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교지 124호 (2024년 봄 호) 기고
2022년 12월 9일 화물연대 파업이 끝났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전 품목 확대’를 주장하며 파업에 나선 지 15일 끝에 백기를 들었다. 세간은 이번 사태를 ‘정부의 완전 승‘으로 평가한다. 파업 기간 동안 대통령 지지율은 되레 올랐고, 업무개시명령과 여론에 고립된 화물연대는 총투표로 파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사태가 종료되었다고 마침표를 찍기엔 던지지 못한 질문이 너무나 많다.
첫 번째 질문, 안전운임제란 무엇인가?
안전운임제 이야기는 화물운송 시장의 구조에서 출발한다. 우리나라 화물 기사들은 일반 회사원처럼 운송회사에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각자가 소유한 화물차량을 통해 화물업체(화주)와 개별 운송계약을 맺는 개인 사업자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되는 화물 기사들은 월급이 아닌 건당 운임을 받는다.
운송의 대가로 받는 돈인 운임은 입찰제로 결정된다. 화주가 저가 입찰을 붙이면 조금 높은 정도의 운임을 제시한 운수사가 물량을 따낸다. 당연히 낮은 운임을 제시할수록 물량을 따내기 용이해지고, 하청으로 내려갈수록 운임은 줄어든다. 여러 단계에서 지입 넘버(영업 화물차 번호판) 판매나 일감 주선 등으로 수수료를 떼어가는 중간착취도 다반사다. 결과적으로 가장 아래에 있는 화물 기사는 적정 수준보다 낮은 운임을 받게 된다.
낮은 운임을 받으면서 매달 차 할부금과 지입료 등을 감당하려면 최대한 많은 건을 뛰는 수밖에 없다. 배치 콜이 뜨면 일감을 잡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많은 화물을 신속히 운송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화물 기사들은 자연스레 위험 운전을 하게 되고 이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협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안전운임’이다. 2020년부터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을 정하는 제도이다. 화물 기사에게 적정 운임을 보장하여 과로가 발생하는 상황을 줄이는 원리다. 안전운임은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원가를 기준으로 화주, 운수사, 화물차주,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안전운임위원회가 심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이 안전운임제는 3년이란 기간 동안 시멘트, 컨테이너 운송 부문에만 도입된 한시적 제도(일몰제)였다. 2022년 말 종료를 앞두고 정부는 지금처럼 두 개 품목에만 안전운임을 적용하는 안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화물차연대가 전 품목 확대 및 보장을 주장하며 파업에 나섰다.
두 번째 질문, 그렇다면 안전운임제는 효과적인 제도인가?
지난 3년간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결과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3년 동안 전체 자동차 중 견인형 화물차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사고 건수는 오히려 늘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로 과속 과적 단속 건수는 줄었으며 장시간 노동시간 문제가 개선되었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제시하는 자료 모두 공식 통계에 기반하고 있으나, 안전운임제 적용 차량이 아닌 경우까지 포함한 결과이기에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한국로지스틱학회에서 발표한 「한국 화물운송노동자의 노동환경이 교통사고에 미치는 영향분석」에 따르면 운임이 ‘1만 원 오르면 사고 발생 횟수가 3.2% 감소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운임-안전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가 여럿 있지만, 이러한 자료들 또한 2~3년이라는 단기간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어 명확한 사실이라 확언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지난 3년간 안전운임제가 화물 기사의 실질 임금 및 근로 시간에 미친 영향은 어떨까? 한국교통연구원이 실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안전운임이 적용되기 전인 2019년보다 2021년 월평균 소득은 시멘트 차주가 201만 원에서 424만 원(111%), 컨테이너 차주가 300만 원에서 373만 원(24%)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월평균 근로 시간은 각각 5.6%, 3.7% 줄었다. 이에 근거하면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는 데는 분명 효과적이다. 다만 ‘실질임금 상승 대비 근로 시간 감소’는 상대적으로 미흡해 보인다. 안전운임제 적용 결과 근로시간은 줄었으나, 그럼에도 근로기준법이 허용하는 주 52시간보다 많은 주 65~85 시간 정도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안전운임제를 적용한 사례를 살펴보면 법률 차원에서 안전운임제를 적용하는 국가는 호주, 캐나다, 브라질 정도로 드문 편이다. 다만 안전운임제에 준하거나 비슷한 취지로 운송 시간을 규제하는 정책은 유럽연합, 미국 등에서도 다양하게 시행 중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1979년부터 안전운임제를 적용했는데, 1989년부터 2021년까지 전체 도로 사망 사고 중에서 견인형 화물차와 관련된 사망사고의 비율은 꾸준히 감소했다. 이러한 추세는 호주 전체 지역 가운데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특히 뚜렷이 나타났으며 안전운임제가 205명이 넘는 생명을 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 번째 질문, 누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가?
