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이 정권 1년, 아르헨티나 경제는 어디로?
아르헨티나는 한때 부자 나라였지만, 수십 년간 위기를 거듭하며 쇠퇴했습니다. 1년 전에 아르헨티나의 급격한 경제 변화에 대한 글을 올렸고 그것을 계기로 저는 책을 출판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밀레이 정부 집권 1년 차, 아르헨티나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초 아르헨티나에서는 급진적인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체인톱을 들고 다니는 하비에르 밀레이가 새 정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밀레이는 가장 암울한 정치 캠페인 메시지를 내걸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수십 년간 경제를 잘못 관리한 결과 더 이상 부유한 나라가 아니며,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유한 나라처럼 행동하는 것을 멈추고 자기 수준에 맞게 살아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사실상 IMF에 빚을 내어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비효율적이고 생산성 낮은 산업 구조로 인해 부채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IMF에서 빌린 돈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세계 1위입니다.
해결책은 보조금 및 복지 혜택의 대규모 삭감, 세금 인상, 그리고 많은 공공시설의 민영화였습니다. 이와 같은 긴축 정책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즉각적인 생활 수준 하락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력적이지 않은 정치적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밀레이 캠페인은 놀랍게도 큰 인기를 끌었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국민들은 아르헨티나의 오랜 경제적 부패를 치유하고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밀레이의 쓴 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세기에는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였던 아르헨티나는 1930년 군사 정권에 의해 보수적 경제정책이 무너지고, 경제적 롤러코스터를 겪어왔습니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현대화를 위해 막대한 부채를 지고, 그 부채가 결국 어떻게 해결될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도 없이 경제 확장과 복지 증대를 약속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르헨티나 경제는 경쟁력을 잃었고 외국에 돈을 빌려 효율적이지 않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 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외국인 투자와 기업을 멀어지게 만들고 아르헨티나를 고립시켰으며 자국 화폐인 페소 가치는 지속적으로 평가절하되었습니다. 화폐가치가 떨어지자 아르헨티나 시민들은 미국 달러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후보들은 "현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라는 약속으로 국민의 표를 샀습니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 국가 부채는 너무 커져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국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되자 국민들은 그 나물의 그 밥을 선택하기보다는 비주류 정치인이자 매력적이지 않은 공약을 내세운 밀레이를 선택했습니다. 9번의 파산과 200%에 가까운 인플레이션을 겪게 되자 국민들은 차가운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고, 밀레이가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작년에 다뤄본 내용인데요. 밀레이의 쓴 약은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요?
밀레이 정부가 집권한 지 1년, 아르헨티나 경제는 좀 괜찮아졌을까요?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내세운 메시지는 단순했습니다. "앞으로 고통스러울 것이다."
취임 첫날, 그는 즉시 정부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혁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첫 번째 조치로, 18개의 중앙 부처를 9개 부서로 통합하고, 여러 부서들의 권한을 재배분하는 법령을 서명했습니다.
교통 및 공공사업 업무는 인프라부로 이관되었고, 관광, 스포츠, 환경 정책은 내무부로 통합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핵심 목표는 정부의 비효율성을 줄이고, 일부 정부 부문을 민영화하여, 최근 수십 년간 경제 성장을 방해했던 경쟁 억제를 해소하는 것이었습니다. 밀레이는 정부의 비대함을 줄이고 민간 경쟁을 활성화시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러한 조치를 취했으며, 이는 일종의 강력한 구조조정이자 경기 회복을 위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밀레이의 극단적인 긴축 조치가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프로그램들이 대폭 축소되었고, 그에 따라 세수는 지출을 초과했으며, 인플레이션도 감소했습니다.
빈곤율, 실업률, 경제성장률에 있어서는 임기 초반 대비 안 좋은 지표를 보이고 있지만, 희망적인 것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인플레이션)이 조금씩 잡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밀레이 정부는 긴축 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은 211.4%에서 166%로 낮출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높은 수치이긴 하지만 인플레이션 추세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희망적입니다.
