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수습 기간, 단기간 정규직이라는 애매한 포지션에 위치한 영어 강사이자 대학생, 그게 나다. 아직 한 달 반 밖에 안 지났지만 매일마다 새로운 실수를 하다 보니 자존감이 떨어졌다. 조급함이 생겨 몸이 마음을 또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너지기 직전, 나는 나 자신을 한 번 더 잡아 일으키기로 결심했다. 처음에 이 학원에서 면접을 봤을 때의 감정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내가 어릴 때 봤던 원서들, 색다른 교육 방식, 친절한 원장님과 선생님들, 다 마음에 들어서 설렜다. 공식적인 첫 사회생활이었지만 이곳이라면 성장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꿈에 부풀었고, 덕분에 살아가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이젠 내가 지도한 반의 아이들이 영어 말하기 대상도 받고 나를 좋아해 주는 아이들도 많이 생겼다. 하지만 그만큼 내 에너지도 사라지고 있었고 난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 좋았지만, 동시에 답답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 이런 생각도 했다. 어쩌면, 어쩌면 나보다 더 경험이 있는 강사를 뽑았더라면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내 가르치는 실력은 어쩜 계속 그 자리일까.
그렇다고 절대로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지금이 나중을 위해 버티는 시기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가장 큰 두려움은 필요 없는 무능한 사람이 되는 것과 아이들에게 내가 예전에 학교, 학원에서 영어를 배운 방식을 답습하게 해서 영어를 싫어하게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혹시나 그런가 하고 생각하던 때에, 원장님이 내 수업 청강을 하시고는 피드백을 주셨다. 내가 그렇게 배웠을 때 영어가 즐거웠냐고 말이다. 정곡이 찔려서 마음이 아팠다. 분명 다른 곳과 다르게 영어를 즐겁게 다른 방식으로 교육하는 곳이라 일하기 시작한 건데 나는 정작 과거의 내 학창 시절에 머물고 있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초반에 했던 교육에 대한 연구열이 식은 것이 학업 병행 때문이라는 구차하고 철없는 변명을 속으로 하며 나는 펑펑 울었다.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강사 교육도 받고 있고, 학원에서도 많이 챙겨주는데 나는 정작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학업과 일 둘을 병행하는 게 힘들다는 것은 애초에 알고 있었던 사실이고, 얼마나 힘들지도 예상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막상 닥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고민했어야 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내 수업에 집중하게 할 것인지, 수업 시간 안에 수업을 잘 마칠 것인지 말이다. 하루가 끝나면 기절하듯이 침대로 파고들어 다음 날이 된지도 모른 채 잠들었던 지난날이 후회스러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난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가.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편안함을 원했다면 그만두는 게 맞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더 발전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우연히 '드로앤드류' 채널을 구독하게 되었다. 자존감에 대한 영상들을 찾아보다가 내게 가장 현실적이고도 와닿는 말을 하는 유튜버였다. 그리고 난, 자존감이 훈련이며 불편함을 습관화하는 것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로 다짐했다. 과정 속에서의 실패와 성공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위로가 됐다. 그냥 한다는 게 나에게는 맞지 않다고, 나는 동기가 꼭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이때까지 생각해 왔다.
하지만 때로는 스스로와 잘 맞지 않더라도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존재했다. 동기가 없어도 그냥 해야 할 때도 있음을 깨달았다. 하다 보면 동기가 생기는 경우가 이런 케이스임을 알게 되었다. 이미 한 번 다짐했던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 그 동기는 계속 변한다. 마치 다른 모양에 담긴 물의 모양처럼. 하지만 처음에 다짐했던 마음은 새겨진다. 처음이라고 얼마 안 됐다는 핑계를 대기 싫어졌다. 이번엔 나도 그냥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들에게 매일 미안한 선생님보다 도움이 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매일이 불안하고 벅차서 숨이 가빠도 나는 꼭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나는 평소에 주변 친구들에게 항상 힘내라고 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는데 왜 나 자신한테는 그 진심을 전할 수 없을까. 톡을 보면 성심 성의껏 두 살 어리지만 동기인 동생들의 많은 질문들과 어려움에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진심으로 응원하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정작 나 자신에게는 질책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더 아끼며 아이들 앞에서 절대 자신감 떨어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 진짜 자신감을 매일 갖춘 상태를 빌드업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잘하든 못하든 그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다시 나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