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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하다 Dec 12. 2022

금다육이의 몸값

금 보는 법 알려드려요

금다육이 도감에 소개할 첫 번째 아이를 누구로 선정할까 고민하던 주말의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 수많은 다육이들이 순위 경쟁을 했다. 그런데 결국 그 첫 주인공의 소개를 나는 하루 더 미루기로 했다. 지난 글에서 금다육이의 '금'은 일본의 전통 직조 기술인 '니시키오리'에서 기인한 비단 금(錦), '니시키'로 읽는다고 설명했다. 색의 아름다움을 경쟁하는 세계관을 니시키라는 단어로 계승하고 있다는 금다육이의 미(美)의 가치를 나름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준이 있다.


살아있는 생명을 이런저런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불편한 것은 나도 가끔 느끼는 낯선 감정이다. 오늘 글은 앞으로 금키(금다육이 키우는) 도감을 더 쉽고 편하게 즐기고, 본인 스스로의 취향과 미학적 가치를 적립해 가기 위한 기준점을 알아둔다는 정도로 생각해주시길.


금다육이는 '금 발현'의 상태에 따라 가치 평가가 달라진다. 일반적인 다육식물의 색감인 녹색에 엽록소의 변이로 흰색이나 노란색의 무늬가 들어간 부분을 '금'이라고 표현하는데, 금이 들어간 부분은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금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적절한 기준에 부합하는 상태를 '금이 잘 들었다' 고 표현하며 금이 너무 많으면 '금이 강하다' 반대인 경우는 '금이 약하다' 라거나 '녹이 진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라울금. 중앙에 얼굴 전체가 연노랑색 금인 개체가 있는데 이런 아이를 '올금'이라고 부른다. 올금은 햇빛에 잘 타고 단독일 경우는 생명력이 없다


금이 잘 들어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금발현의 종류를 크게 5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복륜금


금다육이 중에 가장 대중적인 품종은 마리아금이다. 잎의 베이스 컬러가 빈티지한 그린에 백색 금이 든 다육이를 보고 "마리아금" 이라고 외치면 맞을 확률이 높을 정도로 많이 퍼져있기도 하고, 사실 수많은 품종들이 마리아금이라는 이름으로 더 상세하게 분류되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기도 하다.


마리아금 앞에 수식어가 붙은 수많은 품종들이 있다. 곰마리아금, 콩마리아금, 화이트마리아금, 꽃눈마리아금, 별마리아금, 블랑코마리아금, 엘마리아금, 백호마리아금, 설백마리아금, 블루진마리아금, 레드마리아금, 고혼진마리아금 등 정말 수많은 마리아금 들이 있고 지금도 생겨나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아무 수식어도 붙지 않은 그냥 '마리아금'은 복륜금이 든 것이 상품 가치가 높다. 복륜금은 잎의 테두리를 따라서 금이 발현된 형태다. 로제트 형상의 모든 잎에 한 장도 빠짐없이 복륜금이 고르게 든 것이 완벽하게 금발현이 된 상태이며 그중 한 잎장이라도 녹이 진하면 상품 가치는 떨어진다.


각 잎장마다 테두리에 복륜금이 잘 들어있다
금 발현이 된 잎장들이 있지만, 녹이 강한 부분이 있어서 고르게 복륜이 든 상태보다는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언제나 선택은 개인의 취향이다. 다육이 생김새를 수형이라고 부르는데, 복륜이 든 위 그룹 아이들보다 아래 아이들의 수형이 더 맘에 들거나 오히려 진한 녹과 금의 극렬한 대비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거다. 식물을 되팔 생각으로 구매할 것이 아니라면 타인의 평가 기준은 중요하지 않다. 나만의 취향과 개성은 오히려 더 합리적인 가격에 내 마음에 쏙 드는 예쁜 아이를 데려올 수 있는 장점이 된다.


2)중투금


복륜금이 잎장의 테두리에 그러데이션처럼 스며드는 금 발현이라면, 중투금은 잎장의 정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힘차고 도드라지는 금 표현이다. 중투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검색해보니 ‘꽃잎이나 잎 가운데에 무늬가 나타나는 식물’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였다. 中透의 '투'자는 꿰뚫다, 투과하다의 의미를 가진 한자다. 


