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과의 첫 레슨
교수님과의 첫 만남
뚜르:
차음으로 뿌리 내린 곳 프랑스의 뚜르. 야심차게 배워 온 프랑스어들을 머릿속에 꼭꼭 넣고는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말을 해야지 저런말을 해봐야지 열심히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콘택을 했던
교수님과 처음으로 만나는 날. 긴장을 잔뜩하고 산 탓에 마른 몸에 한국에서 사온 빈폴의 거북이집 같은 두꺼운 책가방에 악보를 한가득 넣은 후 학교로 발걸음 했다. 긴장을 한 날이면 왜이리도 숨이 가쁜지
한숨을 푹푹 쉬면서 도착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사진과 조금 다르게 더 후덕하고 푸근해보이는 교수님이 나를 반겼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얼굴을 덮고 있었다. 직모인 나와는 다르게 교수님의 수염은 꼭 파마를 한 것처럼 구불거렸다. 몇년이나 길렀을까..생각했다.
레슨실에 도착해서 보니 루이 14세 초상화에 교수님 얼굴이 합성되어 벽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며 긴장이 풀릴려고 할 때 즈음
교수님은
“joue-moi des morceaux que tu as préparés!
( 네가 준비해 온 곡들을 연주해보렴! ) 했다.
온 긴장을 하고 열심히 해 온 덕에 기계처럼 쳐내는 내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가까이 다가와서 머리를 “딱콩” 가볍게 때리더니
“너 불어는 더 열심히 해” 하고 말했다.
베시시 웃으면서 “oui d’accord Monsieur ” 알겠습니다 교수님“
하고 대답했다.
같은 클래스에 있는 “로딘” 이라는 친구도 만났다. 나와 동갑에 얼굴이 작고 키도 크고 예뻤다.
살갑게 나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예감에 기쁜 마음이 들었다.
첫 레슨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깃털처럼 가볍게 춤추듯 리듬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