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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아직도 다섯 살인 이복동생 상봉기

hs이의 남은 삶을 응원하며.

며칠 전 이복동생 ms에게 전화가 왔다.

내겐 3명의 이복동생이 있다.

두 명의 여동생과 한 명의 남동생이다.


아버지의 가정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엄마는 내가 2살 때 집을 나가셨다. 3살 많은 언니와 나 그리고 돌쟁이 남동생을 두고서.


내가 중3 때쯤 아버지가 우연히 이모를 길에서 마주치면서 엄마의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재가 한 남편이 몇 년 전에 사망해서 혼자 세 명의 아이를 키운다고 했다.

16년간 엄마를 원망하고 살았던 나는 엄마가 보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운명은 우리를 그렇게 다시 마주하게 했다.

친엄마를 마주한 열다섯의 나는 미안하다고 울면서 내 손을 꼭 잡는 엄마가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싫지도 않았다. 이래서 피가 물보다 진한 가보다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당시 살고 계시던 고창 새엄마는 아버지가 다시 조강지처를 데려온다는 사실에 격분해서 모든 살림을 다 부수고 나가셨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집은 살림살이들이 다 사라졌고 거실엔 온통 내던져진 살림살이들이며 깨진 그릇들로 가득했다. 늘 그렇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빗자루를 들고 와서 쓸어 담기 시작했고 쨍그랑거리던 유리 조각들의 소리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엄마는 다시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나의 삶은 100배나 더 힘들어졌다. 엄마는 이모한테 돈을 빌려서 식당을 차리셨고 대학생이 되자, 집안일은 온전히 내 몫이 되어버렸다. 새벽 5시면 그날 쓸 재료를 사기 위해 새벽시장에 나가시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남동생과 이복 여동생의 도시락 4개를 싸고 가족들의 아침을 준비하고 할머니의 점심상까지 차려두고선 엄마가 일하는 식당에 가서 하루치 차비와 용돈을 타가던 나는 어느 날은 정어리 한 상자를 다 다듬고 나서야 차비를 받는 날도 있었다.


대학 신입생의 낭만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수업을 마치면 가족들의 저녁식사와 집안일을 하기 위해서 집으로 칼같이 돌아와야만 했기 때문이다.

교복을 입는 이복 여동생은 꼭 흰 양말을 신었는데, 늦은 시간 집안일을 다 마치고 화장실에 쭈그려 앉아서 빨래판에  손빨래를 하면서 왜 꼭  흰 양말을 신어야만 하냐고 투덜거리던 생각이 난다.


당시 일곱 살이던 막내 여동생이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매일 전화를 해대서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되었는데, 노란 머리에 동그란 얼굴을 한 첫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다.

나와 띠동갑 호랑이띠 막내 이복동생은 나를 참 잘 따랐다.


오늘 그 막내가 언니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벌써 두 아들의 엄마가 된 후덕한 막내는 엄마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혼자서도 참 잘 컸다.

결국 엄마는 몇 년도 못 살고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또다시 집을 나가셨고 더불어 이복동생들도 시골집에 버려지게 되었다. 다행히 할머니와 삼촌들이 살뜰히 보살펴주었다고 한다.

그 후 몇 년 뒤 연락이 닿은 엄마는 서울에서 지내고 있었고 택시기사를 만나 새 출발을 해서 잘 살고 있었다. 새아버지에게는 오누이가 있었는데 아주 어렸다. 그리고 그 아들이 자라서 매일 엄마에게 자기 집에서 나가라고. 자기 친엄마와 다시 살 꺼라고 엄마에게 스트레스를 주었고 결국 어느 날  아침 엄마의 심장은 멈추고야 말았다.


참 파란만장한 삶이다. 알코올 중독자인 외할머니에 의해 밀린  술값 대신 식당에 팔려간 어린 소녀는 그렇게 세상에 내동댕이 쳐진 채 온몸으로 세상의 풍파를 맞고 결국 한 줌의 재가 되어 어린 자식들에게 덩그러니 남겨졌다.


김여사.

우리가 엄마를 부르는 호칭이다. 어느새 내가 엄마 나이가 되어보니 당시로써는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의 삶이 참 가엽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이복동생들아~

잘 살아줘서 고맙고 연락해줘서 고맙고 잊고 살았던 엄마에 관한 추억들을 나눠줘서 고맙다.

힘든 삶이지만 우리 서로 의지하며 세상을 잘 살아보자꾸나.

비가 세차게 내린 뒤의 파란 하늘은 참으로 아름답기만 하구나.

평생 고생만 한 나의 엄마 김여사 님~ 천국에서는 잘 쉬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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