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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을 받아본 적이 있나요?

Carl Rogers의 인간 중심 치료를 배우며.

어제 심리치료 강의를 배우고 나서 나를 무조건적으로 존중해 준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발표해 보았다.


내겐 생각나는 2명의 사람이 있었다.

할머니와 고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이다.

엄마는 아빠의 가정 폭력을 참다못해 내가 2살 때 집을 나가셨다. 1살 남동생과 나 그리고 5살 언니를 두고선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셨다.

아빠마저 우리를 외면했고 결국 할머니가 우리 셋을 떠맡게 되셨다. 70이 훌쩍 넘으신 나이에 말이다.

주변에선 고아원에 맡기라고 성화셨지만. 출산과정에서 이미 두 명의 아이를 떠나보내고 나서 어렵게 아버지를 간신히 얻으셨기에 생명이 귀하다는 걸 아셨기에 우리들을 차마 고아원에 보내시지 못하셨다.

이모할머니가 준 땅에서 흙집을 짓고 산에 가서 나무를 해서 아궁이에 불 때서 밥 해 먹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간오지였지만. 나라에서 나오는 정부미와 지원금으로 우리는 생명을 유지해갈 수 있었다.

언니가 3학년 때 남의 집 식모로 보내지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내가 소녀가장이 되었다. 국민학교 1학년 나이에.

늘 문제를 일으키는 남동생보다는 소녀가장처럼 묵묵히 농사를 돕고 공부도 척척 알아서 잘하는 나를 할머니는 늘 칭찬해주셨고 나를 믿고 격려해 주셨다. 어느 순간은 할머니가 나를 의지하게 되었다. 걷지 못하게 된 할머니를 목욕시켜드리고 머리도 잘라드리고 손톱을 잘라드리고 이가 없으셔서 잇몸으로 드시는 할머니를 위해서 가위로 반찬을 작게 잘라서 숟가락 위에 올려드렸던 때가 제일 행복했었던 것 같다. 백발에 엉덩이를 밀고 다니셨지만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내게는 최고의 어른이셨다. 마지막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가장 마음이 아프지만 할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은 내가 평생 살아갈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주었다.


두 번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이셨던 이성실 선생님이다.

제일 방황하고 찌질했던 그 시절. 반장으로 추천해주시고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시고 참고서도 챙겨주시며 나를 따뜻하게 챙겨주셨던 최초의 사회인이었다. 가족도 해주지 못하는 따뜻한 사랑.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단 한 사람.


당신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나요?

내가 어떤 모습일지라도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고 존중해주는 사람 말이다.

가장 망가진 모습을 보일지라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사람 말이다.


인간 중심 치료를 공부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 되어주고 있는가?

이 땅에 살면서 단 한 사람의 머릿속에. 마음속에

나도 이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기를...

오늘 희망해본다.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하루가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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