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쓴 삶
우리는 늘 상황에 맞춰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직장에서, 친구들 앞에서, 가족 앞에서, 그리고 SNS라는 작은 무대에서까지.
가면을 쓴 채, ‘쓸모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직장, 공부, 인간관계, 외모 등 온갖 시험에서 합격점을 얻으려 애쓴다.
멀쩡한 인간으로 남기 위해.
도태되어 ‘인간 실격’의 낙인을 받지 않기 위해.
그렇다면 인간으로서의 실격이란 무엇일까.
『인간 실격』의 요조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었다.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왜 그렇게 살아가는지, 그들의 언어와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현실을 버티지 못한 그는 술과 약물로 도피했고, 삶의 의미를 잃은 채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다 끝내 무너졌다.
요조가 본 자신의 모습은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과 멀쩡한 관계도 맺지 못하며,
타인의 기대를 모두 져버리는 인간이었다.
그를 가장 괴롭게 한 것은 실패가 아니라
‘나는 인간이라는 종족에 속할 수 없다’는 깊은 고립감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할 수 없었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게 불가능했다.
남들이 말하는 '평범'에 속할 수 없었다.
크고 작은 차이는 있어도, 우리는 요조가 느낀 그 ‘인간 실격’의 불안을 겪는다.
남들이 옳다고 말하는 기준에 끌려다니며,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스스로 평가하고,
본모습은 숨긴 채 가면으로 하루를 버틴다.
자기 자신에게 실격의 낙인을 찍지 않기 위해.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온전히 떠맡기게 된 것일까.
나는 그저 ‘나’일 뿐인데,
왜 스스로에게 ‘인간만도 못한 것’이라는 낙인을 찍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