안전운임제에 대한 찬반은 화물운송 시장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더 부담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관계를 담고 있다. 이해의 상충은 지금과 같이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더욱 가열된다. 물가 상승에 따라 노동자들은 안전운임 인상을 요구한다. 반면 기업은 물류비 인상이 부담되는 만큼 임금 인상은 절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비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고, 안전운임은 그 자체로 ‘시장 거래에 사회 권력이 얼마나 개입해야 하는지’를 묻는 정치경제적 질문이 된다.
동시에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화물운송 시장의 사업장이 되는 도로는 모든 시민이 공유하는 공적 공간이고, 물류비는 시장에서 통용되는 물가에 포함된다. 그래서 화물운송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특정 시장의 노동자 - 사용자 사이의 갈등 그 이상이 된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값싼 물류비와 신속한 운송 시스템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당연히 발생하는 혜택이 아니라 화물 기사의 과로와 위험 운전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치른 대가이다. 만약 안전의 가치를 보다 중시해야 한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인 우리는 화물운송 시장의 안전을 위해 얼마나 부담할 수 있을까?’
네 번째 질문, 안전운임을 둘러싼 화물운송 시장의 문제를 개선하려면?
책임이 부재할 때 참사는 반복된다. 사고에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안전을 위한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될 때, 위험은 최소화될 수 있다. 그래서 국제노동기구 ILO는 ‘책임의 사슬 원칙(chain of responsibility principles)’을 강조한다. 책임의 사슬 원칙은 화주 운수사 차주 등 당사자들이 다단계 하청 구조의 모든 계약 관계에서 안전이 지켜지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안전운임제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책임성을 담보하는 제도이다. 책임의 주체가 불명확하고 위험이 개인화되어 있는 시장에서 공적 절차를 통하여 최소한의 규범을 합의한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그러나 그럼에도 현재 안전운임제 관리 기준이 부실하다는 문제가 있기에, 앞으로 안전운임을 어떤 기준에서 결정할지에 대한 신중한 관리 체계가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안전운임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안전운임제를 전 품목에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화물운송 시장 내의 구조 자체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화물운송 기사들의 실질 임금 상승에 그칠 것이다. 불안정한 화물기사들의 과잉 공급을 축소하고, 다단계 계약 구조에서 발생하는 중간착취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운송업체가 직영차 비율을 최소한 50%까지 확보해 나가는 준칙을 마련하며 1대 보유운송업자들을 중견 규모의 물류 운송업체에 포함하는 상향식 구조조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안전에 초점을 둔다면 ‘운송시간 규제’가 가장 중요하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 등에서는 최대 연속 운행시간을 규정하고 반드시 최소의 연속 휴식 시간을 가져야만 운행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중이다. 모든 화물차량에 DTG(Digital TachoGraph)라고 불리는 디지털 운행기록장치 부착을 의무화한다면 운송시간 규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이렇게 근로 시간에 제한을 두면 화물 기사 과잉공급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권 관점에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가 중요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한국의 노동시장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으로 대표되는 1차 중심부 노동시장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조합 없음으로 대표되는 2차 주변부 노동시장으로 분절된 상황을 의미한다. 화물 기사들은 공식 노동법상 노동자의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노동자로 2차 노동시장에 소속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 안전, 근로 시간 등 측면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노동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선 2차 주변부 노동시장에 소속된 노동자들에게도 정당한 값을 지불할 수 있는 고용 조건을 조성해야 한다. 직무급제 임금체계로의 전환을 통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구현하며, 적극적 노동 시장정책을 통한 직업 훈련 · 재고용 지원 등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노동개혁에 대한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근본적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
다섯 번째 질문,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타당한 조치였나?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이러한 논의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강경한 대치로 평행선만 달렸다. 대통령은 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북핵에 맞먹는 위기로 규정했다. 이례적으로 정부는「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해당 법 조항에 근거하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단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국가경제에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을 경우 업무개시를 요구할 수 있다.
