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에 다시 감사하며
사람은 역시 혼자 있을 때 자기 자신을 더 탐구하고 찾아가는 것 같다. 여김 없이 시험기간만 되면 고난이 찾아온다. 나의 불안, 혹은 바쁨이 내 시간을 가득 채워 숨이 헐떡인다. 그래서 그때 좋은 가사가 담긴 음악을 듣기로 했다. 가사가 주는 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내 눈앞에 있는 세계지도 패브릭을 본다. 그리고 적어놓은 내 꿈을 본다. '내가 원하는 삶은 힘들어도 내가 버티고 가지고 싶은 것.'이라고 포스트잇에 적혀있다. 다짐도 적혀 있다. 일어나자마자 수업 준비하고, 쉬는 쉬간에 학업 복습한 뒤, 일 끝나고 샤워로 하루를 마무리 하자는 루틴. 그리고 언젠가 꼭 이룰 나의 버킷리스트. 1. 투모로우바이 투게더 콘서트 가기, 2. 스페인에 해외봉사 가기, 3. 뮤지컬 [레드 북] 감상하기. 소소하게 채워나가는 것들이 바쁨을 밀어내고, 여유를 가져온다. 아팠던 마음도 어느새 굳은살이 되고, 나는 한 단 계 더 성장해 나가는 걸 느낀다.
솔직히 학원에서 시켜주는 보컬 트레이닝이 처음에는 감사했지만 가면 갈수록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힘든 건 사실이었다. 학교 강의 시간과 딱 겹쳐서 자격증 시험도 못 보고 세션이 끝나버렸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자격증만이 성과가 아니다. 나는 그날, 학원에 가서 원장님이 진행하시던 말하기 수업을 받았다. 진행하면서 나는 기적을 보았다. 아이들의 발음의 오류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잡아줘야 할지도 보였다. 그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버티고 끝까지 완주했다는 사실이 내 안에서 꽃을 피웠다. 아이들에게 나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순간, 나는 느꼈다. '아, 나는 문법 수업보다 말하기 수업을 하는 게 더 좋구나.' 아이들이 "선생님은 왜 그렇게 크게 발성해요?"라고 물었을 때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아이들은 큰 발성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보컬 트레이닝에서 가장 크게 배운 건, 똑바른 자세, 큰 발성이었다. 내 제자들의 몇몇 특성은 발음은 좋지만 발성이 작고 지속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정 음절을 빨리 발음해서 안 들린다거나 원래 발음과는 다른 모음이나 자음으로 발음한다거나 이런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에는 말로만 하던 피드백을 이제는 파란 펜으로 줄도 쳐가면서 써주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말하기 수업이 순탄했다. 집에 돌아오면서 학원에 가기 전 엄마가 찾아서 보내준 '직장에서 스트레스받지 않은 사람들의 특징 6가지'를 들여다보았다. 첫 번째, 출근했으면 묵묵히 일만 한다. 두 번째, 직장에서 친구 사귀지 않는다. 세 번째, 뒷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네 번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섯 번째, 회사에 인생을 올인하지 않는다. 여섯 번째, 퇴근 후엔 회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금은 명심보감처럼 하루에 한 여섯 번씩은 보고 일을 하러 간다.
오히려 이렇게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수업이 더 잘 되기 시작했다. 역시 인간은 욕심은 가지되, 집착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나보다. 그게 어떤 경우든 말이다. 엄마는 내가 성공하고자 하는 욕심을 가지는 것이 좋은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만큼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거면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고도 말씀하셨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내 삶에 여유를 불어넣는 방법을. 그리고 내게 주어진 것들과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말이다. 이지영 강사님 말씀처럼 내가 내 자신을 잃고서 얻어야 하는 가치는 그 어떤 것도 없다. 내가 있어야 내 성공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