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되었을까? 바로 알 수 있다. 방금도 나는 윗 문장을 쓰면서 '왜 내가 세상이 변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 거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바로 질문하는 태도가 일상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 왜 질문하는 태도가 나의 일상이 되었을까. 나는 내가 중학교에 다니지 않았음을, 자아가 형성될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한국의 교육체계에서 잠시 물러나 있을 수 있었음이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한국 과학 언론사인 사이언스타임즈와 동아사이언스, 그리고 각종 언론사의 과학/기술 IT탭을 수시로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애당초 영어에 대한 거리낌이 별로 없기도 했고,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해외 기사로부터 가져오는 듯싶었기에 영어 기사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중 가장 좋았던 사이트는 Mit의 Mit Technology Review다. 이에 대해서도 나중에 글을 쓰겠다! 단순히 기술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 아닌, 말 그대로 새로운 기술들을 Review 하는, 굉장히 농도가 높고 질이 좋은 저널이라 생각한다.
내가 즐겨보는 사이트들. 이 외에도 많이 있다.
여하튼,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들 사이에서의 나의 역할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되어 버렸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친구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지 못했다. 물론 크나큰 이슈들 - 사고나 연예인 이슈, 정치인 이슈 등등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어떠한 정책이 어떻게 바뀌었고, 어떤 기술들이 새로 개발되었으며, 사회적 파장이 어떠한지 등등은 거의 무지에 가까울 만큼 잘 알지 못했다. 기숙사 학교라서 더 그런 것일까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하루 종일 핸드폰을 옆에 끼고 살아가면서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ChatGPT에 대해 둔감한 것도 매한가지였다.
ChatGPT 열풍이 한참 불고 있을 때, 나는 친구들에게 ChatGPT에 대해 아냐고 물어보았다.
"야 너 ChatGPT 알아?"
"아니, 그게 뭔데?"
열풍에 대한 나의 기준이 틀린 것일까. ChatGPT에 대해 갖가지 토론을 해볼 생각이었지만 이런 나의 기대는 산산이 조각나버렸다. 동시에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세상사에 대해 둔감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둔감할 줄이야.
어떻게 고등학생이 사회인들보다 세상의 변화에 대해 더 둔감할 수가 있는가?
독일에서 유학 중인 친구와 대화하며 이를 더 뼈저리게 느꼈다. 이미 독일에선 학생들이 너무나도 많이 쓰고 있어 금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리포트를 쓰는 일이 적은 한국의 수행평가 때문에 그런 것일까. ChatGPT가 비교적 한국어에 취약한 탓일까. 우리 학교에서도, 나아가 한국의 고등학교에선 그런 이야기가 전혀 들려오고 있지 않았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 친구와의 인스타그램 DM.
꿈을 결정하고, 파도가 휘몰아치는 사회에 나아가기 바로 전 단계인 고등학생이 그 파도가 쳤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 물론 개개인이 무관심한 것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비단 학생들만의 잘못이 아니지 않을까. 세상사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요구하지 않는, 유동적이지 않은, 폐쇄적인 성격의 한국 교육 방식의 수많은 페혜 중 하나가 아닐까.
물론, 수능이라는 거대한 시험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ChatGPT 따위의 것에 신경을 쏟을 시간에 수학 문제를, 국어를 한 지문이라도 더 푸는 것이 맞지 않느냐 - 지금 네가 정신이 있는 것이냐 - 정말 간절한 것이 맞느냐 - 할 수도 있다. 그래. 이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결국 수능이라는 시험을 왜 치는지, 왜 그 대학에 가려 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세상사에 대한 무관심이 당연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수능을 준비하는, 나를 포함한 일명 '정시러' 들에겐 어느 정도 위의 내용처럼 반박할 거리가 있다. 하지만 내신을 준비하는 '수시러' 들은 딱히 둘러댈 변명이 없다. 내신은 평소 성실히 공부하고 내신 기간에 힘들게 공부하면 된다. 그 이외의 시간에는 수행평가와 개인 탐구를 진행하면 된다. 즉, 내신 기간을 제외하곤 약간의 수능 공부와 개인 탐구를 진행한다는 것인데, 어떻게 세상사에 관심이 없을 수 있는가. '탐구'를 하는데 말이다.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에 나아갈 준비를 하는 학생이, 최근 거대한 파도가 휘몰아쳤다는 사실을 모른 채, 땅만 바라보며 자신의 배를 정비하고, 바다로 가는 길을 공부하고, 잔잔하던 시기의 바다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현실은 완전 딴판인데 말이다.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친구들에게 ChatGPT를 알려줬는데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심지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이 대다수였다. 이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기에 2편으로 다음 내용을 올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