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브랜드 운영에 대한 고민 많은 사람에게
2023년은 저에게 큰 의미를 주는 해였어요. 새로운 시도를 통해 5년 이상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성장을 맛보았기 때문이에요. 스몰러(Smllr)라는 브랜딩 계정을 만들어서 스몰 브랜드의 본질을 연구했고 11월에는 런치가글클럽(Lunch Gargle Club)이라는 제품 브랜드를 출시했어요.
가장 잘한 일은 연구를 넘어 직접 브랜드를 운영한 것이에요. 이론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었거든요. 오늘은 2023년 스몰러의 행보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얻게 된 교훈과 시야를 공유하고자 해요.
이 이야기는 큰 브랜드에게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어요.
주로 1인 창업자나 스몰 브랜드를 운영하시는 분들께 적합한 이야기가 될 테니 참고해 주세요.
브랜딩의 두 가지 성향
여러분의 브랜딩 방식에는 두 가지 성향이 있을 거예요. 첫 번째는 자기중심적 브랜딩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방식. 두 번째는 고객 중심적 브랜딩으로, 사람들이 해결하고 싶어 하는 문제를 찾아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이요.
좀 더 쉬운 표현을 써서, 작가로서의 브랜딩과 사업가로서의 브랜딩이라고 부르기로 해요. 여러분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치고 싶다면 작가적,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사업가적 성향에 가깝겠지요?
작가로서의 브랜딩 : 나만의 작품이 되기 쉬워요
제 이야기로 예를 들어볼게요. 어릴 적부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즐겼고, 이 성향은 성인이 된 후에도 내 생각을 담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어졌어요. 런치가글클럽은 이런 주관적 경험이 담긴 브랜드로, 점심시간을 리프레쉬하는 양치컵 세트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smllr_branding)에서 그 제작과정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한 작가적 성향은 수익 창출에서 어려움을 겪게 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에만 몰두하다 보니 사람들에게 공감하기보단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지요. 시간이 지나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 때쯤,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사람들이 저를 '먼저' 좋아해야 하더라고요.
사업가로서의 브랜딩 : 장사로 끝나기 쉬워요
반대로, 고객 중심적인 브랜딩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고객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는 이들은 빠르게 문제를 파악한 후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합니다. 고객 입장에서 메시지를 꾸미고 마케팅을 통해 공감을 이끌어 내니, 설득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수익이 따라와요. 일단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 보이지요.
하지만 지나치게 고객이 듣고 싶어 할 만한 이야기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대체 내 것은 어디에 있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쌓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것은 하나도 쌓인 게 없는 것이지요. 이런 브랜드는 경쟁자가 많아지거나 트렌드가 변할 때 고객들이 하나도 남지 않게 돼요. 그러면 깨닫게 되지요. 브랜딩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치열한 장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정리해 볼게요. 사업가로서의 브랜딩은 거대한 흐름을 타는 것이에요. 큰 흐름을 찾아내는데 힘을 쏟으며, 일단 몸을 맡기면 알아서 흐름이 수익으로 데려다주는 방식을 택해요. 하지만 흐름이 변해도 사랑받으려면, 확실한 브랜드 자신만의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작가로서의 브랜딩은 자신이 흐름을 만들어내야 해요.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영향력(Influence)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과 같아요. 기존에 어떤 영향력도 쌓지 못했던 사람들에겐 기약 없는 시간이 걸리게 되지요.
흔들리며 성장하는 사람처럼
이 방법이 맞다, 저 방법이 맞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스몰러가 생각하는 결론이요? 한 가지 성향만 집중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이에요.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는 꼭 소개팅과 닮은 거 아세요? 상대와 만나서 내 이야기만 하는 것은 상대가 빠르게 떠나게 만들 것이고, 상대의 이야기만 들어준다면 당신은 그냥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뿐이에요. 브랜드의 '일관성'을 오해해서 한 가지 성향에만 집중하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요. 사춘기 시절에 혼란을 통해 자아가 형성되는 것처럼, 브랜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건강하게 성장할 거예요.
반박이 있을 수 있어요. "약점 보완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강점에 에너지를 쏟아부으라는데요?" 그것은 기업이나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브랜드에서 추천해요. 여러 사람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여러분이 스몰 브랜드라면 결국은 도움 없이도 성장해야 하므로 못하는 부분을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브랜드의 강점과 약점을 둘로 나누지 말고 '리스트 형태'로 이해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잘하는 것일수록 위로 올라가 리스트의 우선순위가 되고, 못하는 것들이 순차적으로 배치되고 보완되는 방식으로요.
2023년 배운 교훈들을 바탕으로 런가클은 부족했던 소통에 더 집중해보려고 해요. 그리고 혹시 기회가 된다면 새로운 브랜드를 고객 중심적인 관점에서도 제작해보고 싶어요. 스몰러에서 각각의 성향을 큰 특징으로 가진 두 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게 된다면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시너지도 생기고, 더 넓고 객관적인 시야로 브랜딩의 본질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