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존도 어렵고 떠나기도 어려운 이들을 위하여
공연과 내 일에 대한 고민이 드는 요즘.
연극 '김수정입니다'가 어느 정도 해소해 줄 거라 믿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고민의 실타래가 어느 정도 풀리긴 했다.
다만, 그것이 내가 예상했던 해결책은 아니었다.
'김수정'은 내게 참고 버티라고 말해줄 줄 알았다.
그녀의 연극 인생이 그래 왔듯이.
대신, '김수정'은 말해줬다.
"참고 버티는 것만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은 아니야.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어."
수십 년간 해왔던 일, 심지어 애정을 가득 불어넣었던 일을 내려놓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일을 내려놓는 순간, 일도 나도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
일을 놔버린 나를 아무도 찾아주지 않을 거라는 공포심.
그리고 쓸모 없어진 나.
사랑했고, 사랑하는 일을 잠시 내려놓는 일만큼
큰 용기가 있을까? 버티고 인내하는 일만큼
엄청난 일이자, 선택이다.
그런 선택이 나를 쓸모없게 만들리 없다.
※연극 '김수정입니다'는 극단 신세계 김수정 연출가가 '척'하며 살아왔던 자신의 사적인 인생과 연극 인생을 돌아보는 작품이다.
※내 글 속 '김수정'은 연극 '김수정입니다'를 지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