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TV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 프로그램은 유독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화부터 이상하게 그 시간대에 본방송을 보거나 유선 채널을 돌리다 보면 자꾸 방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채널을 멈추게 되고 눈길이 갔다. 결국 1화부터 최종 6화까지 모두 챙겨 보게 되었다.
나는 예전서부터 점을 믿지 않았다. 우리 부모님의 영향이 컸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 부모님도 점을 믿지 않으신다. 평생에 거쳐 점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가을 때였다. 옥상에서 놀다가 떨어져 나의 왼쪽 다리에 깊은 상처가 있다. 지금은 세월이 많이 지나 상처가 엷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15cm나 꿰맨 깊은 상처이다. 일상 생활하는데 크게 지장이 있지는 않지만, 가끔 비 오는 날에 쑤시기도 한다.
그해 봄에 우리 어머님이 평소에 잘 안 보던 점을 보았는데, '가을에 아들한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니, 조심하라 했다'라고 한다. 어머니도 봄에 보고서는 좀 찜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내가 다리가 찢어져서, 깊은 상처가 생기고, 그 시기도 10월 개천절 연휴에 생겼으니 가을도 맞고 정말 점쟁이 말이 맞은 건가 생각을 하셨다.
그래서 내가 화를 내며,
"점쟁이 말이 맞은 게 아니라, 엄마가 점쟁이 말을 듣고 그 말에 계속 신경 쓰다 보니 다친 것이다. 다치길 바라며, 기도한 거나 다름없다. 그러니 다신 어디 가서 점 같은 건 보지 말아요"
라고 했다.
아무튼 나는 점, 운명, 팔자등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1회부터 유독 내 눈길을 잡은 것 같다. 출연진들이 모두 사주, 타로, 무당 등 신점에 관련된 사람들이라는 것.
나는 궁금했다. 이 사람들은 마지막 회에 본인이 커플이 될지 안될지를 미리 알 수 있을까?
본인의 점을 볼 수 없다면, 상대방의 점을 보아서 알 수 있을까?
난 1화에 몰표를 받은 여자 출연자(함수연)는 커플이 될 거라 생각했다.
도자기 같은 뽀얗피부에 예쁘장한 얼굴. 남자들이 좋아하는 긴 생머리에 귀여운 강아지상 얼굴.
나는 속으로 '이분은 직업이 무당이 아니라 귀신이어도, 남자들이 좋아할 거다'생각했다.
예전 유머에 남자들이 소개팅 받을 때 주선자한테 가장 궁금한 것이 상대여자 "예쁘냐?"이거 하나다.
반면 여자들은 상대남자 "키는 크냐?", "직업 뭐냐?", "목소리 좋냐?", "성격 좋냐", "어떤 스타일", "다정다감한", "유머러스한", "말이 통하는", "매너 좋은" 등등 여러 가지가 나온다고 했다.
나는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승자는 남자 출연자 박이율이라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운명? 연애를 개척했다고 생각한다. 그랬기 때문에 커플이 되었다고...
프로그램이 마지막에 다가 갈수록 각 출연자는 서로의 마음은 이미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건 신점의 관점이 아니라 남녀의 관점이다. 첫인상은 함수연에게 마음이 있었다 해도, 경쟁률이 너무 높다. 그녀의 마음이 어떤지도 모르는데 계속 밀어붙이는 것도 어리석다. 차선책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마음을 보여주고, 끝까지 신뢰를 지킨다. 이게 남자다. 마지막 회에 신점을 볼 수 있는 데이트에서 이홍조와 최한나를 먼저 보낸 것도 적극적으로 연애를 성사시키고자 했던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결국 그 작전은 대 성공이었다. 그곳에서 최한나는 이홍조와의 마음을 정리하게 된다.
중간에 퇴소한 이재원
'나는 모든 것이 알고 싶다'며, 참지 못하고 중도 퇴소한 이재원이 안타깝다. 지금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신들이 벌이는 운명의 장난이라 생각했을까? 남녀사이에 무엇을 그리 알고 싶어 했을까? 그는 들어오기 전부터 자신이 중간에 그만 둘 지를 알았을까? 모든 것을 알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될지를 알고 싶지 않았을까...?
가장 답답한 마음이 들었던 최한나 여자 출연자다.
이홍조와 인연, 운명을 또는 마음을 끝까지 놓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
끝까지 이홍조와 데이트를 하며 궁금해하고, 자신이 듣고자 하던 말, 마음, 느낌을 받지 못하며 헷갈려한다.
내가 TV속으로 들어가 말해주고 싶었다.
"남자는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를 헷갈리게 만들지 않는다고!"
마지막까지 미련을 못 버리고 이홍조에게 그래도 일말의 마음을 열어 놓고 있는 모습이 조금 답답하게 보였다. 물론 그 상황에 빠진 당사자는 알지 못할 것이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청자나, 사회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다. 파란 호수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빠진 호수가 파란지 빨간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마지막에 박이율을 선택한 것은 잘한 거라 생각이 들었다.
인연, 운명, 점사를 믿지 않고, 그 사람이 보여주는 마음을 믿는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무튼 오랜만에 재미나게 빠져들어서 본 프로그램이었다.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처음부터 그들에게 점사를 볼 수 있도록 출연자의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면, 그들은 과연 최종커플이 몇 커플이 될지, 중도에 누가 퇴소를 할지, 혹시 본인은 어떻게 될지를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었을까?
어쨌든 결국 운명이라는 것. 인연이라는 것. 앞으로의 일어날 일들이란 것은 내가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