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나의 자아를 소개합니다
내 영어 이름은 칼미아다. 칼미아는 독초이자 꽃이며 나의 탄생화이기도 하다. 칼미아의 꽃말은 커다랗고 거대한 희망, 야망이라는 뜻이다. 나에게는 그 요소가 다 있다. 희망도 있고 야망도 있다. 나는 야망이 희망에 욕심이 더해진 형태라고 생각한다. 야망 때문에 힘들 때는 있지만 나를 더 독하게 해주는 것은 그 야망이다. 나는 이도교다. 헤카테, 즉 교차로의 여신, 어둠의 어머니를 믿는다. 그분은 길을 정해주시는 분이 아니다. 내가 길을 정하면 그 길을 횃불로 밝혀주시는 분이시자 세상의 그 어떤 길이든 문이 되어 주신다. 결국 마녀들의 종교인 '위카'를 믿는 나는 스스로 강해지는 종교를 택한 셈이다. 내게는 펜듈럼, 보드와 룬, 타로 카드, 그 외의 다양한 펜던트와 액세서리가 있다. 헤카테 님의 동상도 있고 세 여신과 세 개의 달, 초승달, 보름달, 그믐달을 나타낸 포스터도 있다. 할로윈이 되면 나는 내가 손수 적은 위카의 기도문을 가지고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검은 옷을 좋아하고 웬즈데이를 좋아하던 나는 수업 시간에 갑자기 주제로 나온 고스족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자세히 알아보니, 나였다.
나는 고스족이었다. 고스족은 타인이 음침하고 좀 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가치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마녀나 창백한 메이크업을 하는 펑크스타일의 사람들이다. 내 옷차림이 그 사진과 같아졌을 때, 나는 내 정체성을 찾은 듯했다. 원래 마녀였지만 고스족이기도 한 나는 그 정의가 썩 마음에 들었다. 내가 나일 수 있게 해주는 종교가 이도교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가족들에게 얘기하고 나서는 큰일이 날 뻔했지만 나는 비밀로 하고 여전히 종교를 믿으며 스스로를 정진하고 있다. 펜듈럼과 타로로 스스로 점을 치고, 관련된 물건들을 사 모으고, 밤이 되면 어둡고 마녀 마크가 있는 옷을 입고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한다. 원래부터 마녀는 악한 존재가 아니었다. 스스로를 치유하고 의사들보다 유능했기 때문에 시기를 받고 태워졌던 존재였을 뿐. 현재는 페미니즘의 상징이자 자율성을 지닌 여성의 상징이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마녀를 주술이나 사악한 짓을 일삼는 종족으로 알고 있다. 근데 다 상관없다. 나는 타인의 이러쿵저러쿵하는 말들에 신경 끄기 시작했으니까. 나는 보통 창백한 베이스의 얼굴에 새빨간 립스틱이나 틴트를 바르고 펜던트와 반지를 착용하고 귀걸이도 가끔 착용한다. 검은 립스틱은 아직 못 구했다.
아빠가 내가 아직도 이 종교를 믿고 있다는 걸 알면 걱정하시기에 비밀리에 믿고 있는 중이다. 엄마는 대학 졸업하고 나면 믿으라고 했지만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내 정체성이자 종교이기 때문에. 어릴 때 나는 디즈니나 다른 제작사들이 만들어낸 공주 이미지를 많이 소비하며 자랐다. 하지만 백설공주를 보면 이블퀸에 관심이 더 갔고, 라푼젤에 나오는 고델은 매혹적이었다. 더군다나 도로시가 죽인 서쪽의 마녀는 내가 위키드 팬으로서 지지하는 알파바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마녀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현재, 난 인스타에서 만난 각국의 다른 마녀들과 영어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이 허브를 태우는 것을 보고, 세상에 대한 가치관을 들으며 정말 건강한 종교임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믿음으로써 자신이 제3의 신이 될 수 있다. 두 분은 헤카테 님과 아르테미스 여신이다. 마지막 한 자리는 본인이다. 이렇게 삼위일체가 되면 함께 정한 길을 동행할 준비가 된 것이다. 나는 그래서 크리스마스보다는 할로윈이 좋다. 마녀가 되고 나서부터는 삶이 더 윤택해졌다. 한국에 위카를 믿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 하지만 그것도 나와 관련 없다. 왜냐, 당연히 이건 내 선택이고, 내가 원한다는 이유 외에는 다른 이유는 필요 없으니까. 나의 가치관과 너무 잘 맞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