밀레이의 가장 흥미롭고 논란이 되는 정책은 바로 달러화(dollarisation)입니다. 아르헨티나 페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미국 달러를 국가의 공식 화폐로 도입하자는 제안입니다.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는 자국 통화를 관리하는 것보다 미국 달러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여 달러를 공식 화폐로 채택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아르헨티나처럼 큰 국가가 달러화를 채택한 사례는 없습니다. 달러화는 급진적이고 공격적인 조치입니다. 자국의 화폐를 버리고 달러를 채택할 경우 자국의 통화 정책을 설정할 수 있는 통제권을 포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경제가 호황을 맞고 인플레이션이 높을 경우, 미국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를 인상할 수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은 아르헨티나 경제가 아닌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기준 금리를 정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르헨티나 경제가 침체되어 있다면 아르헨티나 경제는 기준 금리 인상으로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레이가 달러화 정책을 선호하는 이유는 2가지입니다. 첫째, 달러 화폐의 안정성입니다. 둘째는 역설적이게도 무책임하게 페소를 찍어냈던 아르헨티나의 통화 정책의 선택권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미 극단적인 통화 페그(currency peg) 제도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여러 차례 실패했습니다. '페그(peg)'는 말뚝이나 쐐기를 뜻하는 단어로, 환율이 자유롭게 변동하지 못하고 일정 수준에 묶여 있다는 의미입니다.
달러에 대해 자국 화폐의 교환비율을 고정시키고 이 환율로 무한정의 교환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데 아르헨티나는 충분한 외화 보유고를 확보하지 못하여 여러 차례 페그에 실패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밀레이는 아르헨티나가 차라리 완전히 달러화로 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달러화 채택은 분명히 위험한 도전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외화 보유고가 부족하여 충분한 달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많은 외화 보유고가 이미 부채 상환에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페소에서 달러로 전환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우선 페소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밀레이는 근본적으로 아르헨티나 경제를 개혁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과거처럼 돈을 찍어낼 수도 없고 IMF로부터 외화를 빌릴 수도 없기 때문에 정부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보조금 축소, 외국인 투자에 대한 세금 인하, 대규모 민영화 등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재정 적자를 극복하고 재정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며 경제 안정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구조조정과 경제 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밀레이가 강조한 대로 "고통을 참아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밀레이의 극단적인 긴축 정책은 확실히 아르헨티나 경제의 회복을 위한 첫걸음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은 실질적인 문제로 다가옵니다. 공공서비스인 가스, 물, 전기 요금은 급등했으며, 식료품과 대중교통과 같은 기본적인 필수품 가격도 마찬가지로 상승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정부의 지원 부족이나 예산 적자를 줄이기 위한 행정 조치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밀레이의 경제 정책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변화의 효과를 몸소 체감하는 일반 국민들은 그 고통을 참아내야 합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급격한 경기 침체와 생활 수준의 하락인데, 이는 차트상에서 보이는 숫자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잘못된 경제 관리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쉬울 수 있지만, 사람들은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최악은 밀레이가 너무 일찍 퇴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 개혁이 사실상 헛수고로 돌아가게 됩니다. 지난 1년 동안 아르헨티나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야당은 이러한 회복의 징후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밀레이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려면, 국민의 인내와 지지가 필수적이며 경제적 성과는 많은 고통과 불안 속에서 얻어진 결과입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최근 몇 달 동안 이 변화에 대한 보복이나 저항은 그리 크지 않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더 나빠져야 나아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이해하고 있으며, 극단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밀레이의 계획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쟁력 있는 산업을 다시 일으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먼저 보고 나서야 투자에 나설 것입니다. 앞으로 아르헨티나 경제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극단적 긴축정책을 주는 불편함과 고통을 국민들이 얼마나 더 오래 감당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습니다.
케인스는 “장기 계획은 현재 사안에 대해 잘못 알려준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좋아질 것이니 계속 참으라고 하는 것은 해결 방법이 될 수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