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유령타령이나 하다가 망했으니, 이번 주에는 조금 더 현실적이고도 재미있는 글을 써보기로 했다. 마침 일상에서 내가 우스꽝스럽게 느껴진 적이 있었는데, 그 소재면 읽는 사람들도 재밌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방향으로 한주 동안 글을 열심히 적었는데, 결국 버렸다. 그냥 버리기는 아까우니 조금 옮겨보면, 운동하는데 입고 간 옷 때문에 기분이 이상했고, 그게 뭐였는지 이제야 알겠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날따라 유난히, 운동 중에 선생님이 자꾸 나를 언급했는데, 그 이유도 알겠다는 이야기 말이다. 마음 가는 대로 블랙과 옐로우를 걸쳐 입고 갔던 나란 사람의 충동성에 대한 푸념도 섞여 있었다.
그 글은 나 조차도 한번 정도 피식하고는 더 이상 재밌지가 않아서 버려졌다. 더 재밌게 쓰고 싶은데, 며칠을 끙끙거려도 안되니 안 되는 걸로 했다. 그러고 보면, 연신 피식피식 낄낄 거리게 만들어주는 글을 쓰는 능력은 소중하고 대단한 것이었다. 존경스럽다.
솔직히 그날 블랙과 옐로우 복장을 챙겨나가면서, 나는 시크하고 세련되고 도시적인 가운데 상큼한 내 모습을 상상했다. 이런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전신거울에 서있는 나는 통실통실한 꿀벌이었다. 내가 아직 기억하고 기대하는 자신의 모습은 20대의 모습이고, 나의 현실은 그때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금 직면해야 하는 꽤 씁쓸한 순간이었다.
내심 당혹스러워하는 나를 선생님은 "오늘 유독 귀여우시네요^^"라며, 많이 귀여워해주었다. 나는 귀가 얇아서 이런 칭찬에 이날 많이 날아다녔다. 돌다가 튕겨나가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서 발레장을 통통 튀어다녔더랬다.
아, 그러고 보니, 나의 정체성으로 '귀여운 꿀벌' 괜찮은 것도 같다. 시크하고, 세련되고, 도시적인 가운데 상큼한 것은 어색하고 어려우니, 그냥 나는 귀여운 꿀벌인 것으로 방향을 잡는 것도 괜찮겠다. 사람은 자고로 자신의 뒷모습을 보지 못하니, 때때로 주변의 이야기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는 합리화. 불현듯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