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주입식 위주의 교육을 받았던 나는 반에서 제일 바쁜 학생이다. 모른 단어도 찾아야 하고, 말을 하려면 번역기도 돌려야 한다. 선생님한테 걸려서 혼나기 일쑤이지만 손에서 핸드폰이 놓아지지가 않는다.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처럼 단어도 찾아보고 번역기도 돌리지만 우리 반에서 단연 돋보이는 게 나다. 두드려본 돌다리도 지팡이를 짚고 가야 성미가 풀리는 나는 작은 것도 확인하느라 가장 바쁜 학생이다.
나는 그동안 한국에서 연구원으로 업을 삼기도 하였고, 연구를 베이스로 하는 일들을 줄곧 해왔었다. 그러니 나는 사실에 기반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친구들이 부럽다. 내가 배우는 과정들은 어쩌면 프랑스 초등학교 저학년에 해당하는 내용들이어서 만화를 구성하기도 하고, 대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아주 오래되었기도 하고, 전직으로 인하여 매일 골머리를 썩는다.
이곳에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의견을 펼치는 다른 나라 친구들을 볼 때면 부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게다가 나는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친구들은 사건에 덧붙여 본인들의 감정을 손쉽게 이야기한다. 프랑스어는 똑같은 감정이어도 강도에 따라 다르게 표현하기도 하고 모든 말에 이유를 붙인다. 그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간략하게 말하는 것을 연습해 왔다. 한국 사회에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두 가지는 필수적이었으니깐….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필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습성들이 버려지지가 않는다. 부디 내일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나의 감정과 생각의 이유들을 마음 편안하게 이야기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