겨본다. 나는 그가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식을 사랑한다.
유시민의 신간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읽으며 유시민이 스스로 인상 깊었던 과학적 사실 그 자체로도 읽기에 좋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나는 이 책을 보며 유시민이란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내면을 가꿔왔는지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었다. '훌륭한 사람은 이렇게 자기 성찰의 방식도 진화해 오는구나'라고 말이다.
몇 년 전, 우연찮게 본 영상 속에서 유시민은 노무현 대통령이 겪은 고난을 얘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시간이 오래 흘렀지만 꽤 서럽게 우는 영상 속에서 그의 마음속 그의 상처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러고선 이명박 대통령을 다시 만나면 묻고 싶다고 했다, “왜 그렇게까지 하셔야 했나요? “
꽤 시간이 많이 지나도, 그의 마음 한편 속에는 인간에게 받은 상처와 슬픔이 있었고 그는 이해하고 싶어 했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편을 갈라서 하는 것이다’
‘정치는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적인 탐욕과 맞서서 성인의 고귀함을 추구하는 것’
이것은 유시민의 언어로 설명한 정치다. 그는 현실주의자이고 순진한 사람이 아니다. 정치인이 되려면 싸워야 하고 비천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런 그도 자신이 사랑한 노무현, 노회찬의 자살을 보며, 자신이 사랑했던 동료가 배신하는 것을 보면서 어찌 인간에 대한 환멸감이 들지 않았겠으며, 내면에 상처를 받지 않았겠는가.
인간을 마음만으로 이해하기에는 유시민이 겪어온 일들과 관계는 너무 가혹했다. 우리는 살다 보면 사람이 그럴 수 있지라고 이해하다가도 같은 일에 또 분노하고 상처받는다. 그래서 나는 책 속에서 이해에 대한 유시민의 몸부림이 느껴졌다. 물론 과학 공부 자체만으로도 깊은 지적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지만, 그는 책 속에서 과학 공부를 한 이후로 사람을 덜 미워하게 되고, 더 이해하게 되고, 나무에게도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얘기한다. 인간과 세상에 대해 인문학적 이해를 넘어서 과학적 이해로 이해하기 시작하며 더 깊이 이해하고 일정 부분 마음의 평안도 얻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책 속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과학은 사실의 집합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 실체를 마주하는 방법이다’ (본문 중)
59년생, 그는 여전히 이해하고 싶어 하고 헤아리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이해가 공감의 핵심이고, 공감이 사랑의 핵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에게 과학은 더 깊은 이해를 하게 해주는, 그래서 더 좋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조금 늦게 만난 좋은 친구라고 느껴진다.
복잡한 것을 설명하는 임무를 수행하려면 연구자가 자신이 몸담은 세부 학문의 경계를 넘어 다른 분야의 연구 성과를 습득하고 다른 분야의 연구자와 소통해야 한다. (본문 중)
비단 복잡하는 것을 설명하는 것뿐 아니라, 나와 타인과, 세상을 이해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와 타인과 세상을 더욱더 깊이 사랑하고 싶다. 그러려면 이해해야 하기에, 그의 충고를 가슴속에 새긴다.
나와 너,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으로 과학적 사고를 꾸준히 정착하며 살아가겠다고. 문과남자로 진화해 온 나의 뉴런들에게 새로운 과학적 시냅스 형성을 꾸준히 해보겠노라고. 그래서 모든 물질을 더 깊이 이해해 보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