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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민 Aug 31. 2022

중독과 몰입 그 사이

청춘을 릴스 보다가 끝낼 수는 없어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첫 중독은 드라마 시청이었다.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다가 새벽이 되는 것을 보며 망했다 생각한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그즈음 웹소설과 웹툰도 봤었다.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노는 것과 인터넷 커뮤니티, 배드민턴 등등... 독서실에서 몰래 컴퓨터를 하다가 엄마한테 혼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 아이돌도 좋아했다. 


20대가 되어서는 아예 대놓고 드라마와 영화에 빠질 수 있는 OTT 판이 차려진 덕분에 죄책감마저도 없이 새벽 3~4시까지 드라마를 봤다. 한 때는 NBA에 빠져서 아침 수업 시간에 생중계를 켜놓고 있기도 했고. 이렇게 나열하다 보니까 인정해야 할 나의 기질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수년간의 경험으로 인해 지금은 도파민 경로를 여러 가지로 파놓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트위터 하다가 지루하면 인스타 켜고, 릴스 보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를 켜는 사람. 하나를 끊어내도 다른 경로들에 빠지기가 쉽다.  


"중독은 또한 그 특징상 언제나 쾌감을 제공하지만 결국은 중독자 자신의 몸과 마음과 영혼에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손상시키고 주위 사람을 파멸시키며 균형 있는 생활도 깨어지게 되고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보고되고 있다(Yun, 1997)"


근래에는 sns 중독에 빠졌다. 이 중독성에 대해 유독 자괴감이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지금까지의 중독은 적어도 일상을 파괴하지는 않았다. 물론 드라마를 늦게까지 보는 건 수면 패턴을 망가지게 하긴 했지만 밤새도록 보는 건 방학 때 정도였고, 할 일이 있을 때는 제정신을 차리고 임할 수 있었기 때문에 통제력을 상실한 정돈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웹소설을 많이 읽어서 학창 시절 국어 성적이 항상 최상위였고 드라마를 통해서는 꿈도 찾고, 한창 농구를 좋아할 때는 NBA 경기를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 중독은 그 성질이 아예 다르다고 느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논문과 기사를 찾아보며 어떻게 다른지, 내가 왜 하고 싶어 하는지, 해결 방안은 어떤지 본격적으로 찾아보았다. 


논문에서 얘기하는 sns를 이용하는 이유는 사실 뻔했다.


"기존 SNS 관련 연구들에서 SNS를 세 가지 이유로 지속적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첫째 SNS 사용자들의 관심사, 정치, 취미 등이 유사한 사용자들(homophily)과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려는 욕구이다. 둘째, 사진이나 글을 게시하여 자신의 일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친구들이 게시한 글이나 사진에 댓글을 달아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이다. 마지막으로 사용자들은 SNS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즐거운 감정을 얻고자 하는 유희적 욕구이다. 이러한 SNS 사용 욕구들은 SNS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결국에는 중독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Turel and Serenko(2012) 연구에서는 SNS가 제공하는 유희적 특성이 SNS 중독을 야기하는 핵심 요인임을 밝혀내었다." -SNS 사용자 중독 형성 메커니즘과 중독 예방 전략, 김병수, 한국 정보시스템학회, 2019년


SNS 중독 연구들은 "소통"에 초점을 맞춘 듯했다. 하지만 최신의 SNS가 단지 "소통"의 기능을 하고 있을까? 요즘 인스타그램은 '릴스'라는 콘텐츠를 끊임없이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용시간을 길게 만들었다. 내가 요즘 시간 가는지 모르고 쳐다보고 있는 것도 내 지인들의 소식이 아닌, 랜덤 한 사람이 만든 30초에서 1분 정도 되는 유희성 동영상이다. 관계보다는 콘텐츠에 더 무게가 쏠려있다. 굳이 뇌를 쓰지 않아도 쳐다만 보고 있으면 자동으로 다음 동영상을 보여주는 시스템이라 정말 끝도 없이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한심하게 느껴진다. 노력하지 않고 얻는 것도 없이 내 시간을 스쳐 지나가는 남에게 쏟아붓고 있다는 느낌. 


그렇다면 단번에 애플리케이션을 지우고 끊어내면 될까? 싶어 몇 번 시도는 해보았으나 실패했다.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는 꽤나 명확하다. 나는 페미니스트고 비건 지향인이며 이외에도 많은 소수성이 나를 이루고 있다. 내가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만으로는 강력한 소속감을 느끼기가 어렵다고 느낀다. SNS 네트워크의 장점 중 하나는 내가 사람들은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해보지 않더라도, 개개인이 노출하고 있는 특성만으로 나와 '동류'인 사람들을 연결시켜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유사한 사용자들로부터 무엇을 얻고 싶어 할까? 소속감과 정보, 그리고 안도감이다. 이건 독서만으로는 얻기 힘든 SNS만의 특성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질의 정보는 독서량을 늘림으로써 해결 가능할 것 같다.  


Going on a digital detox — or totally abstaining from social media for a certain period of time — can be effective for some people, but not others, says Neha Chaudhary, MD, child and adolescent psychiatrist at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and Harvard Medical School. 


"For some, it may break a cycle that has started to feel toxic or have negative effects, " she says. "For others, stopping altogether may lead to craving its use and not being able to sustain the break, or might keep someone from accessing the beneficial parts of social media, like a way to stay connected and reach out for support."


단번에 끊어내면 오히려 억제에 대한 반작용으로 더 갈망하게 된다고 한다. 관심 있는 것에 쉽게 몰두하는 성격의 나로서는 절제의 방법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중독을 좋은 방향으로 이용해먹어보려고 한다. 좋아하는 책을 찾아보고 운동을 더 자주 하고, 만약 쉬고 싶다면 길이가 긴 영상을 시청하기. 앞으로 일주일 동안 실천해보고 핸드폰 사용량의 변화를 살펴볼 예정이다. 방금 핸드폰을 열어서 스크린 사용 시간을 확인했는데 부끄러워서 당장 업로드는 못하겠다. 다음 주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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