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S기업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대표 기업이다. S기업 회장의 비서실장이 나이가 들어 새로 비서 될 사람을 뽑았다. 비록 본인과 회장은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으나, ‘머리가 좋은 사람,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라는 생각으로 K 대학원 출신의 인재를 뽑았다.
새로 온 비서에게 처음 주어진 일은 회장님의 구두를 닦는 일이었다.
새로 온 비서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 내가 K대학원 출신인데, 구두나 닦으라니... 내가 구두나 닦으려고, 우리 부모님 고생해서 번 돈으로 비싼 등록금 내가면서, 학위 받고, 졸업한 줄 아나... 이런 일은 초등학교만 졸업한 사람 시켜도 되고, 밖에 구두닦이한테 시켜도 되는 일을 왜 나한테 하라고 해. 이건 사람 뽑아 놓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나가라는 얘기인가?...’
회장의 입장은 달랐다.
그동안 동고동락해온 비서실장이 이제 나이도 먹고 기력도 쇠해져서 새로 비서 업무 할 사람을 뽑겠다고 한다. 전적으로 그를 믿지만, 새로 온 비서의 마음속은 알 수가 없다. 좋은 대학원 출신이라는데, 이 좋은 대학원 나온 녀석이 인성이 어떤지, 나를 잘 따를지, 내편인지, 나중에 더 좋은 곳, 돈 많이 주는 곳 있다고 쉽게 떠날지도 모르겠다. 머리 좋은 놈이라 충성심이 있을지, 회사의 중요한 일을 맡겨도 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일단 아주 사소한 일부터 시켜보기로 했다. 구두닦이 일이다. 세 켤레의 구두가 있다. 한 켤레는 신고 있고, 두 켤레는 비서실에 있다. 공식석상에 섰을 때, 중요한 회의가 있을 때 사람들에게 옷은 정장을 갖추어 입었는데, 흙먼지 뽀얗게 앉은 구두를 신고 나타나는 것은 마지막 마무리가 안 된다는 느낌을 준다. 옷을 깨끗하게 갖춰 입었다면, 신발까지 깨끗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신발이 지저분하다면 시작은 좋으나, 끝맺음이 제대로 안 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신발을 깨끗하게 닦는 일은 중요하다. 더욱이 여기저기 사진기자들에게 사진이라도 찍히고, 먼지 쌓인 신발 상태로 신문에 나간다면 창피한 일이 될 것이다.
새로 온 비서가 구두 닦는 일을 아주 대충 하거나, 업무에 불만을 갖는다. 회장에게는 구두를 닦아 놓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비서 입장에서는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일이다. 회장 입장에서는 ‘저런 사소하고 하찮은 일도 제대로 못하는데, 어떻게 더 큰일,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사소한 일은 당신의 생각이 그 일을 사소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사소한 일은 쉬운 일이니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고, 마무리 일처리를 완벽하고 꼼꼼하게 하라. 연인 사이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일, 음식점에 가서 수저를 놓아주는 일, 물을 따라주는 일, 캔 음료수 뚜껑을 따주는 일, 사소한 것에 매너나 배려를 느낀다. 중요하지 않은 날을 기억해서 심쿵했다는 여성도 있다. ‘예전에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라는 노래도 있었다.’
의외로 사소한 기억, 사소한 일이 그 사람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반대로 사소한 일로 사이가 벌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회사에서도 연인 사이에도 그렇다.
회사에서도 사소한 일을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게 꼼꼼하게 하는 당신. 완벽하다면 더욱 좋다.
그러면 그 누구도 당신을 사소한 일만 계속하게 놔두지 않는다. 일단 처음에 입사해서 주어지는 업무는 대부분 작고, 사소한 것 들이다. 주어지는 그 작고, 사소한 일들은 당신이 아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일. 한마디로 잡무가 대부분이다. 그런 잡무라도 완벽하게 하려 노력하자. 나는 복사를 시켜서 다시 철해오라 했으면, 스테이플러 찍는 위치 하나까지도 신경을 썼다. 현수막을 달면서 좌우 수평, 천의 구겨짐 하나까지 신경을 썼다. 탕비실에 티스푼 하나 씻는 일. 아주 작고 사소하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일을 꼼꼼하게 하는 사람과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대충, 소홀히 대하는 사람 중에 더 큰일이 주어졌을 때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전자이다. 후자에게는 더 큰일, 중요한 일 자체가 아예 들어오지도 않는다.
배우 황정민은 '달콤한 인생' 이란 영화에서 단 네 씬(Scene)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에게 매우 강렬히 각인되어 있다.
작은 배역이라고, 사소한 역할이라고 해서 불만을 가지고 연기를 했다면, 그 후 황정민이란 배우에게 더 큰 배역이 주어졌겠는가?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
하기 싫은 일은 있어도 하찮은 일은 없다.
작은 일, 하기 싫은 일을 어떻게 하느냐
그것이 당신에 대한 인식과 평판으로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