중투마리아금의 특징인 이 중투금 역시 모든 잎장에서 고르게 나타날 때 상품 가치가 높다. 놀라운 점은 내가 처음 이 아이를 데려왔을 때보다 지금 훨씬 더 금이 선명해졌다는 점이다. 다육이와 함께 하며 누릴 수 있는 기쁨 중 하나는 사진과 영상의 기록으로 아이의 모습이 변화하고 내 눈에 더 예뻐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는 일이다.


중투마리아금 6월(좌) 12월(우) 6개월 동안 층수도 풍성해지고 잎모양도 다져지면서 하얀색 금라인도 더 또렷해졌다


3) 자유로운 영혼 금


중투금이나 복륜금처럼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금발현 위치, 굵기, 길이가 제 멋대로인 것이 원래 그 품종의 특징인 금다육이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스타보스금, 곰마리아금, 레오파드금, 플라멩고금 등이다. 어떤 때는 정갈한 차림의 클래식한 정장 차림이 예뻐 보이다가도, 어느 날은 컬러감 있는 캐주얼룩이 더 멋스럽게 느껴지는 것처럼, 금다육이를 대하는 내 마음도 갈대 같다. 오늘은 '마리아금이 역시 최고지' 했다가도 다음 날은 '역시 화려한 스타보스금이나 레오파드금이야'하면서 나는 내일 소개할 다육이를 지금도 고민 중이다.


이 아이들은 금 발현의 위치나 고른 표현으로 가치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잎장에 잎장 베이스 컬러와 다른 컬러의 금줄기가 표현되었는지 정도로 파악하면 될 것 같다. 전체적인 색감의 조화와 수형, 잎성(잎의 통통함, 건강함 등) 등 다른 요소들도 늘 중요하다.


스타보스금. 하얀색과 붉은색 금라인이 잎장 여기저기에 자유롭게 발현되어 있다.
레오파드금. 초록색 잎장 베이스 컬러와 다른 노란색, 연녹색, 핑크색 등의 금이 제 멋대로의 위치에서 발현되었다


4)산반금 


잎장 전체가 펄 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느낌의 금 발현 상태를 보인다. 사진에서는 실물만큼 잘 표현되지 않지만, 실제로 보면 참 예쁜 품종이다. 마리아산반금, 블루진마리아금 등이 이런 특징을 보인다. 산반금의 '산반'이라는 표현이 사전에 없는 단어라서 참 오랜 시간 그 뜻을 찾아 헤맸었는데, 금다육이의 금이 gold가 아니라 비단 금이었다는 걸 알아냈던 pukubook 사이트에서 원래 초록색 식물이 흰색,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는 현상을 후이리(班入り 아롱질 , 들)'라고 한다는 문장에서 '반' 자를 찾아내고 참 기뻤다. '후이리'는 점박이라는 뜻인데, 아마도 산반은 '흩어질 산'자와 함께 쓰여 깨알처럼 반짝이는 점들을 나타낸 표현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마리아산반금. 잎장이 전체적으로 하얀색 진주가루를 뿌린듯 반짝거리는 모습이다.
블루진마리아금. 잎장이 전체적으로 은은하게 반짝거리는 것이 특징이다.


5) 돌기


금다육이 중에는 색감의 변화가 아니라 우둘투둘하게 잎 표면에 굴곡이 생겨 일반종자와 차이를 나타내는 종이 있다. 제이드스타금이 대표적이다. 일반종은 매끈한 잎이지만, 금이 잘 발현된 아이일수록 표면의 돌기가 명확하게 보인다. 워낙 키우고 있는 아이들이 많아서 내가 따로 애칭을 붙여준 다육이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은데, 그중에 '제근이'라는 애칭을 가진 금다육이가 있다. 제이드스타금의 '제'와 근육질의 '근'이 합해진 이름이다. 워낙 금발현이 잘되어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한 근육질의 모습이 떠올라 붙여준 이름이다.


제이드스타 금발현 안된 상태(좌) 제이드스타금(우) 잎장 표면에 굴곡이 보인다
제근이. 위의 제이드스타금보다 울퉁불퉁한 잎장 표면의 굴곡이 훨씬 잘 드러나 있다



크게 다섯 종류로 금다육이의 금발현 모습에 대해 말씀드렸다. 앞으로의 도감에는 단어 설명보다는 사진이나 그 아이에 얽힌 이야기 위주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게 된 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설명 본능은 언제 또 순서를 뒤바꿀지 모를 일이다. 금키의 독자님들을 향한 애정이 알아두기엔 쓸데없더라도 신기하고 즐거운 지식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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