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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디 Feb 01. 2023

5. 눈이 부셔 보이지 않았음을

빛나서, 빛이어서, 비추어서

도쿄타워

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래도 나의 그림 솜씨는 여기까지 인 모양이다. 그래도 좋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건 전부 채웠으니. 


오랜만에 학교 선배를 만나기로 했다.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로 첫 외출이었는데, 화장하고 옷을 입고 나니 하루의 에너지는 벌써 소비한 듯 조금 지친 상태였다. 그래도 혼자 전철을 타고 음악을 들으면서 곧 만날 사람을 생각하니 셀레이긴 했다. 선배는 다이칸야마라는 곳으로 날 불렀다. 한국으로 따지면 연남동과 비슷한 길거리였다.


먼저 도착한 선배는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그 말에 곧장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전철이 조금 더 빨리 운행해 주길 기도할 뿐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땐 웨이팅 줄을 서고 있는 선배가 보였다. 줄은 길지 않았지만, 외국인들과 여러 커플들, 귀여운 여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카페 안에서 케이크와 음료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SNS에서 찾은 카페인만큼 요즘 MZ세대에게 인기가 좋은 것 같다. 


내가 줄을 선지 10분도 안된 채,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우린 각자 메뉴를 받고 서로 어떤 음료와 케이크 먹을지 고민했다. 그중 나는 음료는 허브티를 고르고, 케이크는 티라미수와 레몬타르트 중 골똘히 고민하고 있었는데, 선배가 티라미수를 시킨다고 해서 자연스레 레몬타르트를 골라 주문했다.  


웨이터는 메뉴판을 정리하고 금방 차와 디저트를 준비해 준다고 했다. 

그때 달달한 레몬 커스터드 크림과 허브티가 환상처럼 입맛을 돋았다.

상상만 해도 배고파지고 얼른 먹고 싶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선배는 여전했다. 자주 보는 사이는 아니지만, 서로의 스타일이나 말투, 행동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관계였다. 우린 겨우 일주일정도 못 봤으면서 여전히 2~3시간 간격으로 수다를 떨었다. 그러곤 저녁은 어디서 먹을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린 미리 서로가 찾은 식당 중 가격도 분위기도 좋은 곳을 정했다. 


카페에서 세트메뉴 하나를 시키곤 약 3시간 가까이를 앉아있었다. 해가 저물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 다가오자 미리 찾아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날의 메뉴는 멕시코 음식이었는데, 창가 저 멀리 도쿄타워가 눈부시게 시선을 사로잡았다. 선배는 여러 번 도쿄타워를 본 듯했지만, 나는 처음 보는 타워라서 그런지 음식이 아닌 타워를 향해 눈을 돌렸다.


그러다가 선배는 도쿄타워에 한 번 가보는 건 어떠냐는 제안을 해줬다. 처음으로 도쿄타워를 본다는 말에 같이 가자고 해준 것이다. 이른 저녁을 먹어서 인지, 식사를 끝마쳐도 오후 7시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시간도 여유롭고 소화도 시킬 겸 선배의 제안을 받아들여 도쿄타워로 향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도쿄타워는 가까워질수록 색채가 진해진다는 걸 느꼈다. 선명하고도 선이 뚜렷한. 마치 인상주의 화가들이 사랑할법한 배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나는 고개를 올려 한눈에 타워를 담았다. 이렇게 큰 타워가 정말 눈앞에 있다는 게 신기했다. 우린 중앙타워로 올라와 별이 빛나는 시티뷰를 즐겼다. 그곳에선 빌딩의 빛이 곧 별이었고, 별이 곧 우주를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있던 곳이 우주였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행성도시였다.


눈에만 담기 아쉬워 사진도 여러 장 찍어보았지만, 역시 직접 보는 것만큼 예쁘게 촬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난 더 오기가 생겨 여러 방향으로 도쿄타워를 보았다. 그 순간 작은 건물 사이로 빛나는 도쿄가 창가에 비치는 것이 보였다. 그냥 보는 도쿄타워도 좋았지만, 아니 빌딩에 비친 다양각색의 색깔들과 도쿄타워의 형태가 하나가 되어 거울이 되었을 때 정말 아름다웠다. 


빛이, 빛나서, 빛이, 비추어서 

호수의 그림자보다 더 깊은 색깔들로 얼룩덜룩 빛나고 있었다.

난 그날의 저녁. 타워의 거울들을 잊지 못한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타워가 지금도 빛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눈이 감긴다.


 


#눈이부셔보이지않았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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