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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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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쩡 Mar 15. 2024

감사인형

정말이지 이상하다.


행복하다 즐겁다는 감정들은 순식간에 왔다 사라지는 것 같은데 힘들다 슬프다는 감정들은 비교적 오랫동안 체류하는 것만 같다. 시간이 지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보다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불편한 기억에 애를 쓰곤 한다.


매일매일을 긍정으로 살아내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단순한 다짐만으로 행복의 찰나를 붙잡아두기란 쉽지 않다. 조금 더 느끼고 함께하고 싶은 감정 보내고 싶지 않은 감정은 문득 짧게만 느껴진다. 이윽고 내 감정의 주머니는 다른 복잡한 감정들이 오며 가며 이내 평범해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느낀 그 행복한 순간의 감정들을 오래 잡아둘 수 있을까? 순간의 감정들을 그저 스쳐 지나게 두지 않고 붙잡아두며 오랫동안 마주하고 인사할 수 있을까?

그 감정들이 오랜만에 찾아왔을 때 낯설지 않게 인사하고 앞으로 더 자주 찾아오게 만들 수 있을까?


그래서 감사와 행복의 찰나를 직접 붙잡아 보기로 했다.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감사와 행복의 감정들을 의식해서 내 손끝에 옮기다 보면 자연스레 이 감정들을 붙잡아 둘 수 있지 않을까. 쌓여가는 행복의 지면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샌가 목표로 하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무언가 특별함에서 글감을 찾을게 아니라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찾으면 어떨까 하고.


오늘부터 나를 그리고 주변을 핑크빛 안경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걱정을 들어준다는 걱정인형의 존재만큼이나 사소한 행복의 인사를 들어주는 나만의 감사인형이 앞으로 더 반짝반짝 빛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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