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와 허구 그 사이
영화 <택시운전사>는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인데요. 바로 5.18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의 실화를 주제로 재구성한 영화입니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했지만 100% 실제 내용은 아닌데요. 독일 외신기자 위르겐 히츠펜터가 실제로 광주에 머물렀던 여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한 광주시민들은 당시 증언을 바탕으로 재창조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이야기 진행 방식이 달라지는데요. <택시운전사>가 그 예시입니다. 5.18광주 민주화운동의 모습을 외신기자와 서울시민의 시각에서 바라보게 함으로써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택시운전사>는 민족적 비극적 역사를 대중영화의 시선으로 호명했습니다. 당시 영화는 대흥행을 했고,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재현함으로써 당시 상황을 간접 체험할 수 있으며 기억에서 사라졌던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적을 지점하자면 오락성을 추구하는 대규모 추격신의 삽입으로 작품에서 호명한 역사적 참상이 긴장감 넘치는 극적인 사건으로 치환되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후반부의 차량 추격신은 비극을 다루는 태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영화는 역사적 상흔을 재난의 스펙터클이라는 오락적 정황으로 재현하는 비윤리를 발생시켰습니다. 또한, <택시운전사>는 해당 역사의 가해자가 온전히 처벌되지 않았고, 폭력의 희생자가 여전히 살아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역사라는 문제가 존재하고 있는데요. 역사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왜 그러한 사건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단지 사건 그 자체만을 오락적인 요소로 보여줌으로써 타자의 고통을 감상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그래도 대한민국 역사의 어두운 과거를 대중성 있게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지나오면서 한국 대중의 민주주의가 훼손됐습니다. 세월호 사건과 국정 농단 등으로 국민 안위와 민주주의 보전에 대한 위기감이 극대화되었는데요. 2017년 우리는 촛불집회 개최했고, 광장에 모여 우리의 목소리를 펼치며 민주적으로 항의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아주 민주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원하던 것을 이뤄냈습니다.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 2017년에 이 영화가 개봉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재현한 영화를 감상할 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구인지를 잘 파악해야 하며,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오개념이나 부적절한 역사인식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미디어가 어떻게 역사를 재현하는지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