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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귀하다 Dec 14. 2022

마리아금, 가장 대중적인 명품

금다육계의 아메리카노

금키의 금다육 첫 번째로 소개될 아이는 마리아금.


색깔이 화려하고 모양이 특이하고 시선을 사로잡을 다른 여러 종의 금다육이들이 순위 경쟁을 했지만, 주말 동안 앤서니 홉킨스의 왈츠가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일까. 클래식하고 가장 기본적인 대표주자를 첫 번째로 결정했다.


마리아금. 복륜금이 고르고 예쁘게 들었다.


금다육계의 마리아금은 커피의 아메리카노 같은 아이다. 가장 많은 금다육 마니아들이 키우고 있고, 키워봤고, 시세도 가장 저렴하다. 그렇지만 같은 아메리카노라고 해도 어떤 카페에서 어떤 원두를 사용해서 만드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듯이, 마리아금이라고 그저 그런 금다육이라고 생각하긴 없기다. 마리아금을 하나도 갖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키우는 사람은 없다. 그 다양한 매력과 고급스러움, 귀여움, 깨끗한 매력이 모두 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리아금 군생. 단독으로 하나의 얼굴을 가진 아이와 여럿이 함께 하는 군생은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마리아금은 대표적인 '창'의 형태다. 줄기 부분이 거의 발달되지 않고, 흔히 '얼굴'이라고 표현하는 로제트 형태의 두툼한 꽃 모양의 다육이 잎장 아래 거의 바로 뿌리가 내리는 형태다. 왜 창이라고 부르는지 아직 확실히 모르겠지만, 던지는 무기 '표창'의 형태와 비슷한 방사형으로 뾰족한 형태라서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금다육이는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엽록소가 변이를 일으키며 색 변화가 일어난 변이종인데, 번식을 할 경우 똑같이 금다육이만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육이 마니아들에게는 기쁘지 않은 현상이지만, 원래의 건강한 형태로 녹색 얼굴을 보일 때가 있다. 온전한 학술용어는 아니지만 금다육에서 태어났는데 금다육의 색이 아닌 경우 '금무지' 라고 부른다.


마리아 금무지 군생. 물이 들어 뒷면이 보라빛이다. 상품가치는 금다육이 보다 많이 낮지만 내 눈엔 예쁜 아이.


마리아금은 잎 테두리를 따라 하얗게 색이 변한 백복륜금이 가장 상품 가치가 높다. 흰색이 아닌 노란빛으로 변한 종도 있는데 이 아이들은 마리아녹금이라고 따로 분류한다. 마리아복륜금은 잎 테두리만 색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잎장 베이스 컬러 자체가 은은하게 채도가 낮아진 빈티지한 그린 컬러다.


위의 마리아 금무지와 비교하면 은은하고 여리여리한 색감이 느껴진다.


금다육이 종류 중에는 '후발성'이라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아이들이 있다. 금무지인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중에 없던 금이 생기기도 하고, 연했던 금이 진해지기도 하는 아이들이다. 스타보스금, 레오파드금, 호피마리아금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마리아금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태어날 때 금을 물고 태어난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 얼굴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마리아금도 시간이 지나면 연륜이 쌓이며 디테일을 쌓아간다. 성숙미가 생겨서 어른이 된다. 단순히 크기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크기가 컸던 아이가 여물며 조금은 작아진다더라도 잎 한 장에 그려낸 표정이 깊어진다. 금다육이를 처음 키우기 시작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장 마음으로 의지하고 있는 '빅마리' 여사는 계속해서 고혹미를 쌓아가고 있다.


보통 금다육이는 10cm가 되면 '대품'이라고 표현한다. 일반적인 '창' 다육이는 15cm 정도 되어야 대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금다육이는 아무래도 성장이 더디기도 하고 하나를 잘 키우는 것보다는 번식을 통해 상품으로 되팔던 재테크 개념이 강했기 때문에 형성된 기준인 것 같다.


그런데 빅마리 여사와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거의 20cm 가까이 되는 크기였다. 내겐 정말 거대하게 큰 느낌이었다. 마리아금 + 크다의 big을 붙여 '빅마리'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때 자구(새끼 다육이)를 둘이나 달고 있어서 내가 남편에게


"오빠, 큰엄마가 조카를 둘이나 데리고 오셨어!"라고 말했었다.


 

빅마리 5월(좌)/ 빅마리 8월(우) 잎장에 디테일한 라인들이 생겼다.
자구를 셋이나 달았던 빅마리
처음 키핑장에 갔을 때 밭 한가운데에 빅마리 여사를 심어 두고 금다육이들의 대장으로 늘 생각했다. 건강해줘서 고마워.


최근에 키핑장이 금다육이들에게 더 좋은 조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 차광과 온도 유지에 좋은 보다 작은 공간으로 이전했다. 나는 빅마리 여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민 끝에 자구 분리를 결심했다. 처음에는 잎장 하나 떼는 것도 두려워했던 나는 이제 병든 다육이들에게 칼을 들고 약 처리를 하는 것이 아주 익숙해졌고, 번식을 위해 낚싯줄을 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

빅마리와 분리된 자구 아가들
최근 사진(12월).  심기가 불편하신가... 엄청나게 꼬이기 시작하셨다;; 생장점 부근이 분지중이다.
빅마리(좌)/ 자구(우) 엄마랑 꼭 닮은 자구 아가가 잘 자라고 있다.


엽록소 변이가 일어난 부분이 차지하는 면적이 많으면 '금이 강하다'라고 표현한다. 금이 강하면 햇빛에 타기 쉽고, 성장에도 좋지 않기 때문에 상품가치가 떨어질 수 있지만, 화려하고 예쁘기 때문에 한 두 잎장 정도 포인트로 금이 강한 마리아금을 좋아하는 사람도 꽤 많다. 나도 그런 편이다.


밝은 부분이 많은 '금이 강한' 잎장이 있는 마리아금.


금다육이는 번식과 키우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개념을 완전히 깨뜨려버린 너무도 순하고 착한 아이 마리아금. 내 경험으로는 가장 아래 두 단 정도를 남겨두고 윗 얼굴을 드러내는 '적심'이란 방식으로 번식하면, 보통 한 개체에 5-6개의 자구를 달고, 그중 80%는 금으로 새끼를 단다.


적심한 마리아금. 새끼들이 예쁘게 금을 물고 태어나서 잘 자라고 있다.
이렇게 작은 자구일 때부터 '나 금다육이에요' 확실하게 말하는 마리아금.


폭발하는 공급량으로 마리아금은 이제 과거의 높은 위상과 몸값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 예쁜 아이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만날 수 있으니 좋은 일이겠지?


그리고 아마 이 시기가 지나면, 그만큼 더 크고 예쁘게 잘 다져진 아이는 더 귀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인지 소망인지... 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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