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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Jan 18. 2022

도시락 뚜껑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아이들이 방학을 시작한 이후 눈 뜨면 밥 짓기부터 시작해 설거지로 끝이 나는 쳇바퀴 일정을 소화 중이다. 그깟 한 두 끼 추가되는 게 뭐 대수냐 싶겠지만 아이들은 쓰레기로 흔적을 남기는 헨젤과 그레텔이고 난 쫒아다니며  쓸고 다니는 신데렐라쯤 되니 환장의 즈니랜드가 따로 없다.


행복한 꿈의 나라 뒤즈니랜드


 하루에 한 번 갈아입는 것도 다르지 않은데 빨래도 늘어난 듯하고 줄줄이 어질러놓은 장난감과 웬만한 아이 덩치만 한 겨울 외투 덕에 집에 사람이 서너 명쯤 더 늘어난 기분이다. 치워도 티가나지 않으니 말끔한 느낌 또한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급식을 먹고 오는 것이 몇 시간이 내 삶의 질을 이렇게나 달리할 수 있다는 것에 참으로 놀랍고 새삼 감사한 마음이 솟는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땐 급식이 아닌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그러나 학교에서 집이 가까운 나는 집에서 점심을 먹어야 했는데 내가 가장 부러워한 것이 아이들의 도시락이었다. 엄마 입장에선 갓 지은 따끈한 밥을 먹여 보내는 것이 최고의 메뉴였겠으나 아이들이 옹기종기 마주 앉아 도시락을 꺼내는 모습을 뒤로하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가자면 묘한 외로움마저 느껴졌다. 돌이켜 생각하면 참으로 복에 겨운 투정이고 다섯 아이를 둔 속에서도 뜨끈한 밥을 먹이겠다고 애쓴 엄마의 노력에 지금은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컵라면을 먹고 싶어 했던 셋째는 엄마가 저만치서 컵라면과 끓인 물을 들고 가까워오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이야기를 아직까지도 종종 하곤 한다.

  


 내가 기억하는 우리 집 도시락 풍경은 식기 건조대에 겹겹이 쌓여 올려진 도시락 통들이다. 특히 겨울엔 보온 도시락 밥통, 국통, 반찬통이 따로 구분되어 바쁜 아침마다 뚜껑 찾는 일이 가장 큰 일이었다. 다섯 남매에 큰 놈 둘의 저녁 도시락까지 더해지면 총 7개 정도의 도시락이 필요하다. 필요한 뚜껑은 21개. 그 와중에 각자 원하는 도시락 취향이 다르니 주르륵 늘어놓고 밥, 국, 반찬을 순서대로 담아낸 후 뚜껑을 이리저리 매치하다 나지막이 '에이~씨부럴!'을 중얼대던 엄마의 바쁜 아침 풍경. 다섯이서 북적이며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고 내 도시락 네 도시락을 확인하던 아침은 어느새 옛날 옛적 먼 일이 되었다.


 점심메뉴, 저녁 메뉴만 검색해도 인터넷에 끝도 없는 레시피가 뜬다. 그럼에도 내일 메뉴를 생각하자면 벌써부터 막막함에 한숨이 난다. 배달 어플도 유용이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 많은 메뉴 중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고 김치 하나 두고 먹어도  지은 밥 하나면 족한데 나머지 식구들은 색다른 메뉴가 뚝딱 나오길 기대 중이니 이거 참 난감하게 되었다. 오래전 작은 부엌 구석에서 도시락 싸고 남은 반찬만으로 한 끼가 뚝딱 해결되던 북적거리는 부엌이 그리워지는 겨울 방학 아침이다.


도시락은 치킨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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