물론 일부 파업 참가자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기사들의 운송을 막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 사례들에 관해서는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용인될 수 없으며 이는 형사법상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파업 자체를 불법이라 규정하여 금지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오히려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노동 3권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어긋난 위헌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한민국은 국제노동기구 ILO 핵심협약 중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과 제29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에 비준한 바 있다. 이에 근거하면 노동자는 스스로 선택하여 단체를 설립 및 관리할 권리가 있으며, 해당 단체는 행정기관에 의해 해산되거나 활동이 중단되어선 안 된다. 불이익의 위협 하에 이루어지거나 자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노동은 강제노동으로 간주하여 금지된다. 이러한 조약들은 헌법상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결국 지난 12월 2일, ILO는 고용노동부에 개입 공문을 보내 업무개시명령이 노동자의 결사 자유를 제한한다고 간주하고 “평화적인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대해 형사제재를 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노동 이중구조에 시달리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노사 법치주의에 근간하여 노동개혁을 이뤄나가야 할 것을 강조했다. 법치가 중요하며 노동개혁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의지에는 백 번 공감한다. 그러나 목표와 실천 방안이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의 말과 달리, 화물연대 또한 ‘노동 이중구조에 시달리는’ 노동자에 해당한다. 노동 이중구조 해소는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 노조라는 대표 결사체를 형성할 때 이뤄지고, 노동개혁은 노사정 대표 결사체들이 대화와 타협에 근거하여 규칙을 합의할 때 가능하다. 이렇게 본다면 전국적 산업 단위에서 스스로 조직에 성공한 화물연대는 규탄 대상이 아닌 협상 대상이어야 한다.
노동개혁을 위한 더 큰 질문
파업은 서로를 미워하는 감정만 남긴 채 끝났다. 그 가운데서 다양한 질문거리들은 모두 생략되었다. 우려스런 점은 이런 갈등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지금처럼 ‘노사 법치주의’라고 쓰고 ‘형식적 법치’라고 읽는 비타협 노선을 앞세운다면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노사 법치주의는 노동자의 정당한 헌법적 권리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실질적 법치’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여전히 하청 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으며, 파업한 노조에 몇십억의 손해배상액을 그냥 붙이는 나라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양대노총(민주노총, 한국노총)으로 대표되는 노동조합도 변해야 한다. 기업 단위로 분절된 노조를 넘어, 산업별 지역별 단위로 넓게 조직된 노조가 필요하다. 투쟁과 연대. 두 단어 사이에서 후자의 의미가 무엇인지 더 고민할 때가 되었다. 극단적 요구로 조금이라도 얻어 보려는 투쟁의 관성에서 벗어나, 좋은 기업 운영과 경제 정책을 통한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이기는 파업이 가능하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 사태는 안전운임제가 옳으냐 그르냐를 넘어 오늘날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직면한 어떤 현실을 보여준다. 민주주의란 다양한 대표성을 조합하여 합의를 만들어 가는 정치 체제이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존재하며, 정치의 본연은 차이 사이에서 타협을 조정하는 데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정치의 공론장은 누가 더 죄인인지를 두고 난투극을 벌이는 형국이다. 누가 더 위법적이고 그래서 누구에게 책임을 넘겨야 할 것인가. 이 질문 아래 나머지 쟁점은 모조리 소거된다. 콜로세움화된 아고라, 정치 없는 정치다.
마지막으로 저널리즘을 생각한다. 생각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으나, 노조를 일방적으로 악마화하고 단편적 통계로 기득권화하는 몇몇 시도들은 부당했다. 여전히 수많은 노동자가 우수수 떨어져 죽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질문의 전선은 왜 이런 갈등과 비극이 반복되는지를 되묻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모두를 위한 질문의 전선을 미루지 않는 것. 민주주의 사회는 누군가를 심판의 대상으로 내던지는 콜로세움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도 발언권을 부여하는 아고라가 되어야 한다.
[참고 통계]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2022.11.22)
-화물연대 주관 ,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입법을 위한 국제사례분석 국회토론회」 자료
-이광훈 &김 태 승.(2017). 한국 화물운송노동자의 노동환경이 교통사고에 미치는 영향 분석.로지스틱스 연구 제25권 제1호 2017년 2월.
-데이비드 피트, ‘호주 도로운수산업의 운임 및 안전 관련 제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제출 보고서, 2022.
-전혜원. (2022년11월29일). 화물차 안전 해법이 있다, ‘비용’ 치를 준비는 없다, 시사IN. 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