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색대비의 아름다움
크리스마스가 지났다. 빨간색과 초록색의 보색이 주는 그 강렬한 대비가 따뜻하고 아름다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크리스마스트리의 영향이 크겠지. 붉은빛과 진한 녹빛이 어우러진 스타보스금은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하는 금다육이다. 화려하고 아름답고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축제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관심을 돌려버리는 게 아쉬운 순간이 있다. 유독 따뜻했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던 이번 크리스마스를 추억하며 일부러 하루가 지나 더 오래도록 온기를 간직하고픈 마음으로 크리스마스를 닮은 스타보스금을 소개한다. 누군가 스타보스금과 함께 아름다웠던 크리스마스를 기억하길 바라며.
스타보스금은 금이 하얀색으로 발현된다. 앞서 보여드렸던 마리아금이나 엘크혼금이 어느 정도 크림빛이나 연한 녹빛을 품고 있는 하얀빛이었다면 스타보스금의 금은 정말 더 새하얀 빛깔에 가깝다.
발현되는 위치도 자기 마음이다. 어떤 잎장에는 정 가운데를 질러가기도 하고, 어떤 잎장은 잎의 절반이 하얗기도 하고, 어떤 잎장은 물결치는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스타보스금은 대표적인 '후발성' 금다육이다. 오래 자랄수록 금이 선명해지거나 더 많은 영역에 걸쳐 나타나는 금다육이를 후발성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내게는 전체적인 수형이나 잎성(탱글함, 통통함, 잎의 모양 등)이 스타보스금을 처음 선택할 때 금이 얼마큼 잘 발현되었나 보다 더 중요한 점이다.
아예 잎에 흰 줄이 보이지 않았던 개체에서도 금이 나타나기도 한다. 금다육이에서 번식했지만 금이 발현되지 않은 종자를 '금무지'라고 부르는데, 스타보스금, 레오파드금, 호피마리아금 등 후발성이라고 알려진 금다육이는 지금은 금무지이지만, 후발성으로 금이 발현될 거라며 금다육에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있다. 경험상, 후발성으로 금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은 거짓말은 아니지만 100퍼센트 발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금이 발현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내 마음을 채울 만큼 사랑스러운가를 생각해보면 선택에 대한 정답은 찾을 수 있다.
로제트모양의 금다육이들 중 잎이 넓고 통통한 아이들을 '환엽'이라고 부르고 얇고 길쭉한 모양을 '세엽'이라고 한다. 스타보스금은 환엽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스타보스금이라면 역시 환엽이지!라는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세엽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왠지 빨갛고 초록인 채도 높은 스타보스금의 화려한 색감에는
새초롬하고 하늘거리는 느낌의 세엽보다는 오동통하고 귀엽고 단단한 느낌의 환엽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starboss. 빛나는 별 중에서도 리더의 품격을 가진 이름이 이 화려하고 사랑스러운 금다육이에게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스타벅스와 한 글자 차이 친구라 대중성까지 갖춘 이름이다.
그런데 내가 키워본 스타보스금들은 마리아금처럼 크기가 쭉쭉 성장하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한 번도 번식을 시도해보지 못한 다육이이기도 하다. 사진 속 사이즈도 충분히 번식을 할 수 있는 크기이긴 하지만, 왠지 내 마음이 저 크기의 아이를 잘라낼 만큼은 아직 단단해지지 못했나 보다.
이렇게 색감이 화려하고 예쁜 스타보스금인데, 왜 모노톤으로 바꿔보고 싶었을까. 나는 채도가 사라진 스타보스금의 사진에 폭 빠져 한참을 바라보았다.
스타보스금이 꼭 그 화려한 색감 때문에만 사랑받는 금다육이는 아니란 확신이 드는 컷이다.
갑자기 너무 빼어난 외모가 주목받아서 실력이 평가 절하되었던 외모로 일하지 않는 분야의 유명인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세상의 못난 비아냥 속에서 이렇게 컬러를 쫙 한 번에 빼버려 모양을 볼 수 있게 만드는 필터가 간절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