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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몬 Sep 08. 2023

중국에서 10년 살다 보니 생긴 나쁜 버릇

한국에서 욕 많이 먹음

앞선 이야기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나는 어딜 가든 비교적 빨리 적응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중국에 살면서 중국의 문화나 습관에 적응된 내가 가끔 한국에 들어와서 중국에서 했던 적응되어버린 행동들을 하는 것들이 있다. 좋은 것도 있지만 나쁜 것들도 있는데 나쁜 것들을 했다가 함께 있던 지인들에게 꽤나 욕을 먹은 적이 있다.




첫 번째, 무단횡단


지금은 중국도 굉장히 많이 나아졌고 대도시에서는 그래도 꽤나 정도 잘 지켜지는 편이지만 2000년대 초반의 중국 혹은 현재의 중소도시는 여전히 무단횡단은 일상이다.


나도 처음부터 무단횡단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온 사람으로서 교통질서를 잘 지켜야지 했고 그러려고 했다. 그러나 상황이 그러질 못 했다. 


왜냐?!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들어왔는데 차가 그걸 무시한다.

사람이 건너야 할 타이밍임에도 불구하고 차들이 슝슝 달린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교통질서가 지켜질 수가 없었다. 언젠가 내가 함께 중국인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중국은 왜 이렇게 무단횡단을 하냐고. 도대체 언제 건너야 되는 거냐고. 그러니 그 친구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빨간불일 때 건너지 말고 파란불 일 때도 건너지 마, 사람 건널 때 건너.


빨간불이건 파란불이건 중요하지 않다는 거다. 

사람들이 건너갈 때 그때가 건너갈 타이밍이라고 했다.



횡단보도에서는 그래도 사람이 건너게끔 해둔 곳이라 좀 낫지만 횡단보도도 없는 곳을 슝~ 건너가는 사람도 많다. 뭔가 분위기랄까. 다들 그러고 있으면 나도 하게 되는 좀 그런...?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 이 버릇으로 길 건넜다가 친구에게 욕을 정말 많이 먹었다...


야!! 너 미쳤냐!!


암 쏴뤼....



2. 어깨빵


길을 걷다 보면 사람과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부딪히면 고개라도 살짝 숙이거나 '죄송합니다'라고 하는 것이 예의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이렇게 어깨빵을 하고 나서도 10명 중에 한 명 정도가 사과를 하고 나머지는 그냥 지나가버린다. 처음엔 정말 기분이 나빴지만 어느 순간 적응하게 되었고 나 조차도 그런 경우가 생겨도 사과를 하지 않고 그냥 가게 돼버렸다. 어깨 부딪히는 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버리는 것이었다. 기분이 나쁘지도 않고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인드라고 할까. (무서운 적응력)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국에 잠깐 왔을 때 길 가다가 행인과 부딪히더라도 그냥 지나가게 돼버렸다.

상대방이 나에게 사과를 하려고 '죄송합니...' 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가게 되었다. 중국에 있을 때 너무 많이 이런 일이 발생하다 보니 정말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아, 내가 방금 부딪혔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


이제는 한국에서 살다 보니 바뀌긴 했지만 예전에 잠깐 들어왔을 땐 부딪혀도 사과 없이 그냥 지나갔다.


죄송합니다아...




3. 먹고 치우지 않는 버릇.


어떤 특정한 장소에서의 일이다.


중국은 재밌는 것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다 먹고 나면 쓰레기를 치울 필요가 없다.

종업원들이 다 치워주기 때문이다. 



처음에 중국에 갔을 때 친구와 맥도널드에 갔는데 자신이 먹고 남은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나가길래


야, 안 치우냐?


이러니 친구가


아, 중국에서는 알아서 다 치워줘!


엥?? 일반 식당도 아니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치워준다고? 싶었는데 진짜였다.

패스트푸드점 외에도 푸드코트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놔두고 가면 알아서 치워준다.


한 번은 한국에 와서 친구와 함께 백화점 푸드코트를 갔는데 밥을 다 먹고 그냥 두고 자리를 떴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버릇처럼 그랬다. 누가 치워주겠지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일어나 나가는 중이었다. 친구가 갑자기


야!!


이라고 불렀다.

나는 친구가 왜 날 부르지?라고 생각했다.


이거 안 치우고 가냐?


아... 맞다....;;;

그때 정말 웃겼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그 뒤론 한국에 오면 밥 먹으러 가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곤 했다.


찰싹찰싹




4. 새치기


사실 새치기는 정말 좋아하지 않아서 한국 와서 바로 고쳐졌는데 중국에 있을 때는 정말 짜증과 화가 많이 나는 일이었다.


새치기는 사실 지금도 중국에서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 

버스를 탈 때 새치기는 기본이다. 특히 우르르 사람들이 들어갈 때는 정말 장난 아니다. 아무리 줄을 서도 결국은 새치기당하는 사람에 의해 내가 못 타는 경우도 많았다. 항의해도 소용없다. 막무가내다.


매번 이런 상황을 겪다 보니 나도 새치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안 하면 내가 매번 뒤로 밀리고 버스를 타지 못하고 다음 버스를 타야 되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그들도 계속 새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악순환이었다. 워낙 인구가 많다 보니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줄을 섰다가 새치기하는 사람들에 의해 내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나중엔 나는 새치기를 정말 잘하게(?) 되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편했다.

이런 마음에서인지 위에서 말했던 나쁜 버릇 세 가지는 적응되어 버렸지만 새치기만큼은 한국에 와서 절대 하지 않았다.


습관은 정말 무서운 것 같다.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한 진상 혹은 꼴불견 행동들에 대한 뉴스기사나 영상들을 많이 보게 된다. 내가 중국에서 살다와서 한국에서 했던 그런 나쁜(?) 행동과 비슷할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일상적이고(중국인들이 생각해도 개념 없이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해외에서는, 다른 문화권에서는 그래서는 안 되는 매너 혹은 예의인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해외여행 시 그 나라의 매너나 예의를 모르거나 타국가의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일들 일 수도 있다. (물론 알면서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중국 내에서도 해외에서도 매너 있게 예의 있게 행동하는 중국인들도 많다. 중국은 정말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 5천만 인구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나는데 13억 인구가 있는 중국은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겠는가.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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